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피의자 신분으로 21일 검찰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신속하게 이뤄졌다.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 칩거 9일 만에 자택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이날 오전 9시 15분께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기 중이던 검정 에쿠스에 올랐다. 평소처럼 단정하게 올림머리를 한 채 짙은 남색 코트에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경찰의 교통 통제로 8분여 만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구속을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날 아침 7시께부터 집결한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를 외쳤고,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며 야유를 보냈다. 9시 23분 포토라인에 선 뒤 일반인·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에 올라간 박 전 대통령은 조사실 옆 1002호 휴게실에서 검사장급인 노승권 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10분가량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노 차장검사는 조사 일정이나 진행방식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유영하·정장현 변호사와 동석한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9시 35분부터 1001호에서 시작됐다. 조사실 안쪽에 위치한 탁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와 정 변호사 중 한 명과 함께 나란히 앉았다. 맞은편엔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 또는 한웅재 형사8부장검사가 번갈아 앉아 검사 1명과 동시에 조사에 참여했다. 오후 12시 5분까지 오전 조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변호사 및 수행원들과 함께 준비해간 김밥·샌드위치·초밥이 조금씩 든 도시락을 먹었다. 조사는 1시 10분 재개됐다가 5시 35분께 저녁 식사를 위해 중단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경호실 측이 준비한 죽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 녹화나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이 영상녹화 부동의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검찰은 피의자에게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영상 녹화를 할 수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원치 않는 영상녹화를 강행하면 원활한 조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검찰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 청사는 철통 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1001호와 1002호의 창문은 모두 흰 블라인드를 내려 망원 카메라를 이용한 외부 시선을 차단했다. 청사 내부는 검찰 직원이 아닌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제외한 다른 사건의 피의자·참고인 조사도 이날은 대부분 중단됐다. 검찰은 오후에 한 차례만 브리핑을 하는 등 언론 접촉을 극도로 자제했다.
공현정기자 k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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