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된 전례 없어 연임 '유력'
3년간 경영 성적표도 '합격점'
정권 바뀔때마다 불명예 퇴진
두번째 임기 다 채울지 '관건'
3년간 경영 성적표도 '합격점'
정권 바뀔때마다 불명예 퇴진
두번째 임기 다 채울지 '관건'
황창규 KT 회장(사진)이 연임에 도전한다. 오는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KT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혔을 때 CEO추천위원회에서 거부된 전례는 없다.
다만 연임 자체보다는 두 번째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민영화됐는데도 '주인 없는 회사'라 불린 KT는 그동안 연임을 시도한 CEO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명예 퇴진하며 '연임 잔혹사'를 써왔다.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KT가 정권 영향력 아래 있다는 방증이다. 만약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경우 'KT CEO 리스크' 악순환을 끊는 첫 번째 CEO가 된다.
KT는 황 회장이 지난 6일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고 밝혔다. KT 차기 CEO 후보는 사외이사 7인, 사내이사 1인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결정한다. 지난 4일 구성된 회사 CEO추천위는 황 회장에 6일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황 회장에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CEO추천위는 자격 심사에 들어간다. KT는 규정에 따라 현직 CEO가 연임을 원할 경우, 우선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 여부를 심사한다. 추천위는 그동안의 경영 성과와 앞으로의 비전 등을 심사해 황 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심사 결과 황 회장을 후보로 추천하지 않을 경우,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다른 후보를 물색하게 된다.
황 회장에 대한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3년에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이 사임한 지 약 한 달 만인, 같은 해 12월 황창규 현 회장을 후보로 내정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도 시간이 넉넉지는 않다. 차기 CEO는 3월 주총에서 최종 선임된다.
업계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3년간 황 회장의 경영 성적표는 합격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취임 첫해인 2014년에는 대규모 구조조정 단행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냈지만, 2015년 이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했다. 또 미래 비전으로 '기가토피아'를 기반으로 한 '1등 KT' 전략을 강조하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5세대(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하나둘 성과를 내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정국에서 마땅한 새 CEO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황 회장은 지난해 말 불거진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한때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앞서 검찰 수사 결과, KT는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받고 차은택씨의 지인을 임원으로 영입했고, 광고물량을 몰아줬다. 다만, 최근 특별검사팀의 핵심 수사 대상에서 KT가 다소 비껴가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황 회장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박람회 CES 2017에 참가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다. 예년에 비해 늦어졌던 KT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도 이달 중순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정권이다. 앞서 연임에 성공했던 남중수 사장, 이석채 회장이 모두 정권이 바뀌며 검찰수사로 중도 낙마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1년, 길어봤자 1년 반 정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 새노조가 황 회장의 연임 도전에 "KT의 고질인 CEO 리스크를 재현시킬 비극"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T 내부에서는 황 회장의 연임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숙원'인 KT 출신 CEO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히 존재한다. KT 한 임원은 "한 때 내부적으로 몇몇 내부인사 이름이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로서는 황 회장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사실 연임 자체보다는 연임 후 임기를 채울 수 있느냐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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