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23) FDA 허가 첫 국산신약
2003년 4월 5일, 휴일 새벽 출근한 당시 LG생명과학 의약품 개발담당 추연성 상무는 '팩티브 미 FDA 신약승인'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12년간 100여 명에 이르는 각 분야 연구원들이 겪어 왔던 수많은 난관과 좌절이 성공의 환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국산 신약 중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은 팩티브는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첫 도전인 만큼 글로벌 신약 개발을 향한 길은 매번 가시밭길이었다.
1991년 신약 개발에 착수한 LG생명과학 기술연구원은 2년 만에 어렵게 후보물질을 찾아냈지만, 연구팀장이 지병으로 사망하고 독성 문제로 동물실험이 실패하면서 연구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개인 시간까지 할애하며 남몰래 연구를 이어간 끝에 독성 문제를 해결한 '옥심' 구조의 획기적인 신약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 연구를 재개해 팩티브 탄생의 초석을 다졌다.
1999년 첫 번째 FDA 신약 승인 신청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LG생명과학은 2002년 파트너사였던 GSK로부터 공동개발 제휴 철회를 통보받는 등 갖은 시련 속에서도 도전을 이어가 마침내 2003년 FDA 신약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팩티브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한 신약 개발 분야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비록 기대만큼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진 못 했지만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신약 허가 승인에 이르는 전 분야를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팩티브 개발은 우리나라 신약 개발 역량을 한 단계 올린 성과로 평가된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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