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백·오너리스크 겹악재 … 올 성장률 2%대 전망
중국 공세 국내 경쟁력 위협… 조선에 자동차도 부진
삼성·L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사업재편 '박차'
중국 공세 국내 경쟁력 위협… 조선에 자동차도 부진
삼성·L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사업재편 '박차'
2016 되돌아 본 산업계
경기침체 속에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미국 트럼프 정부 집권,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등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6년 한해가 이제 19일 남짓 남았다. 디지털타임스는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철강, 해운·물류, 정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공유경제 등 미래 성장산업까지 산업영역별로 올 한해를 결산하고 이를 거울로 내년 한 해를 전망하고자 한다.
올해 산업계는 호황이라고 꼽을 만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을 만큼 절박한 침체기를 보냈다. 수출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대내·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지난해부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던 산업계는 올해 예상치 못했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등장으로 정책 공백에 오너 리스크까지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임박,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대외 환경에 대응할 콘트롤타워도, 체력도 있을지 의문이다.
◇2%대 저성장 고착화…길어지는 수출 부진=국가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이 2.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고, 한국금융연구원도 2.6%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2.5%로 보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등 예기치 못한 악재로 내수와 수출 경기 모두 더 침체에 빠져 4분기 성장률이 0%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수출 역시 최근 다소 호전하는 분위기지만, 반전했다고 평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5.6% 감소한 4970억달러, 수입은 7.4% 감소한 4040억달러로 전망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무역액 증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물가 인상과 소비 위축 등은 부담이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중국 수출 위축 역시 우리 경제에는 악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우리 수출 비중은 75.1%로 2009년에 비해 11.1% 높아졌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와 트럼프 정부의 대 중국 무역 압박이 본격화한다면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처지가 된다.
다만 무역협회는 유가 인상과 신흥국의 경제 회복으로 내년 수출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등 불확실성이 일정 수준 해결됐을 때를 전제한 것이라 ？부른 예측은 어렵다.
◇중국 '굴기' 위협…주력 산업 고전=산업별로 보면 조선·철강·가전·석유화학·자동차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로 이어지는 중국의 '굴기(몸을 일으킴)'는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주력 수출품목인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세계 1위의 위상이 위태롭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의하면 스마트폰 판매대수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점유율은 19.2%로 1위를 지키긴 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4.4%포인트 감소했다. 화웨이 등 중국 상위 3사의 시장점유율 합산(20.7%)에 처음으로 밀렸다.
TV 역시 중국의 맹추격으로 10년 넘게 1위를 지켜오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의하면 지난 3분기까지 누적 TV 세계 시장점유율은 33.8%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과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하다. 중국은 2014년 21.8%, 지난해 27.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0%를 돌파했다.
세계 1위 조선업의 몰락은 더 뼈아프다. KDI와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올해 우리 조선업체의 수주량은 2011∼2015년 평균 1억5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35척)에서 올해 10분의 1 수준인 1286만CGT로 급감했다. KDI는 5년 뒤 전체 수주량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8.5% 줄어든 379만3659대를 기록했고, 수출은 13.6% 급감한 232만6139대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임원 연봉 자진 삭감에 해외 주재원 교육도 취소하는 등 강도 높은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철강은 수익성은 다소 개선했지만 경기침체와 보호무역 영향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중이고, 해운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등 극심한 구조조정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의 여파로 상반기 내내 부진하다 최근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정유·화학 역시 저유가에 따른 원가 절감 영향으로 수익성은 개선했지만 매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감소세다.
◇기업 '사업재편·4차 산업혁명' 살 길=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사업·구조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외국계 헤지펀드의 연이은 공격을 받고 있는 삼성의 경우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 등을 추진 중이고, 바이오와 스마트카 전장부품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LG와 SK 등도 친환경 에너지, 자동차 부품 등 새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재편에 한창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운 프리미엄 시장과 아이오닉을 필두로 한 친환경차 시장 등 고부가·미래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중이다. 이밖에 기업들은 전 산업 영역에 걸쳐 스마트 팩토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치 사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경제정책은 나름대로 제 갈 길을 가야 한다"며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경쟁 촉진 등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지속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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