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원인미상 중증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 약 142명이 사망하고 530여명이 폐 손상을 입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 피해를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포괄적인 보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 대상으로 인도적 기금 100억 원이 사용될 것이며 조사와 보상을 위해 독립적인 패널(기구)을 7월까지 구성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은 지난 5년간 외면하다가 검찰 수사로 죄가 드러나자 사과하는 것은 거부한다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대표적인 제조 및 판매사로서 옥시는 2011년 이후 관련 자료를 폐기, 이메일을 삭제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돼 현재 검찰로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의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옥시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PHMG, PGH 등의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를 알고도 판매했는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사건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논란이 뜨거웠고 사망자와 피해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실시됐지만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사용 자제와 판매중단 및 회수 권고조치를 내렸을 뿐 검찰 조사는 중단돼 안타까움을 샀었다.
시간이 흘러 사건 발생 5년여 만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와 판매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다시금 집중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은 이야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스스로 제조사와 판매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 팀은 피해자 55명을 소송 대리하여 지난 2012년 옥시와 한빛화학, 롯데쇼핑, 홈플러스, 세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32534, 2014가합563148, 2014가합563087 및 서울동부지방법원 2014가합10210)에서 수십억 대의 합의금을 받아낸 바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옥시 측의 증거조작 혐의', '가습기 독성물질 PHMG와 폐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있는 실험 자료들'을 당시에 이미 확보, 소송을 진행하였다. 윤경 변호사는 "소송을 하면서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발생 위험도가 47.3배가 더 높다는 점, 독성실험결과 제품의 독성이 역학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창원 변호사는 "당시 흡입독성실험결과 살균제 성분을 투여한 실험쥐가 9일도 되지 않아 폐 섬유화가 발생되어 죽었고 이러한 사실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인과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옥시 측 변호인단은 사건 초기 '간질성 폐렴' 등의 진단명을 문제 삼아 해당 사건의 폐 손상이 비특이성 질환이며, '그레디언트 전문가 보고서'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의 실험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는 '그레디언트 전문가 보고서'는 영국계 법인인 옥시 측의 의뢰로 그 주장에 부합하는 전문보고서에 불과하고, 옥시 측이 의뢰하여 수행한 연구기관 조차 가습기 살균제의 PHMG 물질 흡입에 따른 전신 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점을 들어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는 옥시를 비롯한 제조사와 판매사 측의 제조상, 설계상, 표시상 결함을 들어 제조물책임을 물었고, 치료비와 장례비, 위자료, 일실수입 손해 등 손해배상 범위까지 책정, 요구하여 그에 적합한 수십억대의 합의금을 이끌어냈다.
현재 환경부에서 이달부터 추가 피해자 접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 팀은 지난 4년 동안 관련 소송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와 입증자료들을 가지고 5월 말까지 소송인단을 모집하여 추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소멸시효 논란에 대해 윤경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사실이나 가해자를 인지한 때로부터 3년 안에, 또는 불법 행위가 벌어진 시점으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그 피해는 2011년에 알려졌으나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는 2014년에 정부가 판정을 내렸으므로 아직 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움말=법무법인 바른 윤경 변호사, 백창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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