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에 취약한 완성차 중견 3사를 위해 정부가 맞춤형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견 3사가 내수 부진으로 인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수출 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있어서다.
이대로 갈 경우 국내 중견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자체 능력으로 생존하긴 어려울 것이고, 이는 우리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큰 손실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한국GM 공급망 네트워크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중국과 같이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돈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정부의 지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장벽을 세운 만큼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의 단기적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34.7%인 143만2713대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중국에서 밀려난 뒤 향한 곳은 미국"이라며 "미국에서 밀리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에 현지 투자 역량을 갖춘 현대자동차·기아와 1차 부품협력사보다 중견 3사와 중소 부품협력사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미국 수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기 차종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소형차가 관세를 맞으면 가격이 상당히 오르게 되며 판매량이 대폭 감소할 위기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GM이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50억달러 정도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는데 그중 한국 수입액 피해가 20억달러에 달할 만큼 한국GM의 비중이 높은 상태"라며 "고임금, 인력부족 문제로 미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할 수 없고 멕시코도 관세 문제가 적용돼 공급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 한국GM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예산은 한정돼 있기에 부품업체 수를 지나치게 늘리게 되면 완성차에 대한 예산이 줄어들어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또 "자동차 산업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지역 균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위급 상황이기에 정부의 지원도 지역별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한국GM 공급망 네트워크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임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