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철강은 제조업 근간
KIST주도 103만t 건설계획 완성
KIST주도 103만t 건설계획 완성
■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10) 포항제철소 건설
1973년 6월 9일 오전 7시 30분,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첫 쇳물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직원들은 모두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리며 만세를 외쳤다. 박태준 사장도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지만 웃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합제철소 설립은 한국을 비롯한 당시 개발도상국들의 최우선 과제였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부 수립 이후 여러 차례 제철소 건설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기술과 경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이 70달러에 불과한 나라가 종합제철소를 짓겠다는 데 선뜻 돈을 빌려주는 곳이 없었다.
1966년 5개국 8개사가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 '대한국제제철차관단(KISA)'은 한국 정부와 포항에 60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969년 세계은행(IBRD)이 "한국의 종합제철소 건설은 시기상조이며 타당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자 약속한 1억달러를 빌려주지 않고 등을 돌렸다.
1969년 6월 김학렬 경제부총리는 취임하자마자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로 달려가 외국의 모든 종합제철 건설계획서를 검 토해 포항제철소 건설안을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두 달 반. 독일 유학으로 제철소 현장경험과 지식을 쌓은 김재관 박사와 미국 유학 후 경제기획연구실장을 맡고 있던 윤여경 박사 등 KIST 연구진이 주도한 '종합제철 건설추진 전담반'은 밤낮없이 매달려 103만t 규모의 '포항제철소 종합건설계획안'을 완성했다. 이 새로운 계획안을 들고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은 일본에서 대일청구권자금을 받아와 마침내 1970년 4월 1일 종합제철소가 착공했다.
KIST는 이후에도 중공업연구실을 조직해 포항제철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공정 자동화에는 이봉진 박사, 원료수급 대책 전산화에 성기수 박사가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가 철강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는 과학기술인들의 숨은 노력이 곳곳에 배어들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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