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예산 감소… 미래 성장동력 상실 우려
혁신방안·과기전략본부 출범했지만 실효성 의문
노벨 과학상 '트라우마'에 기초과학 문제점 여전
■2015 되돌아본 과학기술
올해 과학기술계는 어느 해보다 '팍팍한' 한 해를 보냈다.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재정부담으로 인해 결국 25년 만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사실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2%의 증가세를 이어온 R&D 투자에 제동을 건 정부는 '투자 효율화를 통한 성과제고'를 이루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율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만큼 규모를 더 늘리기보다는, 낮은 사업화 성공률 등을 개선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는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R&D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당장 미래에 대한 투자인 R&D가 국가 운영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부담에 예산 감소
◇정부 R&D 거버넌스 개편=정부는 올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간 19조원에 달하는 국가 R&D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은 △중소기업 지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부 R&D의 기획과 관리, 평가를 혁신하며 △정부와 민간, 산·학·연의 역할을 차별화하고 △R&D 거버넌스를 개편하는 등 크게 네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방안 발표 당시에는 출연연 과당경쟁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PBS(연구과제중심제도)'의 비중 축소나 6개 산업지원연구소를 민간수탁 실적과 연계해 지원하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실제 추진된 혁신방안은 정부 R&D 거버넌스 개편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지난 9월 25일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내 독립적 조직인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출범했다.
이 조직의 핵심은 부처별로 흩어져 큰 줄기 없이 펼쳐져 있는 R&D 과제들을 중장기 R&D 계획에 따라 정리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당초 차관급이 거론되던 본부장이 실장급으로 낮아지면서 위상이 모호해진 데다, 정권 중반에 미래부 내 조직을 개편해 범부처 R&D를 종합·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겼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을 남겼다.
R&D 혁신 방안
◇'과기정책원' 설립 삐걱=정부가 과학기술전략본부 출범과 함께 R&D 거버넌스 개편의 한 축으로 추진한 '과학기술정책원' 설립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정부는 과학기술 기획·평가업무를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정보수집·분석 기능을 통합해 과학기술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연구소 연구현장의 반대는 물론, 국회와 정치권도 통합 기관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결국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정부 R&D 혁신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 도입과 더불어 정부의 독단적인 추진으로 연구현장과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생채기를 남겼다.
노벨상 트라우마
◇일본·중국 노벨상 수상에 기초과학 발전 필요성 부각=올해도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는 이웃 나라 일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명의 수상자를 냈고 중국도 본토에서 첫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상대적인 아쉬움이 더했다.
매년 10월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지만, 특히 도전적인 연구과제에 대해 연구자들이 대를 이어가며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일본과 비교되며 효율만 강조하기보다 '한우물 연구' 등 창의적 연구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0월 제27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2025년까지 세계 톱 클래스 연구자 1000명을 양성하고, 기초연구를 통한 세계 1등 기술 10개 창출 등을 기대효과로 내세운 '기초연구 발전방안'을 보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