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 평가인증 받은 기업당 평균25억 매출↑밑거름
중국 항공기부품 평가 컨설팅 등 '해외 러브콜' 쇄도
중국 항공기부품 평가 컨설팅 등 '해외 러브콜' 쇄도
![[르포] `국산 기계부품` R-마크 거쳐 글로벌 명품 탈바꿈](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0302101176731001[1].jpg "[르포] `국산 기계부품` R-마크 거쳐 글로벌 명품 탈바꿈")
■르포- 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를 가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2009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760만대를 리콜하면서 '품질명가=도요타'라는 명성을 잃고 세계 1등 자리마저 내줬다. 또 다른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GM은 지난해 600원짜리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3000만대 리콜 명령과 함께 수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원자력발전소 부품 고장과 시험서 위조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제품의 신뢰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 사건들이었다.
작은 부품 결함이 한 기업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우리나라는 무역적자 산업인 소재부품 분야의 국산화와 품질 향상이 큰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설립된 신뢰성 평가기관이 국산 기계부품의 품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산 기계부품류의 '건강검진센터'=한국기계연구원 신뢰성평가센터(센터장 최병오)는 2000년 '기계부품류 신뢰성평가센터'로 지정, 42명의 전문인력이 165종의 신뢰성 평가장비를 구축하고, 신뢰성 평가인증(R-마크)을 하고 있다. 신뢰성은 제품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가를 정량적 수치로 표현한 것으로, 품질에 시간이 포함된 개념이다. 즉, 일정 기간 이후에도 목표 수준의 품질이 유지되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르포] `국산 기계부품` R-마크 거쳐 글로벌 명품 탈바꿈](http://contents.dt.co.kr/images/201511/2015110302101176731001[2].jpg "[르포] `국산 기계부품` R-마크 거쳐 글로벌 명품 탈바꿈")
최병오 센터장(사진)은 "최근에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성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를 인증하는 신뢰성이 소비자 선택과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라면서 "센터는 국산 기계부품류의 종합건강검진센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엄격한 기준을 자체 개발해 제품을 객관적으로 보증하고, 어느 시점까지 처음 품질을 유지하면서 설계된 기능이 고장 없이 유지되는지를 인증해 'R-마크'를 부여한다. R-마크는 KS마크처럼 단순 품질보증 표시가 아니라, 제품의 품질, 안전성, 신뢰성을 모두 충족했을 때 부여하는 인증표시다.
센터는 지금까지 전국 12개 신뢰성평가센터가 수행한 전체 1209건 중 373건(30%)에 달하는 인증업무를 지원했다.
◇제품 신뢰성 '평가기준' 마련=센터는 인증을 위해 각 기계부품류의 신뢰성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설립 초기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품목 위주로 기준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산업 현장 수요를 반영해 기업들이 새로 개발하려는 제품에 대한 평가기준도 개발한다. 신제품이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까다로운 품질을 요구하는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발한 평가기준에 따라 제품의 종합성능, 내환경성, 안전성, 내구성 등 네 영역을 시험한 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위원회의 합격을 받은 제품에 R-마크를 수여한다. 센터는 미국,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등 10개국 해외 인증기관과 협력해 R-마크가 이들 국가에서 인증받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확보한 신뢰성 평가기준의 40%(412건)를 개발, 국내 대표 신뢰성평가센터로 자리 잡았다.
특히 미국 국방규격(MIL-STD-810G) 기반의 각종 내환경 시험을 종합 수행하는 36종의 시험평가 장비를 갖추고 방산과 항공우주 부품 등 특수 환경 조건에 사용되는 기계부품류의 내환경성 평가를 전문적으로 한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찾아=센터는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크롤압축기에 대한 신뢰성 평가인증을 했다. 삼성 시스템에어컨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그동안 외산 제품에 의존해 왔다. 삼성전자가 센터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간단하다.
15년간 쌓아온 센터의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인증을 통해 삼성전자는 중국 시스템에어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센터의 진단을 거친 스크롤압축기는 경쟁사에 비해 불량률이 60% 이상 개선됐고, 단품으로 국내외 시장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단기간에 품질을 높였다. 최근에는 중국 항공기 제작업체가 항공기 부품 신뢰성 평가 컨설팅을 의뢰하고, 독일에서 자동차 부품수명 시험인증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오는 등 해외 러브콜도 받고 있다.
센터의 탄탄한 활동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올 초 센터의 신뢰성 시험평가와 인증을 받은 기업 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당 평균 25억원의 매출(국내 14억원, 해외 11억원) 증가와 평균 3건의 새로운 수요처 확보, 공공기관 납품 50건 증가 등의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최병오 센터장은 "신뢰성 평가기술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며 "자동차, 의료장비, 항공기, 로봇, 건설기계 등의 분야에서 신뢰성 평가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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