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용 CC인증' 등 정책 실패 가닥
최저가 입찰 폐지… 성능 중심 구매
정보보호 서비스 대가로 '제값' 받기
발주사업 민·관 합동 모니터링 실시
최저가 입찰 폐지… 성능 중심 구매
정보보호 서비스 대가로 '제값' 받기
발주사업 민·관 합동 모니터링 실시
■ 심층분석 정보보호산업진흥법
(중) 제값주기·자율투자 촉진
새롭게 제정된 정보보호산업진흥법은 정보보호 '수요 창출'을 법률로 명문화 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정보보호를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어 자발적인 정보보호 투자가 저조한 형편이며 인력, 기술 등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보안 사각지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IT 예산 중 정보보호에 5% 이상 투자하는 기업은 미국이 40% 이상, 영국이 50%에 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보보호 기업의 기술 수준도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과의 정보보호 기술 수준은 5년 전만해도 불과 수개월 정도의 차이였으나 최근에는 1년 8개월 정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실상 3년 이상 기술력 차이가 나고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시간이 갈 수록 기술력 차이가 벌어지는 것에 가속이 붙고 있는 점"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기술 경쟁력 약화와 영세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우수 인력은 정보보호 업계 진입을 기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이버 자주 국방력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정부는 토종 정보보호 기업을 살리겠다며 직접적인 지원 정책을 꾸준히 펼쳐왔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 보안업체 진입을 사실상 제한하는 '국내용 CC인증'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국내 정보보호 산업 성장률은 2012년 18.1%에서 2014년 7.1%로 하락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결국 정보보호 해당 기업을 '온실 속 화초'로 만들어 자생력을 잃게 만들며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다시금 영세한 환경으로 되돌아가는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정보보호산업진흥법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 정보보호에 대한 어설픈 직접 지원 대신 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요 창출'을 명시해 국가기관이나 민간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먼저 법률 제6조 '정보보호보호 구매수요 정보의 제공'을 통해 '정보보호시스템의 공공 수요 촉진' 규정을 마련했다. 정보보호 기업이 기술 및 제품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이를 기술개발, 생산 등에 반영해 정보보호 투자의 수요 개발 및 시장 예측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최저가 입찰을 폐지하고 성능 중심으로 제품을 평가해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법률 제7조 '공공기관 등의 정보보호시스템 구축 계약'도 마련했다. 중소기업이 많은 정보보호시스템 구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정보보호시스템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술평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사업자와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중소 업체들이 구축 사례 확보 차원에서 자격 미달의 제품을 저가로 납품해 오히려 국가기관의 보안 위험성을 높이고 기술개발에 주력한 타 정보보호 업체들까지 열악한 경영환경에 빠뜨리지 않도록 성능 중심 평가가 이뤄지는 체계를 갖추기로 한 것이 의미가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법률 제10조 '정보보호 제품 및 정보보호 서비스의 대가'를 신설한 점이다. 영세한 국내 정보보호 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정보보호 서비스에 대한 제값 주기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보보호시스템 적정 대가'를 책정해 마련토록 한 것이다. 미래부는 합리적인 발주 관행의 정착을 위해 민·관 합동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정보보호 사업 발주에 관한 규정 위반 사실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최저가 입찰을 종용하거나 보안성지속서비스 대가 등 제대로 된 값을 지불하지 않는 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시정 요청도 할 수 있다. 미래부는 정보보호산업의 합리적 유통 및 공정한 거래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공공기관등에 이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정한근 미래부 정보보호정책국장은 "정보보호 제품의 제값 받는 환경 조성 및 불합리한 발주 관행 개선의 근거를 마련해 선순환 정보보호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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