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열화상 카메라로 작물 데이터 24시간 분석
생육 정보 바탕으로 '유리온실 제어시스템' 개발
온·습도에 광질·기류 등 대량생산 환경에 초점
생육 정보 바탕으로 '유리온실 제어시스템' 개발
온·습도에 광질·기류 등 대량생산 환경에 초점
■ `미래농업` 길을 열어라
(8) KIST '스마트U-팜' 국산화 성공
고추를 심은 화분이 컨베이어 위에서 이동해 카메라 앞에 도착한다. 사람의 팔처럼 양 갈래로 나눠진 장치에 3D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가 각각 하나씩 달려 있다. 이 카메라들이 140초간 고추 화분을 360도 회전하면서 쭉 훑고 나면 컴퓨터에 해당 고추의 생육 상태에 관한 모든 것이 수치화돼 기록되고 이는 서버에 저장된다. 이 유리온실은 연구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 동안에도 자동으로 돌아가 24시간 365일 내내 작물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의 '스마트U-팜' 옥상에 구축된 유리온실의 모습이다.
KIST는 강릉분원 내에 10억원을 들여 스마트U-팜을 지난 5일 준공했다.스마트U-팜은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내 370㎡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3개 재배실과 1개 파일럿 테스트용 유리온실을 갖추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비타민 프로젝트와 KIST의 개방형 연구사업(ORP)의 결실이다.
기능성 식물을 최적의 환경에서 기르는 것을 목표로, 현재 이고들빼기, 배초향(방아), 인삼, 케일, 돌미나리 등을 테스트하고 있고, 올해 총 7가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1∼2층의 재배실은 최적생산 연구 재배실, 대량생산 시스템 연구 재배실, 생육품질 관리 연구 재배실로 나눠져 있다.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재배실은 모두 사람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해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적생산 연구 재배실에서는 이고들빼기와 인삼이 다양한 환경요인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자라는지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온·습도는 물론 이산화탄소, 광질, 기류까지도 정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대량생산 시스템 연구 재배실은 개발한 재배 매뉴얼을 통해 대량 재배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현재 케일 대량생산을 위한 균일한 환경 조건을 찾아 시스템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종자는 품종 고정을 거쳤다 할지라도 동일한 환경조건 아래서도 천차만별의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영상 분석을 통해 좋은 육묘만 선별해 키우는데 생육품질 관리 연구 재배실에서는 이 같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옥상에는 스마트U-팜의 핵심인 유리온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디지털 데이터 팜'이라고 불리는 이 유리온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산 기술과 국내 기업들이 자력으로 협업해 디지털 피노타이핑 설비를 구축했다.
현재 고추 생육환경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컨베이어는 각 화분의 무게를 실시간 측정하며 원형으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화분이 컨베이어를 따라 3D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로 이동해 다양한 영상을 얻는다.
이 카메라는 식물 크기에 맞춰 피사체 간격과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식물이 고정된 상태에서 카메라가 이동하기 때문에 고해상도 이미지와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카메라 촬영이 끝나면 자동급수장치를 통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뭄이나 장마 등 특정 조건을 제공해 식물의 반응 데이터를 획득하게 된다. 각 화분에는 RFID 태그가 부착돼 있어 각 작물의 개체 정보를 식별할 수 있다. 이 곳은 자동화나 편리성 위주의 하드웨어 측면이 강조된 기존 스마트팜과 달리 식물의 영양상태, 기능성분 함량, 병충해 감염상태 등을 파악하고, 생육단계별 최적 성장을 위한 1도 단위 온도까지 조절 가능한 첨단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연구를 주도하는 노주원 박사는 "사람이 편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업 디지털화는 작물 생장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IT 기술을 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마트U-팜은 농업 선진국 네덜란드 모델과 흡사하다. 식물 전문 연구원이 작물 생육상태를 진단하고, 실제 유리온실에서 로봇, 3D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 측정장비를 통해 생육상태 데이터를 획득·종합한 후, 이에 맞춰 또 다른 전문 개발진이 유리온실 제어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KIST는 이렇게 완성한 시스템을 농장에 기술이전하고 기업과 연계해 유통구조 혁신까지 꾀하는 '한국형 스마트팜' 구현을 추진한다. 풀무원, 알리코제약, 풍림무약, 아모레퍼시픽 등과 맞춤형 재배생산 및 원료 표준화 지원을 위한 협약을 맺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상록 KIST 강릉분원장은 "스마트팜 모델의 고도화를 이끌어 내고, 첨단 과학농업의 세계적인 허브 역할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릉=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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