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마다 ‘가이러스·S6’간판… 애플스토어 앞마당까지 포위
상하이 최대 번화가 난징루(南京路, 남경로) 한복판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 하루 종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 애플스토어는 집이나 차보다 아이폰을 더 갖고 싶어 한다는 중국 젊은이들의 '애플 사랑'을 가장 명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애플스토어 밖에서는 제법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S6의 광고판이 애플스토어 앞마당을 포위하듯 펼쳐져 있는 것. 상하이 번화가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백화점과 명품숍이 즐비한 곳이라는 점을 볼 때 적지 않은 광고비를 투자한 것이 분명하다.상하이 다른 곳에서도 갤럭시 S6 광고판을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상하이의 야경에서도 갤럭시 S6는 빠짐없이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와이탄에서 푸동 야경을 볼 때마다 갤럭시 S6를 상징하는 'S6'가 눈에 들어온다.
특징적인 건 삼성전자가 상하이의 명소에만 골라서 광고판을 집어넣는 프리미엄 광고에 치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삼성'보다는 갤럭시 혹은 가이러스 등의 단어를 앞세우고 있다. 가이러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6 중국 출시와 함께 갤럭시의 새로운 공식 중문 표기를 '세상을 행복으로 덮는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대대적 홍보 마케팅은 현지 젊은이들의 반응에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상하이에서 20년간 통역사 일을 했다는 현계영씨는 "월급이 한국 돈으로 만원밖에 되지 않는 중국 젊은이들도 모두 애플 제품을 들고 다닌다"며 "집이나 차를 못 사도 애플만큼은 사고 싶어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이폰을 갖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이 단순히 전시효과라기보다는 애플의 로고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삼성전자가 상하이에서 가장 비싼 간판에 '삼성'이라는 이름보다는 가이러스나 S6만 뽑아서 홍보하고 있는 이유도 '브랜드 대 브랜드' 대결에서는 승산이 높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의 위기는 오롯이 드러난다.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72.5% 증가하며 중국 1위 스마트폰 업체에 올랐다. 샤오미가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는 전년(19.9%)과 비교해 절반 이상 축소한 9.7%의 점유율(출하량 기준)로 4위에 그쳤다.
중국은 광활한 시장이지만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 상권의 소비문화는 결국 한국이나 일본,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서구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삼성 휴대폰 매장에서 "가이러스 S6를 보여달라"는 기자의 말에 "갤럭시 S6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중국 점원의 반응만 봐도 그렇다.
이는 삼성 갤럭시 S6가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이러스처럼 현지화한 이름뿐 아니라 본질적인 부분에서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삼성 로고를 다른 단어로 채워넣는 것보다는 삼성이라는 이름이 기술적 혁신을 상징하는 이름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상하이(중국)=황민규기자 hmg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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