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최상의 인프라 활용
학계·의료계 등과 협업 통해
고부가가치 종자 개발 · 생산
학계·의료계 등과 협업 통해
고부가가치 종자 개발 · 생산
■ `미래농업` 길을 열어라
(6) 인터뷰 / 문병석 CJ브리딩 대표
문병석 CJ브리딩 대표(사진)는 인터뷰 내내 '원천'이라는 단어를 셀 수 없이 사용했다.
CJ브리딩은 표면적으로는 종자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이지만 생명의 원천에 접근해 그 원천에서 해답을 찾는 생명과학산업을 주도하는 회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생명의 원천은 결국 하나인데 이를 인간으로 치면 줄기세포, 식물이라면 종자, 어류는 품종이라고 각기 달리 명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종자, 품종은 모두 다른 영역으로 인식돼 그동안 각기 다른 산업군을 형성하며 발달해왔지만 종국에는 자연스레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회사 이름에 '생육'을 의미하는 브리딩을 붙인 것도 미생물을 매개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의 원천을 탐구해 사업화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신사업의 싹은 이미 트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수의학을 전공하고 제약회사를 거친 문 대표가 생명과학산업을 주도할 CJ 식품연구소장과 CJ브리딩 초대 대표로서 적임자가 아닐 수 없었다.
-CJ그룹은 바이오·헬스·식품·유통사업을 아우르고 있어 브리딩 사업의 인프라는 최상으로 보인다. 그룹 자체 역량으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학계·의료계와의 협업에 힘쓰는 모습이다.
"역량으로 따지면 못할 것이 없다. 하지만 브리딩 산업, 그중에서도 종자 산업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특정 종자에 대해 그 분야를 오래 연구한 국내 최고 농생명과학자만큼 잘 알 수는 없다. 우리는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흩어져 있는 가장 잘하는 플레이어들을 수시로 모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꿀벌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오차 없이 정확하게 육각형의 벌집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방식으로 융합하고 협력한다."
-협력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 특허 문제가 생길 수 있을 텐데.
"특허나 지적재산권은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다. 이 시장은 완전히 새롭게 형성되고 있어서 아직 어떤 것도 정형화돼 있지 않다. 연구개발을 같이 하다 어느 정도 성과와 경제적 가치가 생길 때부터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서울대와 협력해 개발한 '큰눈영양쌀'의 가치를 지금 물으면 대답할 수 있나. 산업적 가치는 현재 따질 수 없지만 라이프 사이언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투자해 제품화한 것이다. 소유권과 이권을 먼저 이슈로 만들어 놓고 접근하면 절대 창조가 이뤄질 수 없다. 국가 정책도 새 시장 발전과정에 맞게 새롭게 생겨나고 조율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발된 종자를 농가에 보급하는 모델을 내세웠다. 하지만 동부팜한농 사례에서 보았듯 농민 설득 작업이 쉽지 않을 텐데.
"핵심은 진정성이다. 함께 하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서로 자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끊임없이 평행선으로 갈 것이다. 농민은 더 많은 혜택을, 회사는 원가 절감을 원한다. 지금 시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을 갖고 하면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작물을 하면서 농민과 충돌할 생각은 전혀 없다.
탄저병이 돌면 고추는 그야말로 끝이다. 탄저 저항성 품종을 개발한다면 농민들을 설득하기 쉽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더라도 진정성과 정당성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러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농민들이 들어와 새 품종 재배로 소득을 얻는 것을 보면서 농민들도 상생이 결국 서로에 이득임을 인식할 것이다."
-성공적인 종자인지 검증하는 데까지 7년 넘게 걸린다. 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 방법으로 스마트팜이 거론되는데.
"물론 스마트팜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소개되는 스마트팜은 순서가 틀렸다. 부가가치를 낼 만한 작물이나 종자에 대한 인식 없이 기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생명의 원천을 이해하고 종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연구를 하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겠다. 우리가 만들지 않아도 이용료를 내고 쓰면 된다. 그런 식으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면서 해야 하는 것이 종자산업이다."
-어떤 종자를 개발할 계획인가.
"쌀, 콩, 녹두, 고추, 배추, 참깨, 김 등 7가지 종자를 기획하고 있다. 쌀과 배추는 이미 수확이 되고 있다. 올해는 충북 괴산, 강원 횡성, 제주도에 쌀과 콩 종자를 재배하는 농지인 '채종포'를 4곳 운영하고 계약 재배를 통해 쌀 90톤, 콩나물 콩 200톤 이상을 수매해 제품에 적용할 것이다. 나머지는 연구개발 결과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종자 수는 한 품목에서도 여러 방향이 있기 때문에 계속 늘어날 것이다."
-개발비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당장은 힘들지만 우리는 상황이 아주 유리하다. 종자를 개발하고도 상품화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게 아니냐. 부가가치 높은 종자를 개발하고 생산해 제일제당에 공급하면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고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또 어느 시점에 꼭 필요한 종자도 보유할 수 있다. 그 가능성과 미래 시장성을 보고 그룹이 브리딩에 선행적으로 큰 투자를 하고 있고,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현재 아무것도 없는 시장을 만들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을 내놓을 것이다. 종자 주권을 넘어 인간의 삶을 위해 꼭 만들어 내야 하는 것들이다."
박미영기자 mypark@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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