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 2015 새해 새 비전
"각종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 과학기술 최고정보책임자(CIO)' 총괄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KISTI를 '국가 과학기술 CIO'로 변모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KISTI의과학기술 정보 서비스가 단순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개발(R&D)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의사결정자(Decision-Maker)'로 업그레이드되도록 수많은 지식정보에 '지능(Intelligence)'을 부여하는 일에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허, 논문, 기술 등 각종 과학기술 정보를 수집·공유·분석·가공해 수요자가 원하는 최적의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인텔리전스한 과학기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융합'을 키워드로, 안전과 재난·재해, 질병 등 국가와 사회 현안 해결형 연구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국민들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돕고 있다. 융합기술연구본부와 첨단정보융합본부를 전면에 내세워 융합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한 원장은 "예비타당성 결과가 조만간 나오는 대로 슈퍼컴퓨터 5호기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첨단과학기술연구망에 '차세대정의네트워크(SDN)'를 적용해 연구자의 R&D 수행에 필요한 최적의 고성능 네트워크망을 제공하는 등 과학기술 인프라 고도화에도 주력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취임 6개월 맞은 한 원장을 만나 비전과 계획을 들었다. -취임사에서 '국가 과학기술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현 방안은.
"KISTI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를 제공하고 있다. NTIS는 정부 R&D사업을 진행하는 17개 정부 부처와 청의 R&D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구축해 놓은 일종의 '국가 R&D 정보 지식포털'이다. 이를 통해 정부 R&D사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관리·유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지금까지 NTIS 시스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힘써 왔다면, 이제는 NTIS가 국가R&D '의사결정자'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NTIS에 있는 논문, 특허, 기술정보 등 방대한 자료와 데이터를 통합해 이를 기반으로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연구동향과 우리 과학기술 역량과 수준에 적합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R&D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문헌정보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각종 지식정보 조각을 한데 묶어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NTIS를 근간으로 KISTI는 과학기술 미래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 CIO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있다면.
"단순한 과학기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모아 지식으로 창출하고, 그 지식들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통찰력 있는 지능화된 역할을 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슈퍼컴퓨터 4호기에 이어 슈퍼컴퓨터 5호기 도입·구축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현재 슈퍼컴 4호기는 이용자 포화 상태이고, 유지보수 기간도 끝나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상반기 내 예정돼 있는 슈퍼컴 5호기 도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성공적으로 도입·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국가연구망으로 활용되는 100Gbps급 '첨단과학기술연구망'에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각광 받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를 접목해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고성능 네트워크를 제공할 계획이다. 연구 생산성과 효율성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자 한다."
-융합 관련 조직을 2개 본부체제로 개편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취임 이후 '융합기술연구본부'와 '첨단정보융합본부'를 신설했다. 첨단정보융합본부는 정보 수집과 공급자 중심의 정보화 패러다임이 근거 기간과 인간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다. 논문, 특허, 웹정보, 특허정보 등 다양한 정보 간 융합을 통해 지능화되고 통찰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할이 있다. 이를 위해 '분석형 정보융합서비스혁신(IAI)'에 기반한 과학기술 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자의 수요에 맞는 신뢰도 높은 정보를 분석·제공할 것이다.
융합기술연구본부는 과학기술 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다양한 과학기술 혁신을 지원함과 동시에 고성능컴퓨터(HPC)와 과학기술 데이터를 결합해 국가·사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즉, IT와 HPC 분야의 연구자들이 수행하는 다양한 연구와의 융합을 통해 출연연 미션에 맞게 국가 어젠다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됐다.
이미 선진국들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사이언스'를 국가·사회 현안 해결이나 혁신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융합기술연구본부는 태풍, 재난·재해 대응, 뇌질환, 감염병 등 인류와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HPC 기반의 기술 융합을 통해 해결하고, '디지털 사이언스'를 지향하기 위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사이언스 분야에선 융합 못지 않게 빅데이터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 R&D에서 체계적인 과학기술 정보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가 연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국민 모두가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각종 센서와 데이터로 구성된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IoT를 통해 쏟아져 나올 데이터 양이 지금보다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결국 빅데이터 수집·관리·제공을 위한 거버넌스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KISTI는 2009년 중장기 발전전략을 준비하면서 빅데이터를 '과학 데이터'로 이름 붙여 준비를 해 왔다.
IoT 시대에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관련 법안이나 제도 마련 등을 미래부와 협의해 '과학기술 분야 빅데이터 거버넌스'로서 역할을 준비해 갈 생각이다."
-고성능 네트워크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는 첨단연구망의 고도화 전략은.
"하드웨어 기반의 첨단연구망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새로 구축해 '사이버 융합·협업 연구'의 핵심 네트워크로 활용할 계획이다. SW 기반으로 첨단연구망을 운영하면 자원 활용도를 높여 연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첨단 연구망 이용자가 자신의 연구에 적합한 형태로 최적화해 활용할 수 있어 연구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인프라 구축 비용 절감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
-출연연 역할의 하나인 중소·중견기업의 성공적 지원방안은.
"중소기업 지원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해 나갈 것이다.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야 기업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가급적 더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원하는 지원 분야에 대한 솔루션을 구축해 기업들이 KIST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 속도를 높여 가도록 지원할 것이다.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에 기반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우리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동시에 관련 시장의 파이를 키워 나가도록 하겠다."
-SW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가 SW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인재를 양성해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대기업은 SW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고, 중소·벤처기업은 이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 주고 걱정 없이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는 SW 산업과 SW 기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SW 사업과 관련한 정부 조달체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SW 사업 수행 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요기관의 추가 과업 요구가 없도록 해야 하고, 추가 과업에 대해서는 적정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R&D 사업을 통해 SW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많이 만들어줘 세계적인 SW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ICT 발전을 위한 방안은.
"ICT 발전 덕분에 모든 분야와 산업에 ICT가 내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 조선, 제조업, 농업 등 모든 분야에 ICT가 접목되지 않고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다.
그렇다고 ICT의 껍질만 봐서는 안 된다. ICT를 좀 더 깊게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임베디드SW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임베디드SW에 대한 기술을 확보해야 융합을 더 잘할 수 있고, 미래를 선도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쉽게 비유하면, 얼굴을 예쁘게 하기 위해 ICT 기술을 메이크업에 쓰는 사람과 성형외과에 활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 중 누가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가. 당연히 성형외과 사람이 더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ICT를 단지 서비스 개념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ICT 관련 기반기술을 모아 좀 더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에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는 ICT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한선화 원장은…
○ 학력
-1978∼1982년 한양대 화학공학과 학사
-1985∼1987년 성균관대 정보공학 학사
-1987∼1989년 KAIST 전산학 석사
-1989∼1997년 KAIST 전산학 박사
○경력
-1997년 7월∼2000년 12월 연구개발정보센터 선임연구원
-2001년 1월∼2005년 12월 KISTI 해외정보실장
-2004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이사·부회장
-2004년 9월∼현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2006년 1월∼12월 KISTI 지식정보센터장
-2007년 1월∼2008년 8월 KISTI 정보기술개발단장
-2008년 9월∼2011년 10월 KISTI 정책연구실장
-2008년∼현재 대덕클럽 이사
-2011년 11월∼2012년 12월 KISTI 선임연구본부장
-2011년 4월∼2013년 3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복합 전문위원
-2013년 1월∼2014년 9월 KISTI 첨단정보연구소장
-2013년 9월∼현재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2013년∼현재 미래부 R&D 종합심의위원
-2014년∼2015년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공동대표
-2014년 9월∼현재 KISTI 원장
○포상
-2006년 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11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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