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수수료 과다요구 경험…차별적 취급도 51%
■ 온라인 유통시장 현주소는
(상) 무한경쟁 속 불공정 거래
국내 온라인쇼핑 산업의 대표주자인 오픈마켓 시장은 연 10% 이상 성장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18조원(거래액 기준)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는 오픈마켓 3사의 모바일 비중이 5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낮은 수수료로 시장 진입이 쉬워 소상공인에게는 열린 공간이지만 치열한 생존의 장이 된 오픈마켓의 현주소와 개선점 등을 살펴본다.
#오픈마켓에서 의류·잡화를 판매하는 A업체는 한달새 광고비를 3배 이상으로 늘렸다. 오픈마켓 업체가 의류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면서 이에 대한 각각의 광고를 진행하라고 요구했기 때문. 강제성은 없었지만 광고비를 들이지 않으면 노출 빈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투자를 늘려야 했다.
#판매자 B씨는 오픈마켓에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팔아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 정산 시 8%의 수수료를 제하고 920만원이 입금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들어온 돈은 850만원이었다. 정산서 작성은 오픈마켓 업체 입장에서 이뤄져 세부내역을 확인할 수 없고 담당자와 통화도 되지 않아 70만원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온라인쇼핑 대중화에 따라 오픈마켓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판매자들의 만족도는 낮은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의 '소상공인 대상 설문조사 및 온라인쇼핑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오픈마켓 내 판매업체는 총 3만8654곳으로, G마켓, 11번가, 옥션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오픈마켓에 판매업체가 내는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6∼12% 선으로 백화점(40% 이상)과 소셜커머스(20%대)보다 낮지만 판매자 수가 많아 1∼2%의 마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마켓은 같은 상품이라도 가장 싼 상품 위주로 팔리는 박리다매 구조여서 수수료 인상이나 광고비 지출 등은 판매자들의 순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광고 등 각종 수수료를 과다 요구하면 판매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가 분류한 최근 3년간 오픈마켓의 불공정거래 유형 중 판매자의 72.9%가 광고비 등 비용·판매 수수료 과다 요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판매 상품별로는 유아용품 판매자가 이 유형을 가장 많이 경험(93.8%)했다고 응답했으며, 화장품·미용(88.9%), 취미·스포츠용품(76.7%), 자동차용품(76.5%), 생활용품(75.6%) 순이었다.
이어 부당한 차별적 취급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51.7%로 뒤를 이었다. 할인쿠폰 기준이 불분명하고 특정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차별하는 불공정거래다. 이어 과도한 상품가격 인하 등 사업활동 방해 (20.1%), 부당한 고객 유인(11.1%),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19.5%)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의 2011년 오픈마켓 판매자 설문조사에서도 광고비 등 비용 과다 요구, 부당 차별 취급행위가 각각 65.7%∼88.4%와 47.8%∼56.5%로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지난 3년간 시장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일방적 정산 절차(40.3%), 귀책 사유에 대한 일방적 책임 전가(38.9%), 합의된 서면 계약서의 부재(28.9%), 직간접 판매대행으로 인한 판매 교란(19.1%), 부당한 거래 거절(17.4%), 직원 부조리(4%) 등의 문제도 새롭게 지적됐다. 이 중 '직간접 판매대행으로 인한 판매교란 행위'는 오픈마켓업체가 특정 업체를 내세우거나 별도 법인을 설립, 부당하게 제품을 구매해 일방적으로 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편법 영업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조사에서 오픈마켓에 대한 판매자 만족도도 매우 낮아 5점 만점에 2.28점을 기록했다. 특히 광고비에 대한 만족도는 1.86점으로 가장 낮았고, 부가서비스 비용(2.04점), 판매수수료(1.81점), 상품노출 기회(2.12점) 순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상공인들은 자금·홍보능력 부족 등으로 오프라인 매장 대신 전자상거래 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고 관리할 법체계가 부족하다"며 "판매자들은 정부 차원의 수수료 조정·관리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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