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기초의과학자 육성정책에 대한 소고](http://contents.dt.co.kr/images/201502/20150204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기초의과학자 육성정책에 대한 소고")
1886년 서양의학을 최초로 가르치는 제중원에서 시작된 의학교육은 기초의학 지식 교육을 통해 의료와 관련된 모든 인재를 양성하도록 했다. 고도로 전문화된 의사를 양성하는 현대 의학교육에서 기초의학 교육은 해부학, 조직학, 생화학, 미생물학, 면역학, 생리학, 약리학, 기생충학, 병리학, 예방의학과 같은 전통적 교과목 이외에도 의공학, 생물정보학, 의학교육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분야를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초의과학자 육성의 어려움은 BK21을 통한 MD-PhD 육성 제도, MRC의 기초의과학자 육성책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사 출신 기초의과학자의 감소 경향은 20여 년 이상 지속됐고, 조만간 그 존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많은 기초의학 전공자들의 공통된 의견이 된지도 벌써 오래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특성을 가진 대학 졸업생들이 의학과 결합하여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의 학문적 상승효과를 기대하며 설립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의 경우 졸업생들이 오히려 장기간의 학업기간과 등록금의 부담 상승 등으로 인해 기초의학을 더 외면하게 만들게 된 것 같다. 또한 임상교수나 개업의의 7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급여,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기초의과학 전공자들에게 요구되는 행정능력 및 연구능력에 대한 어려움이 기초의과학자 양성에 대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2006년 9월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했던 「의·치의학 복합학위(M.D./D.D.S.-Ph.D.) 도입 계획」은 일정 부분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많은 수의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의과대학으로 돌아가면서 현재는 그 효과가 미미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기초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위과정 동안의 경제적 문제 해결, 교원 임용을 위한 안정성 확보가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기초의학 과목 중 전문의 제도 시행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예방의학, 병리학과 같은 기초의학 전문의 제도를 기초의과학 전 분야에서 시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또한 의사 면허를 받은 이후 기초의과학 및 의과학 분야에 헌신하는 과학자를 육성하는 의사-과학자 프로그램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의과학 전문의는 건강관련 정보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한 의사 양성에 필요한 교육 수행, 보건교육 및 건강증진을 위한 과학적 지식의 제공자,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의사 역할에 맞는 지속적 학습능력 제공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기초의과학의 발전은 곧 의학 발전의 근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우리나라 의료 수준에 비하여 의과대학의 순위는 기대에 한참 못 미쳐 세계 톱클래스에 이름을 올리기 어려운 현실을 이젠 직시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즉, 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과 여러 선진국에서처럼 의과대학의 연구력이 증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우수한 MD와 PhD 연구자들이 의과대학에 집결해야 할 것이다. 기초의과학의 발전 없이는 100년이 지나도 하버드 의대의 의학 발전 영향력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과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연구에 대한 열망은 크지만 기초의학을 선택하지는 않겠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의과대학이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 양성이라는 목표를 뛰어넘어 전 세계 인류의 질병 퇴치라는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기초의과학 육성이 필요할 것이다. 즉, 정부와 의학협회의 강력한 '기초의과학자 육성책'을 통해서 기초의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20년간 기초의과학을 전공하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라져만 갔다. 차세대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를 담당할 인재 육성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MRC를 통한 기초의과학 육성사업, 교육부의 BK21사업을 통한 복합학위 지원사업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강화된 실질적 지원책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의학의 높아진 의료 수준 유지 및 바이오산업 육성의 중추가 될 기초의과학자 육성은 정부, 의학계, 보건의료산업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이 글을 쓴다.
윤경식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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