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문답을 보면 100세 시대가 얼마나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40세 남성과 여성이 90세 동창회에서 친구 100명 중 몇 명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계청 생명표(2011년)를 기준으로 따져봤더니 남성은 16명, 여성은 36명이었다. 이보다 10년 전 생명표(2001년) 기준으로는 남성 8명, 여성 20명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10년 새 두 배가 된 것이다. 의학기술의 발달 등을 감안하면 이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생 100세 시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노후의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평균 수명 70∼80세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라는 눈앞의 현실과 70∼80세에 맞춰진 우리의 인식 간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그 임무를 수행할 주체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이다. 전체 인구의 14.6%(2010년 기준 712만5000명)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인생 100세 시대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었다. 한국 전쟁 후 잿더미 속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주신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고 산업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베이비부머의 활약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79달러에서 2013년 2만4000달러로 300배 이상 급증했다. 경제성장 뿐 아니라, 민주화에 기여했고,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베이비부머의 맏형인 1955년생이 올해 60대에 접어들면서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는 부실한 실정이다. 부모님 봉양하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는 58.4점에 불과하다. 은퇴준비의 4대 영역 지수(재무, 건강, 활동, 관계) 중에서 재무 지수가 53.4점으로 가장 낮았고, 은퇴 후 여가 및 사회활동에 대한 준비를 의미하는 활동 지수는 55.9점, 건강 지수는 60.2점, 인간관계 측면의 준비를 가리키는 관계 지수는 63.7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퇴준비가 부실하지만, 베이비부머는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경제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낸 경험을 되살려 인생 100세 시대의 개척자라는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재무 준비가 부족한 탓에 베이비부머는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일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라는 별칭이 붙은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베이비부머의 일하려는 의욕의 징표로 `내일 배움 카드'를 꼽았다. 내일 배움 카드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만들 수 있는데, 1년 내에 200만원까지 다양한 직업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베이비부머 퇴직자는 물론 전업 주부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 카드를 활용해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 라이프디자인 매거진은 지난해 10월호를 통해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도전기를 소개했다. 금융회사에서 정년퇴직한 L씨(58)는 퇴직 후 뒷방 늙은이로 주저앉고 싶지 않아 재취업에 도전해 그는 현재 렌터카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또 Y씨(58)는 정년 퇴직 후 구직 사이트를 뒤져 몇몇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 몇 달간 낙심하며 지내던 중 TV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서 구청에서 일하게 된 사연을 접하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복지회관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100세 시대의 롤모델이 흔하지 않다. 그래서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90세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70세를 훌쩍 넘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처럼 인생 후반전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하게 접하며 자신의 인생 계획에 참고하는 영국인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더 많은 베이비부머가 인생 100세 시대 개척자의 소명을 수행하고, 그들의 사연이 널리 확산돼 인생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인생 100세 시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노후의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평균 수명 70∼80세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라는 눈앞의 현실과 70∼80세에 맞춰진 우리의 인식 간 차이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그 임무를 수행할 주체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이다. 전체 인구의 14.6%(2010년 기준 712만5000명)를 차지하는 거대 인구 집단인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인생 100세 시대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었다. 한국 전쟁 후 잿더미 속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주신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고 산업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베이비부머의 활약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79달러에서 2013년 2만4000달러로 300배 이상 급증했다. 경제성장 뿐 아니라, 민주화에 기여했고,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베이비부머의 맏형인 1955년생이 올해 60대에 접어들면서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의 은퇴 준비는 부실한 실정이다. 부모님 봉양하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은퇴준비지수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는 58.4점에 불과하다. 은퇴준비의 4대 영역 지수(재무, 건강, 활동, 관계) 중에서 재무 지수가 53.4점으로 가장 낮았고, 은퇴 후 여가 및 사회활동에 대한 준비를 의미하는 활동 지수는 55.9점, 건강 지수는 60.2점, 인간관계 측면의 준비를 가리키는 관계 지수는 63.7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퇴준비가 부실하지만, 베이비부머는 좌절하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경제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낸 경험을 되살려 인생 100세 시대의 개척자라는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재무 준비가 부족한 탓에 베이비부머는 퇴직 후에도 계속해서 일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라는 별칭이 붙은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베이비부머의 일하려는 의욕의 징표로 `내일 배움 카드'를 꼽았다. 내일 배움 카드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만들 수 있는데, 1년 내에 200만원까지 다양한 직업 교육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베이비부머 퇴직자는 물론 전업 주부들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 카드를 활용해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 라이프디자인 매거진은 지난해 10월호를 통해 베이비부머의 재취업 도전기를 소개했다. 금융회사에서 정년퇴직한 L씨(58)는 퇴직 후 뒷방 늙은이로 주저앉고 싶지 않아 재취업에 도전해 그는 현재 렌터카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또 Y씨(58)는 정년 퇴직 후 구직 사이트를 뒤져 몇몇 회사에 입사지원을 했지만, 연락이 오는 곳이 없었다. 몇 달간 낙심하며 지내던 중 TV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따서 구청에서 일하게 된 사연을 접하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복지회관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100세 시대의 롤모델이 흔하지 않다. 그래서 100세 시대를 생각하면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90세를 바라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70세를 훌쩍 넘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처럼 인생 후반전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흔하게 접하며 자신의 인생 계획에 참고하는 영국인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더 많은 베이비부머가 인생 100세 시대 개척자의 소명을 수행하고, 그들의 사연이 널리 확산돼 인생 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장경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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