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하이닉스 `3D 수직구조 V낸드` 대표적
LG `G시리즈`-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도 눈길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조직문화` 뒷받침돼야
LG `G시리즈`-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도 눈길
`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조직문화` 뒷받침돼야
■ 우리가 창조경제 `퍼스트무버`
지난 1월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년 하례식에서 "5년전, 10년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자동차, IT, 선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수출과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 중국과 일본이 협공을 가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던 하드웨어 기술 격차도 점점 좁혀져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이같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돌파해야=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제품과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여나갔다. 반도체, TV,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현재 한국의 산업을 떠받들고 있는 산업군들은 그동안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며 세계 일류의 자리에 도달했다. 하지만 세계 1위가 된 지금은 더 이상 따라하거나 모방할 상대가 없게 됐다. 오히려 이제 중국 등 신흥국가들이 그동안 한국의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뒤쫓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다시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다. 한국의 삼성과 LG는 일본보다 먼저 디스플레이 패널에 과감히 투자해 일본 기업들을 누르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8세대 라인에 투자하는 등 한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설립 이후 포드자동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코티나'를 조립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1974년 독자 고유모델인 `포니'를 개발 생산한 이후 빠르게 선진 자동차 회사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 이후 8년째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대수는 2002년 271만대에서 2012년 712만대로 2.6배 늘어났다. 자동차 분야는 IT와 함께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수출이 정체되고 내수에서도 수입차들에 밀려 부진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차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싸고 품질 좋은 차'라는 한국자동차의 경쟁력이 상실한 것이다.
한국 산업이 처한 이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퍼스트 무버' 전략이다. 피터 언더우드는 지난 2012년 `퍼스트 무버'에서 "그동안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급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터 언더우드의 책이 소개된 이후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이제 남들을 따라하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 나가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끌어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피터 언더우드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창의성'을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동안 얼마나 `창의성'에 대해 무심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퍼스트 무버 전략의 핵심은 역동성'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측면에서 퍼스트 무버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하고, 대중 시장화를 선도하고 시장을 재정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패 용인하는 창조적 조직 문화 뒷받침돼야=다행스럽게도 최근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퍼스트 무버로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내놓은 `갤럭시 기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는 비록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전세계 IT 시장에 웨어러블 기기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퍼스트무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 구조 낸드(V낸드)를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V낸드는 수평으로 배열하던 기존 방식을 수직으로 바꾸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성능과 내구성까지 향상시킨 제품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선도 제품'이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주력 사업에서 고객이 선택하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선도 상품으로 반드시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퍼스트 무버'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G 시리즈' 스마트폰은 시장 선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2012년 출시한 세계 최소형 모바일 프린터인 `포켓포토'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 선도형 제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의 정체를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명차들의 디자인과 기능을 따라했다면 앞으로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해외 고급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 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는 이같은 결과물이다. `싸고 좋은 차'라는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능으로 유럽 명차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달 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들이 기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직원들까지 마인드와 조직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꿔야한다. 기존의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는 창조적인 개척정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 주요산업 현안진단' 보고서에서 "기존의 혁신 방식이나 관행들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폭넓은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인력구성과 유연한 조직운영으로 도전적 시도를 허용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지난 1월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년 하례식에서 "5년전, 10년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자동차, IT, 선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확대되면서 성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수출과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 중국과 일본이 협공을 가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으로 내세우던 하드웨어 기술 격차도 점점 좁혀져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이같은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이다.
◇위기의 한국경제, 퍼스트무버 전략으로 돌파해야=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제품과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높여나갔다. 반도체, TV,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현재 한국의 산업을 떠받들고 있는 산업군들은 그동안 선진국을 빠르게 쫓아가며 세계 일류의 자리에 도달했다. 하지만 세계 1위가 된 지금은 더 이상 따라하거나 모방할 상대가 없게 됐다. 오히려 이제 중국 등 신흥국가들이 그동안 한국의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빠르게 뒤쫓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다시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다. 한국의 삼성과 LG는 일본보다 먼저 디스플레이 패널에 과감히 투자해 일본 기업들을 누르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8세대 라인에 투자하는 등 한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설립 이후 포드자동차와 기술제휴를 맺고 `코티나'를 조립하던 회사였다. 하지만 1974년 독자 고유모델인 `포니'를 개발 생산한 이후 빠르게 선진 자동차 회사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 이후 8년째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대수는 2002년 271만대에서 2012년 712만대로 2.6배 늘어났다. 자동차 분야는 IT와 함께 대표적으로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는 수출이 정체되고 내수에서도 수입차들에 밀려 부진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저의 영향으로 일본차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싸고 품질 좋은 차'라는 한국자동차의 경쟁력이 상실한 것이다.
한국 산업이 처한 이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퍼스트 무버' 전략이다. 피터 언더우드는 지난 2012년 `퍼스트 무버'에서 "그동안 한국 경제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급성장했다면 앞으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터 언더우드의 책이 소개된 이후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이제 남들을 따라하는 데서 벗어나,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 나가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단기간에 급성장을 이끌어온 효율성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급변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한계가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피터 언더우드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창의성'을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한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이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동안 얼마나 `창의성'에 대해 무심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간한 `퍼스트 무버 전략의 핵심은 역동성'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업 측면에서 퍼스트 무버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하고, 대중 시장화를 선도하고 시장을 재정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패 용인하는 창조적 조직 문화 뒷받침돼야=다행스럽게도 최근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며 퍼스트 무버로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내놓은 `갤럭시 기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는 비록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전세계 IT 시장에 웨어러블 기기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퍼스트무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 정신'을 제대로 구현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 구조 낸드(V낸드)를 개발해 메모리 반도체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V낸드는 수평으로 배열하던 기존 방식을 수직으로 바꾸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성능과 내구성까지 향상시킨 제품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 역시 `선도 제품'이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주력 사업에서 고객이 선택하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선도 상품으로 반드시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퍼스트 무버'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G 시리즈' 스마트폰은 시장 선도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가 2012년 출시한 세계 최소형 모바일 프린터인 `포켓포토'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 선도형 제품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의 정체를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 명차들의 디자인과 기능을 따라했다면 앞으로는 고급화 전략을 통해 해외 고급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 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는 이같은 결과물이다. `싸고 좋은 차'라는 기존의 전략에서 벗어나 고급스러움과 첨단 기능으로 유럽 명차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대차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달 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들이 기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직원들까지 마인드와 조직문화를 전면적으로 바꿔야한다. 기존의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문화에서는 창조적인 개척정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 주요산업 현안진단' 보고서에서 "기존의 혁신 방식이나 관행들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폭넓은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인력구성과 유연한 조직운영으로 도전적 시도를 허용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희종기자 min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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