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꿈꾸던 어떤 사람이 나무를 잘 다룬다는 목수를 수소문 해 드디어 집짓기를 시작했다.
숲 속에 그림처럼 아름답게 자리 잡은 집을 상상하며 몇 달을 기다렸지만 목수의 작업은 영 속도가 나질 않았다.
재촉하고 읍소도 했지만 목수의 작업은 빨라지기는커녕 요구만 늘어갔다.
쉴 새 없이 나무를 사다 날라야 했고 작업대와 전기톱 같은 연장 구입비도 예산을 초과했다.
지친 집주인은 슬슬 목수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재영수증 검토는 물론 아침 일찍 작업장에 가 목수가 오는 시간, 일하는 시간을 체크했다.
자재 검토에 한계를 느끼자 결국 집주인은 별도의 건축 전문가를 불렀다.
목수와 건축전문가, 졸지에 둘이나 감독을 하게 된 집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 아들까지 동원해야 했다.
그러자 두 식구의 식사 등을 챙기기 위해 부인까지 현장에 살게 됐다.
제대로 된 집 하나 지으려다 온 가족이 집 밖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연구개발(R&D) 사업도 이 주인의 집짓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다.
목수가 나무를 제대로 다루는 지 보다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어떻게 하면 목수가 멋진 통나무집을 지어줄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 과학기술 R&D 사업을 추진하는 데 11조67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방과 인문사회 분야를 제외한 20개부처 414개 연구개발 사업계획을 담은 `201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과학기술 R&D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었다.
새 정부의 경제기조인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R&D에 올해보다 5.9% 늘어난 3조9112억원을 쓰고 창업과 중소중견기업 역량 강화, ICTㆍSW융합 분야에 올해보다 26.7% 늘어난 1조135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최근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가 R&D에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홍원 총리가 과학기술심의회의에서 언급했듯 앞으로 우리나라가 계속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새 기술을 시장에 먼저 내놓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R&D 시스템이 과연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목수를 감독하기 위해 온 식구가 매달리는 것처럼 연구팀 관리에 과다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보는 대신 일하는 시간만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실제로 그동안 연구자들은 관료적인 연구개발 평가방식과 정량적인 실적평가 방식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R&D에 따른 특허나 논문은 늘었지만 그 질이나 유용성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실현'을 정부의 새로운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R&D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최근 정부가 실패한 연구자도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패한 R&D의 과정을 적극 공개하도록 독려해 다른 연구자들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부처별로 필요한 R&D를 추진하는 방식에서 탈피, 여러 부처가 협력해 R&D를 추진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부처 협력 R&D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제대로 된 목수를 구하는 것은 물론, 목수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윤옥 생활과학부장
숲 속에 그림처럼 아름답게 자리 잡은 집을 상상하며 몇 달을 기다렸지만 목수의 작업은 영 속도가 나질 않았다.
재촉하고 읍소도 했지만 목수의 작업은 빨라지기는커녕 요구만 늘어갔다.
쉴 새 없이 나무를 사다 날라야 했고 작업대와 전기톱 같은 연장 구입비도 예산을 초과했다.
지친 집주인은 슬슬 목수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재영수증 검토는 물론 아침 일찍 작업장에 가 목수가 오는 시간, 일하는 시간을 체크했다.
자재 검토에 한계를 느끼자 결국 집주인은 별도의 건축 전문가를 불렀다.
목수와 건축전문가, 졸지에 둘이나 감독을 하게 된 집주인은 잠시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 아들까지 동원해야 했다.
그러자 두 식구의 식사 등을 챙기기 위해 부인까지 현장에 살게 됐다.
제대로 된 집 하나 지으려다 온 가족이 집 밖에서 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연구개발(R&D) 사업도 이 주인의 집짓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다.
목수가 나무를 제대로 다루는 지 보다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체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어떻게 하면 목수가 멋진 통나무집을 지어줄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내년도 과학기술 R&D 사업을 추진하는 데 11조67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방과 인문사회 분야를 제외한 20개부처 414개 연구개발 사업계획을 담은 `201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과학기술 R&D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2.2% 늘었다.
새 정부의 경제기조인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R&D에 올해보다 5.9% 늘어난 3조9112억원을 쓰고 창업과 중소중견기업 역량 강화, ICTㆍSW융합 분야에 올해보다 26.7% 늘어난 1조135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아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최근의 어려운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가 R&D에 꾸준히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홍원 총리가 과학기술심의회의에서 언급했듯 앞으로 우리나라가 계속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새 기술을 시장에 먼저 내놓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하고, 그러려면 적극적인 R&D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R&D 시스템이 과연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는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목수를 감독하기 위해 온 식구가 매달리는 것처럼 연구팀 관리에 과다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보는 대신 일하는 시간만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실제로 그동안 연구자들은 관료적인 연구개발 평가방식과 정량적인 실적평가 방식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R&D에 따른 특허나 논문은 늘었지만 그 질이나 유용성은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의 실현'을 정부의 새로운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R&D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최근 정부가 실패한 연구자도 재도전 기회를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본다.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실패한 R&D의 과정을 적극 공개하도록 독려해 다른 연구자들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부처별로 필요한 R&D를 추진하는 방식에서 탈피, 여러 부처가 협력해 R&D를 추진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부처 협력 R&D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좋은 집을 지으려면 제대로 된 목수를 구하는 것은 물론, 목수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윤옥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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