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연구해서 어디에 씁니까?"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내용에 대해서 발표를 끝내고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자 가장 대답하기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응용 분야를 또는 응용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으면 발표자 입장에서도 청중의 입장에서도 불안한 시대이다. 세계적 거장인 미국의 한 화학자는 목적 지향적 그리고 기능 지향적 화학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표현한 적도 있다.
필자의 관점에서 화학은 `어떻게(how?) 화학'과 `만약에(what if) 화학'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화학'은 목적 지향적인 화학 분야이다.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적용 및 응용 가능한 대상을 선택한 후에, 기존에 알고 있는 화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화학적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화학 분야이다. 이와 같은 연구에는 항상 더 좋은(better), 또는 다른 연구자보다 먼저(faster)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곳으로 가기 위한 어떻게(how?)를 연구하기 때문에, "그거 연구해서 어디에 씁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을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만약에 화학'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중심인 화학 분야이다. 연구 대상에 화학적 자극을 주어 대상의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화학 분야이다. 연구 대상으로부터 목적하는 결과를 얻고자하기 보다는, `만약에 이런 자극을 주면 어떻게 반응할까? , 만약에 저런 자극을 주면 어떻게 반응할까?'와 같이 연구 대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 대상을 화학적으로 제어하려는 분야이다. 만약에 화학은, 연구원들이 가끔 질문하는 `어떤 결과가 나와야합니까?'를 본질적으로 시작단계에서 묻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목적하는 결과를 얻을까?"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의 질문 차이로 어떻게 화학과 만약에 화학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2년 올해 선정된 필자의 `세포 피포화 창의연구단'은 `만약에 화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달걀껍질과 같이 딱딱한 껍질을 화학적으로 만들어, 껍질 안에 살아있는 세포들을 가두는 연구를 한다(물론 껍질을 만드는 방법론에서는 `어떻게 화학'을 연구한다). 왜 세포는 일반적으로 계란과 같은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세포에 단단한 껍질을 씌우면 어떻게 될까?
껍질 속에 가둬진 세포는 행복해 할까, 불행해 할까?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에서 세포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껍질 속에 가두어진 세포는 옆에 있는 친구 세포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공유할까? 외부에서 발생하는 자외선ㆍ열ㆍ먹이부재ㆍ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이기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세포를 화학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호기심과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세포에 화학적 껍질을 입혀 새로운 세포 세계를 화학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찾아보고자 한다.
초ㆍ중고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에는 필자의 연구 내용 중에 실생활에 친숙한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연꽃잎 위에서처럼 또르르 굴러가고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는 물방울, 물방울을 튕겨 나가게 하거나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게 하는 표면, 유리껍질로 둘러싸인 생명체,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 등 물어보면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대답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거 연구해서 어디에 씁니까?'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한다. 더 좋은(better) 그리고 더 빨리(faster)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약간 뒤로 물러나,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것에 흥분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만약에(what if)를 추구하는 여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최인성 KAIST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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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관점에서 화학은 `어떻게(how?) 화학'과 `만약에(what if) 화학'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화학'은 목적 지향적인 화학 분야이다.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적용 및 응용 가능한 대상을 선택한 후에, 기존에 알고 있는 화학적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화학적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화학 분야이다. 이와 같은 연구에는 항상 더 좋은(better), 또는 다른 연구자보다 먼저(faster)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곳으로 가기 위한 어떻게(how?)를 연구하기 때문에, "그거 연구해서 어디에 씁니까?"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을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만약에 화학'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중심인 화학 분야이다. 연구 대상에 화학적 자극을 주어 대상의 반응을 관찰함으로써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화학 분야이다. 연구 대상으로부터 목적하는 결과를 얻고자하기 보다는, `만약에 이런 자극을 주면 어떻게 반응할까? , 만약에 저런 자극을 주면 어떻게 반응할까?'와 같이 연구 대상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 대상을 화학적으로 제어하려는 분야이다. 만약에 화학은, 연구원들이 가끔 질문하는 `어떤 결과가 나와야합니까?'를 본질적으로 시작단계에서 묻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목적하는 결과를 얻을까?"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의 질문 차이로 어떻게 화학과 만약에 화학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2년 올해 선정된 필자의 `세포 피포화 창의연구단'은 `만약에 화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달걀껍질과 같이 딱딱한 껍질을 화학적으로 만들어, 껍질 안에 살아있는 세포들을 가두는 연구를 한다(물론 껍질을 만드는 방법론에서는 `어떻게 화학'을 연구한다). 왜 세포는 일반적으로 계란과 같은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세포에 단단한 껍질을 씌우면 어떻게 될까?
껍질 속에 가둬진 세포는 행복해 할까, 불행해 할까?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에서 세포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껍질 속에 가두어진 세포는 옆에 있는 친구 세포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공유할까? 외부에서 발생하는 자외선ㆍ열ㆍ먹이부재ㆍ충격 등의 스트레스를 이기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세포를 화학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호기심과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세포에 화학적 껍질을 입혀 새로운 세포 세계를 화학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찾아보고자 한다.
초ㆍ중고생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에는 필자의 연구 내용 중에 실생활에 친숙한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연꽃잎 위에서처럼 또르르 굴러가고 원하는 위치로 움직이는 물방울, 물방울을 튕겨 나가게 하거나 중력을 거슬러 위로 올라가게 하는 표면, 유리껍질로 둘러싸인 생명체,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 등 물어보면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대답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거 연구해서 어디에 씁니까?'라고 물어보지 않는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한다. 더 좋은(better) 그리고 더 빨리(faster)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약간 뒤로 물러나,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이해해가는 것에 흥분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만약에(what if)를 추구하는 여유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최인성 KAIST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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