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상기된 얼굴로 뛰어와 자랑스럽게 시험지를 부모에게 내민다. 시험지에는 커다란 글씨로 100점이란 점수가 써 있다. 환하게 웃으며 아이에게 칭찬을 쏟아놓던 부모는 결국 참지 못하고 기어이 참던 질문을 던지고야 만다.
"너희 반에 너 말고 100점 맞은 애는 몇 명이나 되니?"
돌아온 답변이 한 두명 정도라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쉴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크게 영향 받는다고 한다. 아이의 성적보다 등수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의 지위나 재산이 남들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만족감도 달라진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도 내가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남들이 뭘 찾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뇌 실험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자신이 받은 돈이 다른 사람보다 적은 것을 알았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많이 실망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행과 트렌드에 남달리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 N스크린 등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 재빨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 이같은 적극성과 빠른 실행력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저항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 발전시킨 덕분에 급변하는 IT시장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대응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마트폰의 선전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체화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 불필요한 인력을 투입하거나 자원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신기술에 맞춰 사업 변화가 필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 할 경우 우리 기업들은 경쟁사의 동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고객의 요구를 세심하게 연구하고 자체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투입에 비해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도 적지 않다.
플랫폼 선점을 위해 너도나도 개설한 앱마켓 플레이스는 어느 곳 하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앞다퉈 선보인 SNS 서비스 역시 이용자들에게 어필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의 프레임에 빠져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보다 한발 앞서 SNS서비스를 선보인 싸이월드는 SNS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대신 부족한 검색의 보완에 힘을 쏟았고 결국 두 분야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려면 적어도 그 전에 어떤 분야에 해당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실행과 관련한 논의는 아직 너무 미흡하다.
최근 기업마다 새로운 사업과 신기술 적용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 고민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이는 고객과 사업을 실행하는 조직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진단이 바탕이 돼야 한다.
관심의 초점을 다른 아이에게 맞추면 정말 중요한 내 아이의 눈물은 볼 수 없게 된다. 신기술, 경쟁사의 동향에 앞서 우리 조직의 상황, 우리 고객의 취향이 중요한 이유다.
장윤옥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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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반에 너 말고 100점 맞은 애는 몇 명이나 되니?"
돌아온 답변이 한 두명 정도라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쉴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실망하는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 크게 영향 받는다고 한다. 아이의 성적보다 등수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나의 지위나 재산이 남들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만족감도 달라진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도 내가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남들이 뭘 찾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뇌 실험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자신이 받은 돈이 다른 사람보다 적은 것을 알았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많이 실망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우리나라 기업들도 유행과 트렌드에 남달리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 N스크린 등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 재빨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 이같은 적극성과 빠른 실행력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저항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 발전시킨 덕분에 급변하는 IT시장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대응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스마트폰의 선전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트렌드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체화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 불필요한 인력을 투입하거나 자원을 낭비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신기술에 맞춰 사업 변화가 필요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 할 경우 우리 기업들은 경쟁사의 동향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고객의 요구를 세심하게 연구하고 자체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투입에 비해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것도 적지 않다.
플랫폼 선점을 위해 너도나도 개설한 앱마켓 플레이스는 어느 곳 하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앞다퉈 선보인 SNS 서비스 역시 이용자들에게 어필을 못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의 프레임에 빠져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남보다 한발 앞서 SNS서비스를 선보인 싸이월드는 SNS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대신 부족한 검색의 보완에 힘을 쏟았고 결국 두 분야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등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려면 적어도 그 전에 어떤 분야에 해당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실행과 관련한 논의는 아직 너무 미흡하다.
최근 기업마다 새로운 사업과 신기술 적용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 고민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의 도입을 통해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이는 고객과 사업을 실행하는 조직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진단이 바탕이 돼야 한다.
관심의 초점을 다른 아이에게 맞추면 정말 중요한 내 아이의 눈물은 볼 수 없게 된다. 신기술, 경쟁사의 동향에 앞서 우리 조직의 상황, 우리 고객의 취향이 중요한 이유다.
장윤옥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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