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택시 막말녀' 사건을 포함한 최근 몇 년간에 발생한 사건을 통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부작용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다. 인터넷은 SNS에 의해 온갖 내밀하고 사사로운 내용으로 가득찬 무제한의 거대한 기억장치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단 인터넷에 기억되면 그 글이 씌어졌던 구체적인 맥락은 사라지고, 타인들이 단편적인 내용으로 현재의 시각에서 판단되어 반론의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그 도의적 책임을 요구받거나 편견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인터넷의 특성상 글들은 여러 개의 사이트로 순식간에 퍼져 전부를 지우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자신의 삶에 평생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본인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을 알게 된다면 누구라도 무기력감과 공포심에 극단적인 선택조차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들은 `사람들은 공유하기를 원한다' `개인정보는 죽었다'라며 온라인 세상에서 프라이버시 권리는 잊혀진 권리라는 이데올로기를 앞다투어 쏟아내고 있으며, 책임을 이용자들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 우리는 이러한 위험과 인터넷 기업들의 책임방기를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유럽연합의 `잊혀질 권리' 입법화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의 게시물이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로, 인터넷 이용자에게 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정보에 대해 삭제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의 자기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무엇을 어떠한 목적으로 얼마간 기억해야 할 지에 대해 정보주체의 통제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사회적 기억에 대한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미 잊혀질 권리는 국내법에서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정정 및 삭제 요청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 대한 삭제 요청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잊혀질 권리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잊혀질 권리인가이다.잊혀질 권리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개인의 인격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경우에 어떤 대상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에 허용되는지, 회복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현실적인 법적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삭제권 보장 외에도 언론 보도자료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난 경우 삭제 의무 대신 소명자료 링크, 반대의견 링크, 최신자료 링크, 논쟁의 여지가 있다거나 거짓으로 판명되었다는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 등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ㆍ구글 같은 해외 온라인 서비스는 우리 국민들의 개인정보 통제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우리도 유럽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법제에 국내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서버가 대한민국 밖에 있더라도 이 법의 적용을 받음을 명시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사이버정보공유 및 보호법안(CISPA)의 통과여부에 따라 구글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 세계 회원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들의 글과 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미국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잊혀질 권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잊혀질 권리의 보장을 통해 기억 권하는 글로벌 온라인 세상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프라이버시 권리가 세상에서 잊혀지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ㆍ사이버국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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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우리는 이러한 위험과 인터넷 기업들의 책임방기를 막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유럽연합의 `잊혀질 권리' 입법화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 이용자가 본인의 게시물이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로, 인터넷 이용자에게 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 정보에 대해 삭제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의 자기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무엇을 어떠한 목적으로 얼마간 기억해야 할 지에 대해 정보주체의 통제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상에서의 사회적 기억에 대한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미 잊혀질 권리는 국내법에서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정정 및 삭제 요청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망법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 대한 삭제 요청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잊혀질 권리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잊혀질 권리인가이다.잊혀질 권리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개인의 인격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경우에 어떤 대상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에 허용되는지, 회복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현실적인 법적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삭제권 보장 외에도 언론 보도자료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난 경우 삭제 의무 대신 소명자료 링크, 반대의견 링크, 최신자료 링크, 논쟁의 여지가 있다거나 거짓으로 판명되었다는 표시를 의무화하는 것 등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ㆍ구글 같은 해외 온라인 서비스는 우리 국민들의 개인정보 통제권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우리도 유럽연합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기존 법제에 국내 거주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서버가 대한민국 밖에 있더라도 이 법의 적용을 받음을 명시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사이버정보공유 및 보호법안(CISPA)의 통과여부에 따라 구글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 세계 회원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들의 글과 통신에 대한 감청을 허용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미국 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잊혀질 권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잊혀질 권리의 보장을 통해 기억 권하는 글로벌 온라인 세상에서 국민들의 소중한 프라이버시 권리가 세상에서 잊혀지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ㆍ사이버국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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