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헌 서울대 화학부 교수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실 때, 이 한잔의 물 속에 외계의 별과 성운에 있었던 물 분자가 약 80% 가량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 현재 지구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물의 대부분이 사실상 머나먼 우주에서 만들어졌고, 아주 오랜 기간을 거쳐 지구로 운반되어 왔다는 것이 최근의 과학적 연구 결과이다.
이러한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지구는 우주에서 물질적으로 고립된 행성이 아니며, 끊임없이 외계와 분자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화학적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외계에서 도입된 분자들 중에는 생명체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처럼 상당히 복잡한 유기분자들도 있다. 이들이 오래 전에 지구상에 생명의 씨앗을 잉태시키는 데에 중요하게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지구상에 첫 번째 생명체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 라는 의문은 굳이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하게 여겼을 원천적인 질문일 것이다. 이 해답을 얻으려는 연구는 예전에는 한 때 공상과학의 범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과학적 증거를 위주로 한 체계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명의 기원 을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탐구하려면, 먼저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복잡한 유기물들이 지구상에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는 화학적 연구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일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도전이라고 기분 나쁘게 여길 수도 있겠으며, 이러한 과학적 추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것이라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좁은 시각이다.
인간이 지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의 영역에는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역사의 교훈으로 배워 왔다. 예를 들면 갈릴레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등은 종교와의 갈등을 겪으며 발전되었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정신 활동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며, 이 원칙은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다만, 갈등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연구할 때는 우리가 책임감을 인식하고 주의 깊게 다루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래된 화석들의 증거에 의하면,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지금부터 대략 35억년 전 경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생물학자인 오파린은 이러한 원시 지구의 대기(암모니아, 메탄, 수소, 물 분자 등이 주성분)에 번개와 같은 외부 에너지에 의해 간단한 유기물들이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설을 실험으로 점검하기 위해, 1950년대에 미국의 유레이와 밀러는 원시 대기를 모방한 기체에 전기방전을 일으켜 상당량의 아미노산이 생성되었음을 관찰하였다. 이 실험은 생명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기분자들이 무기물만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원시 지구의 환경에서 생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생명 탄생의 신비를 푼 듯한 착각을 주며 곧바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유레이-밀러 실험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이 가정한 원시 대기의 조성이 잘못되었으며, 따라서 지구상에서 번개 등에 의해 아미노산이 생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대안으로 이후에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 매우 다양한 가설들이 제안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주장은 생명 탄생에 필요한 기본 물질들이 외계로부터 지구로 도입되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최근에 적외선 망원경을 사용한 천체의 관측 능력이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광활한 우주 공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이 존재함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서, 지구로 날아온 운석들에서 다양한 유기분자들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1969년에 호주의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에서는 70가지가 넘는 아미노산이 발견되었다(지구상의 생명체는 단지 20여 가지의 아미노산들로 구성됨). 현재는 상당수의 과학자들이 운석으로부터 상당량의 유기분자들이 지구로 도입되었으리라는 설명에 동의하며, 이 외계 분자들이 원시 지구에서의 생명체 탄생에 기여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계분자 기원설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논제는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생성될 수 있는가 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천문학자와 화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마주하고 풀어나가야 할 연구 과제이다.
이러한 융합적 연구분야를 천체화학이라 하며, 요즘에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계생물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천체화학 연구가 진행되는 방법으로서,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우주 공간을 관찰하여 다양한 분자들의 존재 여부를 밝힌다. 또한 화학자들은 실험실 내에서 우주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이 상황에서 우주에서 관찰된 분자들이 생성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한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 얻어지고 있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성간 환경에 존재하는 얼음 먼지에서 아미노산 분자들이 생성되고 다양한 구조로 변화하는 진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생명의 과학적 기원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고 아마도 인류에게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매우 근원적인 질문으로서 과학적으로 흥미 있는 연구 대상임에 틀림없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이루어낸 발견들은 아직까지 매우 미미하여 단편적인 지식들의 축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 호기심에 기인한 탐구 활동을 통해 우주의 화학 등 새로운 과학 영역이 개척되는 것은 과학의 특성 및 발전 과정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잠시 생각을 돌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간이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노력은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몸은 의학적으로 볼 때 유기분자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고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물질적 근간은 화학반응이다. 따라서 물질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정의한다면,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대신에 생각하는 분자 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화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과정은 분자 (인간)가 분자를 탐구하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 아닐까? 철학자들의 말처럼 생각할수록 인간이란 존재는 역설이고 모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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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지구는 우주에서 물질적으로 고립된 행성이 아니며, 끊임없이 외계와 분자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화학적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외계에서 도입된 분자들 중에는 생명체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처럼 상당히 복잡한 유기분자들도 있다. 이들이 오래 전에 지구상에 생명의 씨앗을 잉태시키는 데에 중요하게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지구상에 첫 번째 생명체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 라는 의문은 굳이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하게 여겼을 원천적인 질문일 것이다. 이 해답을 얻으려는 연구는 예전에는 한 때 공상과학의 범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과학적 증거를 위주로 한 체계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생명의 기원 을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탐구하려면, 먼저 생명체의 근간을 이루는 복잡한 유기물들이 지구상에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가는 질문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는 화학적 연구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일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도전이라고 기분 나쁘게 여길 수도 있겠으며, 이러한 과학적 추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킬 것이라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좁은 시각이다.
인간이 지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의 영역에는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오랜 역사의 교훈으로 배워 왔다. 예를 들면 갈릴레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등은 종교와의 갈등을 겪으며 발전되었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정신 활동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며, 이 원칙은 과학적 탐구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다만, 갈등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들을 연구할 때는 우리가 책임감을 인식하고 주의 깊게 다루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래된 화석들의 증거에 의하면, 지구상에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지금부터 대략 35억년 전 경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생물학자인 오파린은 이러한 원시 지구의 대기(암모니아, 메탄, 수소, 물 분자 등이 주성분)에 번개와 같은 외부 에너지에 의해 간단한 유기물들이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설을 실험으로 점검하기 위해, 1950년대에 미국의 유레이와 밀러는 원시 대기를 모방한 기체에 전기방전을 일으켜 상당량의 아미노산이 생성되었음을 관찰하였다. 이 실험은 생명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기분자들이 무기물만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원시 지구의 환경에서 생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생명 탄생의 신비를 푼 듯한 착각을 주며 곧바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유레이-밀러 실험에 대한 현재의 평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들이 가정한 원시 대기의 조성이 잘못되었으며, 따라서 지구상에서 번개 등에 의해 아미노산이 생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대안으로 이후에도 생명의 기원에 관한 매우 다양한 가설들이 제안되어 왔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주장은 생명 탄생에 필요한 기본 물질들이 외계로부터 지구로 도입되었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최근에 적외선 망원경을 사용한 천체의 관측 능력이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광활한 우주 공간에는 다양한 종류의 분자들이 존재함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서, 지구로 날아온 운석들에서 다양한 유기분자들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면, 1969년에 호주의 머치슨 지역에 떨어진 운석에서는 70가지가 넘는 아미노산이 발견되었다(지구상의 생명체는 단지 20여 가지의 아미노산들로 구성됨). 현재는 상당수의 과학자들이 운석으로부터 상당량의 유기분자들이 지구로 도입되었으리라는 설명에 동의하며, 이 외계 분자들이 원시 지구에서의 생명체 탄생에 기여하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외계분자 기원설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중요한 논제는 우주 공간에서 다양한 분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생성될 수 있는가 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천문학자와 화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마주하고 풀어나가야 할 연구 과제이다.
이러한 융합적 연구분야를 천체화학이라 하며, 요즘에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계생물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천체화학 연구가 진행되는 방법으로서, 천문학자들은 적외선 망원경으로 우주 공간을 관찰하여 다양한 분자들의 존재 여부를 밝힌다. 또한 화학자들은 실험실 내에서 우주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이 상황에서 우주에서 관찰된 분자들이 생성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한다.
최근 필자의 연구실에서 얻어지고 있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성간 환경에 존재하는 얼음 먼지에서 아미노산 분자들이 생성되고 다양한 구조로 변화하는 진화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생명의 과학적 기원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고 아마도 인류에게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매우 근원적인 질문으로서 과학적으로 흥미 있는 연구 대상임에 틀림없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이루어낸 발견들은 아직까지 매우 미미하여 단편적인 지식들의 축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순수 호기심에 기인한 탐구 활동을 통해 우주의 화학 등 새로운 과학 영역이 개척되는 것은 과학의 특성 및 발전 과정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잠시 생각을 돌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인간이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노력은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몸은 의학적으로 볼 때 유기분자의 집합체로 구성되어 있고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물질적 근간은 화학반응이다. 따라서 물질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정의한다면,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 대신에 생각하는 분자 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화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과정은 분자 (인간)가 분자를 탐구하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 아닐까? 철학자들의 말처럼 생각할수록 인간이란 존재는 역설이고 모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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