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요즘 `스마트 그리드'란 말이 자주 얘기된다. 무엇보다 에너지 고갈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인프라로서 IT가 기존 에너지 체계에 접목되면서 가능해진 기술이다. 그러나 스마트 그리드란 말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에 앞서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구조적 의미를 지닌다.
스마트란 말은 상황 변화를 감지하여 자기 조절하는 기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드는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들의 네트워크 구조가 그리드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어느 특정 개체에 링크가 집중되는 것이 아닌 바둑판과 같이 분산화된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종합하면 `스마트 그리드'란 전체를 구성하는 분산화된 개체들이 각자 자기조절을 통해 상황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일련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자율적 분산ㆍ통합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류에서 하류로 공급되는 기존 단방향식(one-way) 집중화 에너지 공급체계는 쌍방향식(two-way) 분산화 체계로 변환되어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거둔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하에서는 개별단위가 전체 중앙통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수동적 개체가 아니라 전체를 구성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화하는 의미가 있다. 그야말로 부분과 전체가 소통되는 체계로서, 이는 상당히 생태적이다. 작금의 소셜 네트워크화 현상도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개인의 역할이 증대되는 측면에서 스마트 그리드와 비슷하다. 생태계 시스템에서는 개별단위의 작은 것, 소규모가 기본이고 중요하다. 헛바람이 들어간 큰 것, 대규모가 아니라 내력을 지닌 알찬 작은 것이 의미가 있다. 또 이러한 작은 것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큰 것이 힘을 지니며 지속가능하다.
그러고 보면요즘 주위에 큰 것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예전 같지 않다. 대규모 사업들이 참여자들이 챙기는 실속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을 경험하면서 큰 집 보다는 작은 집이 선호된다. 기계가 만든 대량생산 제품보다는 사람 손으로 만든 차별화된 소량제품에 사람들의 시선이 간다. 어느새 우리 사회가 양보다는 질을, 외형보다는 건전성,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것은 작기 때문에 위험도 적다. 과거 미국 서부와 동부지역에서의 대규모 정전 현상의 주된 원인이 지역 간 전력 공급이 끊김없이 이어지는 거대 릴레이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즉 소규모 독립된 네트워크 시스템이었다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 우리는 크기를 좋아했다. 기업들도 계열기업 수나 외형을 늘이는 경쟁에 혈안이었다. 그러다가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서서히 질적 성장으로 변모하여 갔다. 경제가 고도성장하고 남을 쫓는 시대에 의미가 있는 규모의 경제도 더 이상 예전처럼 금과옥조가 아니다. 세상은 이미 거기서 훌쩍 떠나 있는데, 우리들은 아직 거기에 상당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때다. 작은 것은 단순히 크기가 작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일 사이에 밀도가 높은 착근적(embedded) 관계의 의미가 담겨있다. 일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촘촘하고 숙명적이다. 이러한 기초들이 모여 차원 높은 문화를 이룬다. 그러니까 문화는 개별성, 착근성, 지역성 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황당함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두바이의 아찔함보다는 유럽의 조그만 상점들이 여운을 남긴다.
일찍이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책에서 `자족적 소규모 경제'를 주창한 바 있다. 현대의 복잡한 경제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요즘 세태에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자기의 능력을 벗어나 과도한 확장은 화를 불러오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 결국 전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물러섬의 지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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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란 말은 상황 변화를 감지하여 자기 조절하는 기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드는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들의 네트워크 구조가 그리드 형태를 취하는 것으로 어느 특정 개체에 링크가 집중되는 것이 아닌 바둑판과 같이 분산화된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종합하면 `스마트 그리드'란 전체를 구성하는 분산화된 개체들이 각자 자기조절을 통해 상황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일련의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자율적 분산ㆍ통합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류에서 하류로 공급되는 기존 단방향식(one-way) 집중화 에너지 공급체계는 쌍방향식(two-way) 분산화 체계로 변환되어 에너지 사용의 비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를 거둔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하에서는 개별단위가 전체 중앙통제 시스템에 의존하는 수동적 개체가 아니라 전체를 구성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화하는 의미가 있다. 그야말로 부분과 전체가 소통되는 체계로서, 이는 상당히 생태적이다. 작금의 소셜 네트워크화 현상도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능동적 주체로서 개인의 역할이 증대되는 측면에서 스마트 그리드와 비슷하다. 생태계 시스템에서는 개별단위의 작은 것, 소규모가 기본이고 중요하다. 헛바람이 들어간 큰 것, 대규모가 아니라 내력을 지닌 알찬 작은 것이 의미가 있다. 또 이러한 작은 것들이 모였을 때 비로소 큰 것이 힘을 지니며 지속가능하다.
그러고 보면요즘 주위에 큰 것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예전 같지 않다. 대규모 사업들이 참여자들이 챙기는 실속 앞에 휘청거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을 경험하면서 큰 집 보다는 작은 집이 선호된다. 기계가 만든 대량생산 제품보다는 사람 손으로 만든 차별화된 소량제품에 사람들의 시선이 간다. 어느새 우리 사회가 양보다는 질을, 외형보다는 건전성,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것은 작기 때문에 위험도 적다. 과거 미국 서부와 동부지역에서의 대규모 정전 현상의 주된 원인이 지역 간 전력 공급이 끊김없이 이어지는 거대 릴레이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즉 소규모 독립된 네트워크 시스템이었다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 우리는 크기를 좋아했다. 기업들도 계열기업 수나 외형을 늘이는 경쟁에 혈안이었다. 그러다가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서서히 질적 성장으로 변모하여 갔다. 경제가 고도성장하고 남을 쫓는 시대에 의미가 있는 규모의 경제도 더 이상 예전처럼 금과옥조가 아니다. 세상은 이미 거기서 훌쩍 떠나 있는데, 우리들은 아직 거기에 상당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때다. 작은 것은 단순히 크기가 작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일 사이에 밀도가 높은 착근적(embedded) 관계의 의미가 담겨있다. 일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촘촘하고 숙명적이다. 이러한 기초들이 모여 차원 높은 문화를 이룬다. 그러니까 문화는 개별성, 착근성, 지역성 등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알맹이 없는 황당함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두바이의 아찔함보다는 유럽의 조그만 상점들이 여운을 남긴다.
일찍이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라는 책에서 `자족적 소규모 경제'를 주창한 바 있다. 현대의 복잡한 경제구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요즘 세태에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자기의 능력을 벗어나 과도한 확장은 화를 불러오고 남에게 피해를 주어 결국 전체를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물러섬의 지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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