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양적 성장보다 성공적 성과물에 중점둬야"
■ IT인력양성 좌담회
기업의 IT 전문가(멘토)가 IT 관련 학과 대학생(멘티)을 지도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T 멘토링 사업은 정부의 인력양성 사업 중에서 취업률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와 멘토, 멘티, 교수 등 참여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4년 시작돼 7년째를 맞고 있는 IT 멘토링 사업은 사업 자체의 성과를 더욱 높이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을 모색하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부, 대학, 기업의 인력양성 전문가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IT인력양성 좌담회를 갖고 IT 멘토링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
권장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단장
양해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
유홍준 삼성SDS 상무
이교찬 KTDS 상무
이중만 호서대학교 교수 (이상 가나다순)
김기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사회)
△사회=2004년 IT 인력의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IT 멘토링 사업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IT 멘토링 사업의 성과에 대해 얘기해달라.
△권장우 단장=IT 멘토링 사업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인력양성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IT 멘토는 2004년 37명에서 2009년 1960명으로 늘어났고, 한 해 배출되는 멘티는 2004년 554명에서 2009년 3966명으로 확대됐다. 또 한 해 수행되는 프로젝트는 2004년 86건에서 2009년 119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IT 멘토링 프로젝트 결과물은 매년 열리는 한이음 엑스포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IT 멘토링 사업은 과거의 온라인 멘토링 방식 위주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멘토링이 강화됨에 따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IT 멘토링 방식을 다른 사업영역에 접목시키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 멘토링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IT 멘토링 사업이 시작된 지 7년이 됐고 멘토와 멘티가 크게 늘어난 만큼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데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사회=말씀하신 것처럼 IT 멘토링 사업은 성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대학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학과 기업은 IT 멘토링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를 얘기해봤으면 한다.
△양해정 부단장=올해 28건의 IT 멘토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IT 인턴십에 17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대학 설립 때부터 IT 멘토링과 연관된 과정을 운영해왔다. 졸업작품(프로젝트) 개발에 필수학점을 부여해 4학년 학생은 반드시 졸업작품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졸업작품 아이템은 학생이 직접 기업에 가서 해당기업의 애로사항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발굴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또 3학년 학생이 4학점이 배정된 현장실습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시화반월공단에 위치해 인근에 중소기업이 많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멘토링 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현장실습 과정 등을 통해 연결된 우수 학생을 점찍어 해당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 후 취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사회=IT 멘토링 프로젝트를 경험한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과 취업률은 어떻다고 보는가.
△양해정=멘토링과 인턴십을 경험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긍정적이다. 대학 수업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현장감을 많이 습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멘토링과 인턴십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취업 후 숙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뽑아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직률도 훨씬 낮다.
△이교찬 상무=KTDS는 2008년에 KT와 KTF의 시스템 관리 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기업으로, 효과적인 인력확보 방안으로 멘토링 제도를 택해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의 주된 대상은 신입사원이다. 신입사원은 6개월, 경력사원은 3개월 동안 멘토의 지도를 받게 되며, 매달 강도 높게 점검을 한다. 대표가 강하게 주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멘토링이 체질화돼있다. KTDS 멘토링의 주된 내용은 업무 기술의 전수이다.
△이중만 교수=IT 멘토링 사업은 기초소양교육부터 직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사전교육을 제공하고 실제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이를 경험한 학생은 취업한 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학의 커리큘럼 내에서는 4학년 1학기 졸업 프로젝트에 3학점을 부여하고, 2학기 인턴십 과정에 3학점을 부여하는 등 총 6학점을 배정하고 있다.
멘토링 사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멘토링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미리 알게 돼 취업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사회=IT 멘토링과 인터십을 수행한 학생에게 학점을 주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양해정=2년제 대학의 경우 현장실습에 대해 학점을 인정하는 비율이 80% 이상이다. 4년제 대학의 경우 공과가 많이 발전돼 있는 대학은 필수학점으로 인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문과 위주인 대학은 선택학점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삼성SDS는 초창기부터 멘토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52명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유홍준 상무=멘토로 활동하는 직원들 중 훌륭한 사람이 많다.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삼성SDS 세미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멘토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들이다. 대학에서는 보통 세부 과목별로 교육이 진행되는데, 최근 IT 기술이 복합화되는 추세여서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 인적자원이다. 잘 가르칠 필요가 있다. 삼성SDS는 1년에 32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멘토 활동도 사회적인 봉사 개념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며, 멘토들은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생보다는 지방의 대학생들과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 삼성SDS 멘토들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주로 지방대의 학생들이다.
또 멘토 입장에서 보면 가르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갖게 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갖게 된다. 학생들도 선배들이 좋은 기술은 물론, 다양한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좋아하고 있다.
△이교찬=멘토들이 느끼는 만족감이 굉장히 크며 리더십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삼성SDS는 멘토 활동을 사회봉사 점수로 인정해주고 있어 멘토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모든 기업이 회사 차원에서 멘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주제를 바꿔 멘토링을 경험한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얘기해보자.
△이교찬=KTDS의 경우 지난해 인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이 76%에 달한다. 당초 인턴직을 뽑을 때부터 고용연계까지 염두를 뒀기 때문이다. KTDS는 인턴에게 단순 업무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실제 과업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일대 일로 멘토가 확실하게 지도를 하고 있다. 3개월간 집중적으로 교육한 신입사원보다 6개월간 멘토링을 경험한 신입사원을 현업 부서에서 더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에 업무에 합류해 선배들과 실전경험을 쌓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모든 인턴이 KTDS에 취업하는 것은 아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홍준=국내 상위 5~6개 기업을 기준으로 신입사원이 3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최소 25% 이상일 것으로 본다. 대학에서 직업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적성과 직무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보다는 기업의 브랜드나 급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브랜드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면 실망하기 쉽다. 이 때문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손실이다. 삼성SDS는 3학년생 인턴 300명을 뽑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각 1개월씩, 총 2개월간 인턴생활을 하게 한다.
△양해정=멘토링과 인턴십의 또 다른 장점은 지방대 학생들에게도 대기업의 문호가 개방된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 출신만 모이게 되면 자칫 집단화되고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본다. 멘토링과 인턴십 제도를 통해 4년간 열심히 공부한 지방대 학생에게 고등학교 때 잠깐 공부하지 않은 것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회=멘토링과 인턴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수들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잘 지도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멘토링과 인턴십 등 산학협력 활동에 적극적인 교수들에 대한 평가나 보상은 어떤가.
△양해정=많은 대학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산학협력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교수에 대한 평가는 아직 부족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SCI 연구논문을 중심으로 교수업적을 평가하다 보니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비중이 적은 편이다.
△권장우=최근 지식경제부는 인력양성 사업 평가기준을 바꿔 교수 업적평가에서 산학협력 활동 비중을 높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적지 않은 대학이 교수에 대한 평가에서 산학협력 활동비중을 높이기 시작하고 있다.
△사회=앞서 언급한 것처럼 IT 멘토링 사업은 신입사원의 이직을 감소시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준다. 또 멘토링과 인턴십을 경험한 신입사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원에 비해 재교육 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사업을 잘 몰라 활용하는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멘토링과 인턴십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양해정=학생들이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인턴십 제도에 대한 정보를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대학들이 취업담당관을 두고 있지만, 취업담당관들도 이를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또 IT 멘토링과 인턴십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수도 꽤 있다. 대학 스스로가 이같은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학생과 기업이 좀 더 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유홍준=산학협력에 대해 살펴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학과 기업의 활발하게 협력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솔루션을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의 요구와 제안이 맞아야 하는데, 우리 실정은 그와 같은 기회를 갖기 어렵다. 대학은 기업이 너무 앞선 선행적 기술을 얘기한다고 하고, 기업은 대학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얘기를 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삼성SDS와 같은 IT 서비스 분야에 대해 명문대 출신만 많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를 잘 모르고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학생과 기업이 서로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SDS의 경우 천안 지역에 300명이 근무하고 있고, 거제에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별로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이 때 해당 지역 대학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기업과 대학이 이같은 상황을 서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중만=학생들은 보통 대기업, 서울 지역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을 거쳐서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신입사원이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면 중도에 탈락할 확률이 낮아진다.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 더 많은 사전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과 더 잘 맞는 기업을 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유홍준=학생들에게 다양한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IT 개발자도 CEO, 컨설턴트, 아키텍트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제시하고 자신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기업과 대학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유기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유홍준=대학의 취업담당관들이 IT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IT도 분야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고, IT 기업에도 다양한 전공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잘 압축하고 배열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인데, 이같은 일에는 국문학과 출신자가 필요하다. 취업담당관들을 대상으로 IT 업계 동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양해정=대학의 취업담당관들은 보통 2학기 들어가면 정신 없으니 그 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사회=마지막으로 IT 인력양성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권장우=IT 멘토링 사업은 가장 중점적인 IT 인력양성 사업이기 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IT 멘토링 사업은 이제 프로젝트 건수보다는 성공적인 프로젝트 성과물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하며,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홍준=IT 멘토링 사업을 통해 지방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생각이다.
△이중만=멘토링이나 인턴십 모두 교수가 많이 신경을 쓰면 성과가 좋다. 교수가 더 많이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업에서 모바일 등 최근 관심이 큰 프로젝트를 많이 제안해주길 바란다.
△이교찬=대학 IT 관련 학과에서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기업의 이름만 보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미리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들이 이 부분을 잘 지도해주길 바란다.
△양해정=대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턴십이나 멘토링 제도가 대학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더 노력해 대학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들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강동식기자 dskang@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기업의 IT 전문가(멘토)가 IT 관련 학과 대학생(멘티)을 지도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IT 멘토링 사업은 정부의 인력양성 사업 중에서 취업률 향상 등 가시적인 성과와 멘토, 멘티, 교수 등 참여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2004년 시작돼 7년째를 맞고 있는 IT 멘토링 사업은 사업 자체의 성과를 더욱 높이고, 전 사회적으로 확산을 모색하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정부, 대학, 기업의 인력양성 전문가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IT인력양성 좌담회를 갖고 IT 멘토링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
권장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단장
양해정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부단장
유홍준 삼성SDS 상무
이교찬 KTDS 상무
이중만 호서대학교 교수 (이상 가나다순)
김기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사회)
△사회=2004년 IT 인력의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IT 멘토링 사업은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IT 멘토링 사업의 성과에 대해 얘기해달라.
△권장우 단장=IT 멘토링 사업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인력양성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IT 멘토는 2004년 37명에서 2009년 1960명으로 늘어났고, 한 해 배출되는 멘티는 2004년 554명에서 2009년 3966명으로 확대됐다. 또 한 해 수행되는 프로젝트는 2004년 86건에서 2009년 119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IT 멘토링 프로젝트 결과물은 매년 열리는 한이음 엑스포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IT 멘토링 사업은 과거의 온라인 멘토링 방식 위주에서 벗어나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멘토링이 강화됨에 따라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IT 멘토링 방식을 다른 사업영역에 접목시키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 멘토링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IT 멘토링 사업이 시작된 지 7년이 됐고 멘토와 멘티가 크게 늘어난 만큼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데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사회=말씀하신 것처럼 IT 멘토링 사업은 성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대학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뒤따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학과 기업은 IT 멘토링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를 얘기해봤으면 한다.
△양해정 부단장=올해 28건의 IT 멘토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IT 인턴십에 17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대학 설립 때부터 IT 멘토링과 연관된 과정을 운영해왔다. 졸업작품(프로젝트) 개발에 필수학점을 부여해 4학년 학생은 반드시 졸업작품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졸업작품 아이템은 학생이 직접 기업에 가서 해당기업의 애로사항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발굴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대는 또 3학년 학생이 4학점이 배정된 현장실습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시화반월공단에 위치해 인근에 중소기업이 많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IT 멘토링 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벤처정신으로 무장된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현장실습 과정 등을 통해 연결된 우수 학생을 점찍어 해당학생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졸업 후 취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사회=IT 멘토링 프로젝트를 경험한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과 취업률은 어떻다고 보는가.
△양해정=멘토링과 인턴십을 경험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긍정적이다. 대학 수업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현장감을 많이 습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멘토링과 인턴십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취업 후 숙달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뽑아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직률도 훨씬 낮다.
△이교찬 상무=KTDS는 2008년에 KT와 KTF의 시스템 관리 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기업으로, 효과적인 인력확보 방안으로 멘토링 제도를 택해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의 주된 대상은 신입사원이다. 신입사원은 6개월, 경력사원은 3개월 동안 멘토의 지도를 받게 되며, 매달 강도 높게 점검을 한다. 대표가 강하게 주문을 하고 있기 때문에 멘토링이 체질화돼있다. KTDS 멘토링의 주된 내용은 업무 기술의 전수이다.
△이중만 교수=IT 멘토링 사업은 기초소양교육부터 직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사전교육을 제공하고 실제 프로젝트 수행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이를 경험한 학생은 취업한 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대학의 커리큘럼 내에서는 4학년 1학기 졸업 프로젝트에 3학점을 부여하고, 2학기 인턴십 과정에 3학점을 부여하는 등 총 6학점을 배정하고 있다.
멘토링 사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멘토링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은 물론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을 미리 알게 돼 취업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
△사회=IT 멘토링과 인터십을 수행한 학생에게 학점을 주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양해정=2년제 대학의 경우 현장실습에 대해 학점을 인정하는 비율이 80% 이상이다. 4년제 대학의 경우 공과가 많이 발전돼 있는 대학은 필수학점으로 인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문과 위주인 대학은 선택학점으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삼성SDS는 초창기부터 멘토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52명이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유홍준 상무=멘토로 활동하는 직원들 중 훌륭한 사람이 많다.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삼성SDS 세미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멘토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들이다. 대학에서는 보통 세부 과목별로 교육이 진행되는데, 최근 IT 기술이 복합화되는 추세여서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 인적자원이다. 잘 가르칠 필요가 있다. 삼성SDS는 1년에 32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멘토 활동도 사회적인 봉사 개념으로 접근을 하고 있으며, 멘토들은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생보다는 지방의 대학생들과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 삼성SDS 멘토들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주로 지방대의 학생들이다.
또 멘토 입장에서 보면 가르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갖게 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자부심도 갖게 된다. 학생들도 선배들이 좋은 기술은 물론, 다양한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좋아하고 있다.
△이교찬=멘토들이 느끼는 만족감이 굉장히 크며 리더십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삼성SDS는 멘토 활동을 사회봉사 점수로 인정해주고 있어 멘토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널리 확산됐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모든 기업이 회사 차원에서 멘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주제를 바꿔 멘토링을 경험한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얘기해보자.
△이교찬=KTDS의 경우 지난해 인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이 76%에 달한다. 당초 인턴직을 뽑을 때부터 고용연계까지 염두를 뒀기 때문이다. KTDS는 인턴에게 단순 업무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동안 실제 과업을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일대 일로 멘토가 확실하게 지도를 하고 있다. 3개월간 집중적으로 교육한 신입사원보다 6개월간 멘토링을 경험한 신입사원을 현업 부서에서 더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에 업무에 합류해 선배들과 실전경험을 쌓기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모든 인턴이 KTDS에 취업하는 것은 아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유홍준=국내 상위 5~6개 기업을 기준으로 신입사원이 3년 내에 퇴사하는 비율이 최소 25% 이상일 것으로 본다. 대학에서 직업 선택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적성과 직무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보다는 기업의 브랜드나 급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브랜드만 보고 회사를 선택하면 실망하기 쉽다. 이 때문에 퇴사하는 신입사원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손실이다. 삼성SDS는 3학년생 인턴 300명을 뽑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각 1개월씩, 총 2개월간 인턴생활을 하게 한다.
△양해정=멘토링과 인턴십의 또 다른 장점은 지방대 학생들에게도 대기업의 문호가 개방된다는 것이다. 상위권 대학 출신만 모이게 되면 자칫 집단화되고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본다. 멘토링과 인턴십 제도를 통해 4년간 열심히 공부한 지방대 학생에게 고등학교 때 잠깐 공부하지 않은 것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사회=멘토링과 인턴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수들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잘 지도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멘토링과 인턴십 등 산학협력 활동에 적극적인 교수들에 대한 평가나 보상은 어떤가.
△양해정=많은 대학이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산학협력 활동을 열심히 하는 교수에 대한 평가는 아직 부족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SCI 연구논문을 중심으로 교수업적을 평가하다 보니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비중이 적은 편이다.
△권장우=최근 지식경제부는 인력양성 사업 평가기준을 바꿔 교수 업적평가에서 산학협력 활동 비중을 높이는 대학에 가산점을 주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적지 않은 대학이 교수에 대한 평가에서 산학협력 활동비중을 높이기 시작하고 있다.
△사회=앞서 언급한 것처럼 IT 멘토링 사업은 신입사원의 이직을 감소시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준다. 또 멘토링과 인턴십을 경험한 신입사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원에 비해 재교육 비용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사업을 잘 몰라 활용하는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멘토링과 인턴십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양해정=학생들이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인턴십 제도에 대한 정보를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대학들이 취업담당관을 두고 있지만, 취업담당관들도 이를 빠뜨리는 경우가 많다. 또 IT 멘토링과 인턴십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수도 꽤 있다. 대학 스스로가 이같은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부가 이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학생과 기업이 좀 더 쉽게 연결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유홍준=산학협력에 대해 살펴보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학과 기업의 활발하게 협력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원하는 솔루션을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의 요구와 제안이 맞아야 하는데, 우리 실정은 그와 같은 기회를 갖기 어렵다. 대학은 기업이 너무 앞선 선행적 기술을 얘기한다고 하고, 기업은 대학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얘기를 한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삼성SDS와 같은 IT 서비스 분야에 대해 명문대 출신만 많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를 잘 모르고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학생과 기업이 서로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SDS의 경우 천안 지역에 300명이 근무하고 있고, 거제에 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별로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이 때 해당 지역 대학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기업과 대학이 이같은 상황을 서로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중만=학생들은 보통 대기업, 서울 지역 기업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을 거쳐서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신입사원이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면 중도에 탈락할 확률이 낮아진다. 인턴십을 시작하기 전에 더 많은 사전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이 자신과 더 잘 맞는 기업을 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유홍준=학생들에게 다양한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IT 개발자도 CEO, 컨설턴트, 아키텍트 등 다양한 진로가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다.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제시하고 자신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기업과 대학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유기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유홍준=대학의 취업담당관들이 IT 서비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IT도 분야가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고, IT 기업에도 다양한 전공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잘 압축하고 배열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인데, 이같은 일에는 국문학과 출신자가 필요하다. 취업담당관들을 대상으로 IT 업계 동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양해정=대학의 취업담당관들은 보통 2학기 들어가면 정신 없으니 그 전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사회=마지막으로 IT 인력양성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권장우=IT 멘토링 사업은 가장 중점적인 IT 인력양성 사업이기 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IT 멘토링 사업은 이제 프로젝트 건수보다는 성공적인 프로젝트 성과물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하며,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유홍준=IT 멘토링 사업을 통해 지방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생각이다.
△이중만=멘토링이나 인턴십 모두 교수가 많이 신경을 쓰면 성과가 좋다. 교수가 더 많이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업에서 모바일 등 최근 관심이 큰 프로젝트를 많이 제안해주길 바란다.
△이교찬=대학 IT 관련 학과에서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기업의 이름만 보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미리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들이 이 부분을 잘 지도해주길 바란다.
△양해정=대학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턴십이나 멘토링 제도가 대학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더 노력해 대학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들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강동식기자 dskang@
사진=김동욱기자 g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