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일 IT정책연구소장
최근 경력 11년차 개발자인 A씨가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IT업계를 떠나게 됐다고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일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알아보고 부탁하면서 버텨왔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부모님과 형제들의 도움으로 지방 소도시에 설렁탕집을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를 만난 것은 2년전 쯤 온라인에서였다. 당시 다음 아고라 방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개발자가 `어느 개발자의 사직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IT업계를 떠나겠다는 내용의 이 글에 개발자의 신세를 한탄하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고,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고 노동부장관에게 사이버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와는 `야근 없는 세상'이라는 카페에서 만나 의견공유도 많이 했고, 대안을 찾기 위해 여론화 작업도 같이 했었다. 그의 희망은 나이가 먹어 머리가 허옇게 되더라도 개발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젠 장시간 개발일마저도 일거리가 없어 마침내 이 업계를 떠나고 만 것이다.
아마도 그 혼자라면 굶는 한이 있더라도 개발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늦게 결혼한 그에게 네 살과 한 살 배기 아이가 있으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IT정책 홀대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일본이 경기 진작을 위해 IT분야에 각각 연간 300억달러(약 41조원)와 3년간 3조엔(약 4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슈퍼 추경예산 30조원 중 3381억원만이 IT 관련분야에 배정된 것이다. 이는 IT관련 추경예산 요구액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IT를 일자리를 줄이는 산업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의하면, 매출 10억원 당 IT 소프트웨어의 고용 창출 효과는 24.4명으로 건설업(16.6명)이나 제조업(10.2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T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정책홀대가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던 A씨 같은 IT개발자를 업계에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발자 중 경력이 제법 있는 고급 개발자의 상당수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면서 4대 보험 울타리 밖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IT 업종 전반에 어려움이 닥치면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른 시간 내에 업계를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야 한다. 얼마 되진 않지만 실직자에게 지급되는 6개월 실직 보험금조차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해답은 없는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의 뉴딜정책에서 해답의 힌트를 찾을 수 있고 본다.
오바마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을 국유화하고 자동차 회사를 국유화한 것만 알려져 있는데, 위기 극복의 또 다른 해법으로 노조탄압 금지와 연방정부의 계약업체가 바뀔 경우 고용승계를 의무화했다.
노조 단결과 노동자 고용유지방안이 노동자의 일정 소득을 유지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가 되살아나 경기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30년 경제위기 때도 미국에서는 대규모 토목공사만 한 것이 아니라 `와그너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한국의 IT산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뉴딜정책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그동안 개발자의 임금을 빼앗아 가는 것과 다름없는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고, 시간외 근무에 대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도록 감시와 정책지원을 하며, 정부발주 프로젝트에 고용의무 점수를 높게 평가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있다.
IT개발자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중산층 수준이 돼 내수 활성화의 토대가 되게 하는 것, 그게 지금 필요한 IT산업 뉴딜정책이다.
그를 만난 것은 2년전 쯤 온라인에서였다. 당시 다음 아고라 방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던 개발자가 `어느 개발자의 사직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IT업계를 떠나겠다는 내용의 이 글에 개발자의 신세를 한탄하는 수많은 댓글이 이어졌고, 8시간만 일하게 해달라고 노동부장관에게 사이버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와는 `야근 없는 세상'이라는 카페에서 만나 의견공유도 많이 했고, 대안을 찾기 위해 여론화 작업도 같이 했었다. 그의 희망은 나이가 먹어 머리가 허옇게 되더라도 개발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젠 장시간 개발일마저도 일거리가 없어 마침내 이 업계를 떠나고 만 것이다.
아마도 그 혼자라면 굶는 한이 있더라도 개발일을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늦게 결혼한 그에게 네 살과 한 살 배기 아이가 있으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IT정책 홀대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일본이 경기 진작을 위해 IT분야에 각각 연간 300억달러(약 41조원)와 3년간 3조엔(약 4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슈퍼 추경예산 30조원 중 3381억원만이 IT 관련분야에 배정된 것이다. 이는 IT관련 추경예산 요구액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IT를 일자리를 줄이는 산업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의하면, 매출 10억원 당 IT 소프트웨어의 고용 창출 효과는 24.4명으로 건설업(16.6명)이나 제조업(10.2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T산업에 대한 몰이해와 정책홀대가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일하고 있던 A씨 같은 IT개발자를 업계에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발자 중 경력이 제법 있는 고급 개발자의 상당수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면서 4대 보험 울타리 밖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IT 업종 전반에 어려움이 닥치면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른 시간 내에 업계를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야 한다. 얼마 되진 않지만 실직자에게 지급되는 6개월 실직 보험금조차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해답은 없는 것일까? 오바마 대통령의 뉴딜정책에서 해답의 힌트를 찾을 수 있고 본다.
오바마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은행을 국유화하고 자동차 회사를 국유화한 것만 알려져 있는데, 위기 극복의 또 다른 해법으로 노조탄압 금지와 연방정부의 계약업체가 바뀔 경우 고용승계를 의무화했다.
노조 단결과 노동자 고용유지방안이 노동자의 일정 소득을 유지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수가 되살아나 경기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30년 경제위기 때도 미국에서는 대규모 토목공사만 한 것이 아니라 `와그너법'을 제정해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한국의 IT산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뉴딜정책이 필요하다. 이 기회에 그동안 개발자의 임금을 빼앗아 가는 것과 다름없는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고, 시간외 근무에 대해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도록 감시와 정책지원을 하며, 정부발주 프로젝트에 고용의무 점수를 높게 평가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있다.
IT개발자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중산층 수준이 돼 내수 활성화의 토대가 되게 하는 것, 그게 지금 필요한 IT산업 뉴딜정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