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디지털산업부 차장
없이 살던 시절, 어슴푸레한 저녁 무렵이면 초가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네 꼬마들은 날 저무는 줄 모르고 뛰어 놀다 금새 저녁끼니를 놓치곤 했다. 여기 저기 아이들 부르는 소리와 함께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들의 다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다 친구 집에 묻어서 저녁 술을 들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 시골집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친구 어머니의 배려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철이 들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시절 아이들은 본능처럼 그런 생존에 익숙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살던 시골집 풍경, 우린 이런 모습을 `시골인심'이라고 했다. 흔히들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걸 뭐…"하면서, 이런 인심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라", "부담스러워하지 말라"며 겸손을 떨곤 했다. 하지만, 끼니마다 눈에 띄게 비어 가는 쌀독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겐 남의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밥숟가락이 결코 마뜩하지 않았을 게다.
최근 우리산업계에서 많이 듣는 단어가 `상생협력'이다. `함께 살기 위해 서로 돕는다'는 것인데 정부차원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주문하고 있으니, 기업들은 눈치껏 이같은 분위기를 맞추려 저마다 상생을 외친다. 그런데 이 말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그 자체로 모순이다. 주식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주주이익을 극대화해야하는데 상생한답시고 일부러 자기 이익을 줄이고 남과 나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상생협력은 먹을 파이가 지금보다 커진 상태에서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디스플레산업협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LCD업계의 상생협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LG전자 등 LCD와 PDP패널 제조 대기업들과 이들에게 장비와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협회는 현실적인 상생을 위해 `수직계열화'구조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협력사', `LG협력사' 등으로 고정화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화해서 상대방 협력사에게도 장비 공급기회를 주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물론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기판유리 사이즈표준화가 전제돼야한다. 세계 1, 2위 LCD업체인 두 회사가 기판유리를 표준화하면, 이는 시장표준화가 되고 결국엔 세계 표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두 업체에 대한 상호교차공급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표준을 따르는 또 다른 업체들에게 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된다. 파이가 커지는 진정한 상생협력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두 회사는 8세대에서 기판유리를 통일함으로써 이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런 수직계열화 완화 움직임은 사실 장비업계에 기회만은 아니다. 협력사라는 보호장벽을 거둬내 `글로벌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의미와도 같기 때문이다. 개발만 하면 협력업체가 구매해주던 시스템에 안주한 업체는 경우에 따라 그간 챙겨왔던 자기 몫도 챙기지 못 할 수 있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스스로 기술력을 키우고, 협력사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
진정한 상생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누군가 피땀 흘려 이뤄놓은 과거의 기술을 앉아서 날로 먹으려드는 얄팍한 상생논리를 벗어 던지고, 리스크를 안더라도 미래기술개발에 함께 하고 공동의 자산으로 만들어 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기본 도리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으려는 상생은 민폐와 다르지 않다.
없이 살던 시절, 어슴푸레한 저녁 무렵이면 초가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동네 꼬마들은 날 저무는 줄 모르고 뛰어 놀다 금새 저녁끼니를 놓치곤 했다. 여기 저기 아이들 부르는 소리와 함께 저녁밥 먹으라는 어머니들의 다그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다 친구 집에 묻어서 저녁 술을 들던 때도 있었다. 그 시절 시골집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친구 어머니의 배려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어야 했다. 돌이켜 보면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철이 들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시절 아이들은 본능처럼 그런 생존에 익숙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살던 시골집 풍경, 우린 이런 모습을 `시골인심'이라고 했다. 흔히들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걸 뭐…"하면서, 이런 인심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라", "부담스러워하지 말라"며 겸손을 떨곤 했다. 하지만, 끼니마다 눈에 띄게 비어 가는 쌀독을 바라보는 어머니에겐 남의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밥숟가락이 결코 마뜩하지 않았을 게다.
최근 우리산업계에서 많이 듣는 단어가 `상생협력'이다. `함께 살기 위해 서로 돕는다'는 것인데 정부차원에서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주문하고 있으니, 기업들은 눈치껏 이같은 분위기를 맞추려 저마다 상생을 외친다. 그런데 이 말은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그 자체로 모순이다. 주식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주주이익을 극대화해야하는데 상생한답시고 일부러 자기 이익을 줄이고 남과 나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상생협력은 먹을 파이가 지금보다 커진 상태에서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디스플레산업협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LCD업계의 상생협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LG전자 등 LCD와 PDP패널 제조 대기업들과 이들에게 장비와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로 구성된 협회는 현실적인 상생을 위해 `수직계열화'구조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협력사', `LG협력사' 등으로 고정화된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화해서 상대방 협력사에게도 장비 공급기회를 주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물론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기판유리 사이즈표준화가 전제돼야한다. 세계 1, 2위 LCD업체인 두 회사가 기판유리를 표준화하면, 이는 시장표준화가 되고 결국엔 세계 표준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두 업체에 대한 상호교차공급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표준을 따르는 또 다른 업체들에게 장비를 공급할 수 있게된다. 파이가 커지는 진정한 상생협력이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두 회사는 8세대에서 기판유리를 통일함으로써 이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였다.
이런 수직계열화 완화 움직임은 사실 장비업계에 기회만은 아니다. 협력사라는 보호장벽을 거둬내 `글로벌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의미와도 같기 때문이다. 개발만 하면 협력업체가 구매해주던 시스템에 안주한 업체는 경우에 따라 그간 챙겨왔던 자기 몫도 챙기지 못 할 수 있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스스로 기술력을 키우고, 협력사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를 안는다.
진정한 상생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누군가 피땀 흘려 이뤄놓은 과거의 기술을 앉아서 날로 먹으려드는 얄팍한 상생논리를 벗어 던지고, 리스크를 안더라도 미래기술개발에 함께 하고 공동의 자산으로 만들어 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기본 도리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해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으려는 상생은 민폐와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