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규 디지털산업부 차장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난 단 한순간도 눈을 감을 수가 없다. 내겐 문만 두 개 달려 있을 뿐, 처음부터 온 오프 스위치가 없었다. 문 하나엔 얼음처럼 차가운 것, 또 다른 문 하나엔 그럭저럭 시원한 것들이 오간다. 죽는 날까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이 문들을 통해 들락거린다. 스위치 없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그것은 내 운명이다. 내 생명은 오직 전원에 접속하는 콘센트가 결정한다. 정전이 되지 않는 한, 플러그를 뽑지 않는 한 내 심장인 몸 안의 모터는 한없이 돈다. 온 오프 스위치 없는 나, 내 이름은 냉장고다.
플러그를 뽑는 날 마침내 삶을 끝내는 처절한 운명.
그것은 후려치지 않으면 서버리고 마는 팽이와,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살기 위해 살아야하는, 우린 이런 멈추지 않는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 심장박동이 멈추는 순간, 호흡기를 떼 내는 우리 삶처럼.
반도체 라인은 수익성이 나지 않아도 계속해서 돌아야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손해를 본다고 라인 가동을 멈추면,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다. 다시 가동을 시작해 제대로 된 수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가동을 시작한 생산라인은 손해보더라도 그냥 돌려야 한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공급업체들이 라인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라인 역시 살기 위해 살아야하는, 멈출 수 없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인위적인 중단이란 있을 수 없으며, 양산에 돌입한 순간부터 쓸모 없어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 플러그를 뽑는 순간까지 그렇게 쉴새 없이 돌아야 하는 운명이다.
이런 라인이 뜻하지 않은 정전에 멈춰 버렸다. 갑작스런 정전은 라인 안에 있는 수많은 웨이퍼를 망친다. 웨이퍼 한 장에 수 십 만원이니, 웨이퍼 손실금만도 적지 않다.
얼마나 속을 태웠을까.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K2지역에 있는 6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사태로 가동 중단됐다는 소식에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치솟았다. 그 순간 생산라인에서 마음 졸이며,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엔지니어들의 속은 얼마나 탔을까. 10년 넘게 무사고라고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으니, 반도체 라인의 정전사태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만 하루가 되지 않아 모든 라인에 전기가 공급돼 재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궁금증인 수율에 대해서도 정상수준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황창규 사장은 "3분기 실적을 통해 라인 정상화를 증명해 보이겠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답답했을 게다.
지난 2분기는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업계에는 최악의 시기였다. 그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매출대비 각각 7.7%, 5.8%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시장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 분기대비를 따지며 시큰둥했지만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낸 다른 나라 경쟁사에 비하면 놀랄만한 실적임에 틀림없다.
최악의 상황에 거둔 영업흑자,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멈춤 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호전된 3분기에 메모리부문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을 자신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날까지 난 단 한순간도 눈을 감을 수가 없다. 내겐 문만 두 개 달려 있을 뿐, 처음부터 온 오프 스위치가 없었다. 문 하나엔 얼음처럼 차가운 것, 또 다른 문 하나엔 그럭저럭 시원한 것들이 오간다. 죽는 날까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이 문들을 통해 들락거린다. 스위치 없이 쉴새 없이 돌아가는, 그것은 내 운명이다. 내 생명은 오직 전원에 접속하는 콘센트가 결정한다. 정전이 되지 않는 한, 플러그를 뽑지 않는 한 내 심장인 몸 안의 모터는 한없이 돈다. 온 오프 스위치 없는 나, 내 이름은 냉장고다.
플러그를 뽑는 날 마침내 삶을 끝내는 처절한 운명.
그것은 후려치지 않으면 서버리고 마는 팽이와,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자전거의 운명과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살기 위해 살아야하는, 우린 이런 멈추지 않는 것들에 둘러 쌓여 있다. 심장박동이 멈추는 순간, 호흡기를 떼 내는 우리 삶처럼.
반도체 라인은 수익성이 나지 않아도 계속해서 돌아야하는 운명을 갖고 있다. 손해를 본다고 라인 가동을 멈추면,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다. 다시 가동을 시작해 제대로 된 수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과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가동을 시작한 생산라인은 손해보더라도 그냥 돌려야 한다.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공급업체들이 라인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라인 역시 살기 위해 살아야하는, 멈출 수 없는 것들 가운데 하나다. 인위적인 중단이란 있을 수 없으며, 양산에 돌입한 순간부터 쓸모 없어 가동을 중단하기 위해 플러그를 뽑는 순간까지 그렇게 쉴새 없이 돌아야 하는 운명이다.
이런 라인이 뜻하지 않은 정전에 멈춰 버렸다. 갑작스런 정전은 라인 안에 있는 수많은 웨이퍼를 망친다. 웨이퍼 한 장에 수 십 만원이니, 웨이퍼 손실금만도 적지 않다.
얼마나 속을 태웠을까.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K2지역에 있는 6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사태로 가동 중단됐다는 소식에 경쟁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가격은 치솟았다. 그 순간 생산라인에서 마음 졸이며,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은 엔지니어들의 속은 얼마나 탔을까. 10년 넘게 무사고라고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였으니, 반도체 라인의 정전사태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행히 만 하루가 되지 않아 모든 라인에 전기가 공급돼 재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궁금증인 수율에 대해서도 정상수준을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황창규 사장은 "3분기 실적을 통해 라인 정상화를 증명해 보이겠다"고까지 했다. 그만큼 답답했을 게다.
지난 2분기는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 업계에는 최악의 시기였다. 그 와중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매출대비 각각 7.7%, 5.8%의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시장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 분기대비를 따지며 시큰둥했지만 매출의 절반에 육박하는 영업적자를 낸 다른 나라 경쟁사에 비하면 놀랄만한 실적임에 틀림없다.
최악의 상황에 거둔 영업흑자,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멈춤 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호전된 3분기에 메모리부문에서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을 자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