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과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바람, 밤이면 당장이라도 쏟아질 듯한 무수한 별은 어려운 불경기를 `죽기 살기'로 버텨내고 있는 서민에게는 그나마 고통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위안거리이다.
계절의 변화만큼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흔치 않다. 꽃피는 봄인 듯 싶으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넌덜머리를 내고, 또 곧이어 갑자기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독감환자가 늘어난다.
벌써 가을이 저물어간다. 설악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벌써 북한산까지 내려오고 있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은 저절로 모든 사람을 시인으로 만들만큼 낭만적이다.
그러나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로 시작되는 프랑스의 서정시인 구르몽의 시어를 음미하기 조차 어려울 만큼 가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대단히 짧다. 그래서 구르몽은 가을의 느낌을 노래하면서 곧바로 `시몬, 눈은 그대 목처럼 희다. 시몬, 누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로 시작하는 겨울 연작시를 읊었으리라.
가을은 짧은 게 매력이다. 가을이 짧지 않았다면 가을을 노래한 시가 이처럼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을은 아름다움과 쓸쓸함과 풍요로움과 기다림이라는 대단히 다양하면서도 상반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엄동설한의 겨우살이를 대비하는 준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IMF 시기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이나 기업인들에게는 이 아름다운 가을의 정서를 느낄 여유는 많지 않다. 오히려 곧 불어닥칠 혹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1순위인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분의 투자 확대도 그야말로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수출 2000억 달러 돌파라는 엄청난 성과에 언론들이 예전 70~80년대 개발독재 시절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빛의 반대편에 드리워진 그늘이 너무 크게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한 `고용없는 경제 성장'이 가져오고 있는 사회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반성이 그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수출 2000억달러라는 수치가 극명하게 상징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성장과 소비의 양극화로 표현되는 우리 경제의 장애물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다.
결국은 2004년의 겨울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사상 최악의 혹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분히 `심술궂은'말일지는 몰라도 가을 다음의 계절로 겨울을 배치한 창조주(創造主)의 `심술'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다음에 따뜻한 계절인 봄이 예정돼있다는 것은 심술에 버금가는 창조주의 따뜻한 `배려'라고 믿고 싶다. 겨울은 견뎌내야 할 대상이지만 봄은 반갑게 맞이하는 계절이다. 우리가 기나긴 겨울을 견뎌내는 이유는 따사로운 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계절의 변화만큼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흔치 않다. 꽃피는 봄인 듯 싶으면 찌는 듯한 무더위에 넌덜머리를 내고, 또 곧이어 갑자기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독감환자가 늘어난다.
벌써 가을이 저물어간다. 설악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벌써 북한산까지 내려오고 있다. 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은 저절로 모든 사람을 시인으로 만들만큼 낭만적이다.
그러나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로 시작되는 프랑스의 서정시인 구르몽의 시어를 음미하기 조차 어려울 만큼 가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대단히 짧다. 그래서 구르몽은 가을의 느낌을 노래하면서 곧바로 `시몬, 눈은 그대 목처럼 희다. 시몬, 누은 그대 무릎처럼 희다. 시몬, 그대 손은 눈처럼 차갑다'로 시작하는 겨울 연작시를 읊었으리라.
가을은 짧은 게 매력이다. 가을이 짧지 않았다면 가을을 노래한 시가 이처럼 많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을은 아름다움과 쓸쓸함과 풍요로움과 기다림이라는 대단히 다양하면서도 상반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곧 다가올 엄동설한의 겨우살이를 대비하는 준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IMF 시기보다도 더 혹독하다는 경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이나 기업인들에게는 이 아름다운 가을의 정서를 느낄 여유는 많지 않다. 오히려 곧 불어닥칠 혹한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1순위인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분의 투자 확대도 그야말로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수출 2000억 달러 돌파라는 엄청난 성과에 언론들이 예전 70~80년대 개발독재 시절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빛의 반대편에 드리워진 그늘이 너무 크게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한 `고용없는 경제 성장'이 가져오고 있는 사회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반성이 그 무엇보다 화급한 과제라는 사실을 수출 2000억달러라는 수치가 극명하게 상징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성장과 소비의 양극화로 표현되는 우리 경제의 장애물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결해야할 숙제다.
결국은 2004년의 겨울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사상 최악의 혹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분히 `심술궂은'말일지는 몰라도 가을 다음의 계절로 겨울을 배치한 창조주(創造主)의 `심술'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겨울 다음에 따뜻한 계절인 봄이 예정돼있다는 것은 심술에 버금가는 창조주의 따뜻한 `배려'라고 믿고 싶다. 겨울은 견뎌내야 할 대상이지만 봄은 반갑게 맞이하는 계절이다. 우리가 기나긴 겨울을 견뎌내는 이유는 따사로운 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