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모 간부는 10여년전 대만 중앙은행을 방문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당시 대만 중앙은행 조사부의 한 차장급 직원이 한국의 재정경제부 장관에 해당하는 재정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정책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당시만 해도 한국은행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릴 정도로 정부 관료의 막강 파워에 휘둘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같은 중앙은행 직원으로서 대만 중앙은행의 강력한 위상은 한마디로 경이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다. 2004년 현재 한국은행의 위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김병일 전 금융통화위원이 며칠 전 기획예산처장관에 전격 발탁된 이후 한은에서는 요즘 금통위원 후임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중앙은행 중립성은 금통위원 임기보장부터' `정부관료 자리보전 금통위원 이용말라'. 한국은행 본관에 내걸린 플래카드 구호에는 한은 노조뿐 아니라 대다수 한은 직원들의 `반(反) 재경부'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재경부는 금통위원 물갈이를 앞두고 한은이 선제 공세를 취한다며 내심 불편해하고 있다.
최근들어 금통위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이는 김병일 장관 뿐 아니라 장승우 해양수산부장관,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몇 명이 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이 한층 강화된 한은의 반발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특히 추천기관에 대한 정부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은 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 위원중 한은 총재ㆍ부총재와 한은 총재 추천케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각각 서로 다른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들 4명 가운데 재경부장관, 금감위원장 추천 몫이 아닌 은행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 2개 민간단체의 추천권을 둘러싼 논란이 관전 포인트다. 한은노조는 은행연합회 추천케이스였던 김병일 장관 후임에 금융권 인사 대신 관료출신이 낙점될 경우 무한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제 차분히 원칙을 되짚어보자. 우선, 금통위원을 임기제로 정한 입법 취지를 온전히 되살려야 한다. 금통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사 임기가 14년이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도 해임시킬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 점도 참고할 만 하다. 금통위원에 대한 임기보장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서 금리정책을 소신있게 펼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FRB나 일본의 정책위원회에 관료 출신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은행연합회나 상공회의소에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바로 금융권이나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적임자를 선임하려는 법 의지가 투영돼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다면 금통위 조직 구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은 늦더라도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금통위의 바로서기'야말로 한은 독립의 선결 과제다. 임기 4년, 연봉 2억원의 차관급 노른자위인 금통위원에 누가 임명돼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났다. 2004년 현재 한국은행의 위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김병일 전 금융통화위원이 며칠 전 기획예산처장관에 전격 발탁된 이후 한은에서는 요즘 금통위원 후임 인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중앙은행 중립성은 금통위원 임기보장부터' `정부관료 자리보전 금통위원 이용말라'. 한국은행 본관에 내걸린 플래카드 구호에는 한은 노조뿐 아니라 대다수 한은 직원들의 `반(反) 재경부'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재경부는 금통위원 물갈이를 앞두고 한은이 선제 공세를 취한다며 내심 불편해하고 있다.
최근들어 금통위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이는 김병일 장관 뿐 아니라 장승우 해양수산부장관,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몇 명이 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이 한층 강화된 한은의 반발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한은은 특히 추천기관에 대한 정부의 외압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은 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금통위 위원중 한은 총재ㆍ부총재와 한은 총재 추천케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각각 서로 다른 기관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들 4명 가운데 재경부장관, 금감위원장 추천 몫이 아닌 은행연합회ㆍ대한상공회의소 등 2개 민간단체의 추천권을 둘러싼 논란이 관전 포인트다. 한은노조는 은행연합회 추천케이스였던 김병일 장관 후임에 금융권 인사 대신 관료출신이 낙점될 경우 무한투쟁도 불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제 차분히 원칙을 되짚어보자. 우선, 금통위원을 임기제로 정한 입법 취지를 온전히 되살려야 한다. 금통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사 임기가 14년이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중도 해임시킬 수 없도록 명시돼 있는 점도 참고할 만 하다. 금통위원에 대한 임기보장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서 금리정책을 소신있게 펼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FRB나 일본의 정책위원회에 관료 출신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은행연합회나 상공회의소에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바로 금융권이나 업계 사정에 정통한 적임자를 선임하려는 법 의지가 투영돼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다면 금통위 조직 구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은 늦더라도 과감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 `금통위의 바로서기'야말로 한은 독립의 선결 과제다. 임기 4년, 연봉 2억원의 차관급 노른자위인 금통위원에 누가 임명돼 어떤 역할을 할지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