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요즘 `정체성 위기`의 소용돌이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 한은 직원들 조차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은 내부에서 빚어졌던 `송덕비(頌德碑)' 논란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역할 재정립에 관한 `쑥덕공론'은 한은의 휘청거리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은 직원들은 지난 8월12일 `제7차 개정 한국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50여년 만에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대다수 직원들은 `완전하지는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그토록 갈망해왔던 `한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상당부분 성취했다는 자족감을 내비쳤다. 개정 한은법에는 `한국은행'을 금융결제업무의 주 관할기관으로 명시하고, 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한은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토록 했다. 직원들은 특히, 내년부터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 자리를 보장받게 된 것을 1950년 한은 창설 이래 최대 경사라며 반겼다.
한은 간부들은 급기야 이를 기리는 `징표 만들기'에 나섰고, 국회ㆍ정부 등 고위 관계자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측은 최근 본관 앞마당에 `송덕비, 지금이 조선시대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사 양측은 논란 끝에 `한은가족 일동' 명의로 내년 1월초 새 출발을 다짐하는 기념비를 세우기로 합의, 사태는 일단락 됐다.
노사 양측은 논의 과정에서 상여금 50% 인상안을 타결했고, `내년에 기본급이나 수당 인상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도 이끌어냈다. 노조측은 겉으로는 `한은 독립'을 내세웠지만 송덕비 논란은 결국 `직원 복지향상'을 위한 흥정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같은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한은이 과연 중앙은행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한 지 의문이다. 한국은행 본관에 크게 새겨진 `물가안정' 넉자는 한은의 존재 의의를 함축한 말이다. 한은이 발간하는 각종 책자에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카드사태 등 신용대란이 불거지고 금융시장 위기설이 난무하는 요즘 한국은행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물가안정'만을 지상목표로 내세우며 역할을 스스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일부 한은 직원이 금융통화위원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새겨들을 만 하다. 금통위가 `금리 조정'이라는 한정된 역할에만 매몰돼 내년부터 한층 강화된 한은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해낼 지 우려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금통위원은 "한은 직원들이 재경부 수장이 금통위 의장을 맡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금통위원을 한 식구로 포용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국회의원은 지난 9월말 한은에 대한 국감에서 한은을 `신(神)이 내린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정년과 높은 연봉이 보장되면서도 구조조정에는 둔감하다'는 질책이 담겨 있다. `한은 독립'의 진정한 의미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근 한은 내부에서 빚어졌던 `송덕비(頌德碑)' 논란과 금융통화위원회의 역할 재정립에 관한 `쑥덕공론'은 한은의 휘청거리는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은 직원들은 지난 8월12일 `제7차 개정 한국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50여년 만에 숙원사업이 해결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대다수 직원들은 `완전하지는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그토록 갈망해왔던 `한은 독립'이라는 목표를 상당부분 성취했다는 자족감을 내비쳤다. 개정 한은법에는 `한국은행'을 금융결제업무의 주 관할기관으로 명시하고, 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한은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로 이관토록 했다. 직원들은 특히, 내년부터 한은 부총재가 당연직 금통위원 자리를 보장받게 된 것을 1950년 한은 창설 이래 최대 경사라며 반겼다.
한은 간부들은 급기야 이를 기리는 `징표 만들기'에 나섰고, 국회ㆍ정부 등 고위 관계자의 이름을 비석에 새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노조측은 최근 본관 앞마당에 `송덕비, 지금이 조선시대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사 양측은 논란 끝에 `한은가족 일동' 명의로 내년 1월초 새 출발을 다짐하는 기념비를 세우기로 합의, 사태는 일단락 됐다.
노사 양측은 논의 과정에서 상여금 50% 인상안을 타결했고, `내년에 기본급이나 수당 인상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도 이끌어냈다. 노조측은 겉으로는 `한은 독립'을 내세웠지만 송덕비 논란은 결국 `직원 복지향상'을 위한 흥정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같은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한은이 과연 중앙은행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한 지 의문이다. 한국은행 본관에 크게 새겨진 `물가안정' 넉자는 한은의 존재 의의를 함축한 말이다. 한은이 발간하는 각종 책자에는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카드사태 등 신용대란이 불거지고 금융시장 위기설이 난무하는 요즘 한국은행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물가안정'만을 지상목표로 내세우며 역할을 스스로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일부 한은 직원이 금융통화위원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새겨들을 만 하다. 금통위가 `금리 조정'이라는 한정된 역할에만 매몰돼 내년부터 한층 강화된 한은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해낼 지 우려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금통위원은 "한은 직원들이 재경부 수장이 금통위 의장을 맡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금통위원을 한 식구로 포용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과 피해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국회의원은 지난 9월말 한은에 대한 국감에서 한은을 `신(神)이 내린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정년과 높은 연봉이 보장되면서도 구조조정에는 둔감하다'는 질책이 담겨 있다. `한은 독립'의 진정한 의미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