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의례 찾게 되는 게 호러 영화다. 무서운 걸 보면 등골이 오싹해져서 그런지 너무 무섭다 보면 더위쯤이야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호러 영화가 매년 여름이면 꾸준히 사랑받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호러 게임 역시 더운 계절에 더 찾게 된다. 다양한 스타일의 호러 게임 중, 하이 볼티지 소프트웨어가 만든 엑스 박스용 액션 게임 `헌터 : 심판의 날'과 캡콤의 호러 어드벤처 `클락 타워3'를 비교해 본다.
좀비가 더 불쌍한 액션 `헌터 : 심판의 날'
동양과 서양에서 공포를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조용한 불안이 전자라면, 화면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좀비들과 맞서 도시 전체를 피바다로 만드는 화려한 액션이 후자다. 공포를 기다리며 두려워하기보다 대량 학살로 맞서는 게, `헌터 : 심판의 날'이 선택한 공포의 시선이다.
게임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쇄 살인범이 전기의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갑자기 악령이 부활하고 교도소는 좀비들의 소굴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고 남은 것은 네 명뿐이다. 그들은 간신히 교도소를 탈출하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봉인해 버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교도소 앞에서 살인범의 처형을 기념하는 테크노 파티가 열리던 날, 시끄러운 전자음에 교도소에 갇혀있던 악령이 다시 뛰쳐나와 도시를 점령해 버린다. 교도소를 봉인했던 네 명은 다시 좀비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B급 호러물의 어딘지 엉성한 스토리 라인이다. 게임 진행 역시 B급 입맛에 맞췄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무기를 다루는 네 명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하는 좀비와 몬스터들을 차례로 물리친다. 게임 패드의 특정 키에 특정 액션이 지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버튼 연타에 따라 여러 모션들이 이어져 다양한 연결 동작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근사한 동작들이 만족스럽지만 같은 동작이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게다가 실수로 버튼을 잘못 연타하기라도 하면 엉뚱한 곳을 향해 갖은 폼을 잡는 한심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픽 수준으로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캐릭터들의 얼굴이나 의상 텍스처도 떨어지고 좀비들의 동작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액션이나 처지는 그래픽을 압도하는 게 대량 학살이다. 수십, 수백 명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 많은 놈들을 끊김 없이 부드럽게 한 화면에 담아내는 것을 보면, 이게 무슨 엑스 박스 그래픽이냐고 불편하던 소리가 쏙 들어간다. 이 게임의 액션은 게이머의 반사 신경이나 섬세한 조절을 요구하지 않는다. 더 통쾌하게, 더 화끈하게, 몰려오는 적들을 무조건 쓸어버린다. 피 보라를 뿜어대며 산산이 찢겨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오히려 좀비들이 불쌍해진다. 공포에 사로잡히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다.
공포는 쉴 새 없이 다가온다. `클록 타워 3'
이 게임은 개발 초부터 화제가 되었다. 영화 `배틀 로얄'의 감독 후카사쿠 킨지가 전체 이미지와 연출을 맡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클록 타워'는 호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였다. 1편과 2편을 만든 제작사 `휴먼'은 `클록 타워' 시리즈와 `신드롬' 시리즈로 독특한 호러 세계를 구현해왔다. 특히 `클록 타워' 시리즈는 끊임없이 게이머의 목을 죄어오는 공포라는 테마를 다른 호러 게임과는 다른 스타일로 살려내는데 주력해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다.
끊임없이 쫓아오는 시저 맨과 맞서 싸울 수 없는 것이 `클록 타워' 시리즈의 전통이다. 그저 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도 연약한 여주인공의 손에서 끝장나는 다른 게임과는 다른 스타일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가끔은 숨고, 가끔은 전력으로 달린다. 행여 들킬 새라 계속 도망다니기만 하면서 게임 내내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다. 추적과 도피에서 오는 공포야말로 `클록 타워' 시리즈의 묘미였다.
하지만 제작사 휴먼이 망해 버리고 게임 판권은 `바이오 해저드'와 `사일런트 힐'을 만든 캡콤의 손에 들어갔다. 이 액션 어드벤처의 대표작들에서 주인공은 어떤 지옥 같은 상황이라도 단신으로 꿋꿋이 맞선다. 그리고 이긴다. 캡콤에서 제작된 `클록 타워 3'은 전과 조금은 변한 시스템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보스와는 싸워 이겨야 한다. 그렇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여전히 무력하게 도망 다녀야 한다.
정해진 도피처에 숨으면 나는 숨어서 현장을 볼 수 있지만 유령은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도 여전하다. 쭉 3인칭으로 진행되던 게임이 도피처에서만은 갑자기 1인칭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준다.
무력하게 도망치기만 하는데서 오는 공포는 시스템적으로 약화되었다. 하지만 킨지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다.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 장면 연출 덕분에, 다소 김이 빠지는 보스 시스템의 단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다. 추적과 도피 사이의 긴장,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공포는 화려한 액션이나 그로테스크한 장면의 남발 없이도 게이머를 충분히 공포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좀비가 더 불쌍한 액션 `헌터 : 심판의 날'
동양과 서양에서 공포를 다루는 방식은 다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조용한 불안이 전자라면, 화면을 가득 메우며 달려오는 좀비들과 맞서 도시 전체를 피바다로 만드는 화려한 액션이 후자다. 공포를 기다리며 두려워하기보다 대량 학살로 맞서는 게, `헌터 : 심판의 날'이 선택한 공포의 시선이다.
게임은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연쇄 살인범이 전기의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 갑자기 악령이 부활하고 교도소는 좀비들의 소굴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고 남은 것은 네 명뿐이다. 그들은 간신히 교도소를 탈출하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봉인해 버린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교도소 앞에서 살인범의 처형을 기념하는 테크노 파티가 열리던 날, 시끄러운 전자음에 교도소에 갇혀있던 악령이 다시 뛰쳐나와 도시를 점령해 버린다. 교도소를 봉인했던 네 명은 다시 좀비들을 물리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B급 호러물의 어딘지 엉성한 스토리 라인이다. 게임 진행 역시 B급 입맛에 맞췄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무기를 다루는 네 명 중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출몰하는 좀비와 몬스터들을 차례로 물리친다. 게임 패드의 특정 키에 특정 액션이 지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버튼 연타에 따라 여러 모션들이 이어져 다양한 연결 동작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근사한 동작들이 만족스럽지만 같은 동작이 반복되면 지루해진다. 게다가 실수로 버튼을 잘못 연타하기라도 하면 엉뚱한 곳을 향해 갖은 폼을 잡는 한심한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픽 수준으로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캐릭터들의 얼굴이나 의상 텍스처도 떨어지고 좀비들의 동작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단조로운 액션이나 처지는 그래픽을 압도하는 게 대량 학살이다. 수십, 수백 명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 많은 놈들을 끊김 없이 부드럽게 한 화면에 담아내는 것을 보면, 이게 무슨 엑스 박스 그래픽이냐고 불편하던 소리가 쏙 들어간다. 이 게임의 액션은 게이머의 반사 신경이나 섬세한 조절을 요구하지 않는다. 더 통쾌하게, 더 화끈하게, 몰려오는 적들을 무조건 쓸어버린다. 피 보라를 뿜어대며 산산이 찢겨나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오히려 좀비들이 불쌍해진다. 공포에 사로잡히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다.
공포는 쉴 새 없이 다가온다. `클록 타워 3'
이 게임은 개발 초부터 화제가 되었다. 영화 `배틀 로얄'의 감독 후카사쿠 킨지가 전체 이미지와 연출을 맡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클록 타워'는 호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였다. 1편과 2편을 만든 제작사 `휴먼'은 `클록 타워' 시리즈와 `신드롬' 시리즈로 독특한 호러 세계를 구현해왔다. 특히 `클록 타워' 시리즈는 끊임없이 게이머의 목을 죄어오는 공포라는 테마를 다른 호러 게임과는 다른 스타일로 살려내는데 주력해 많은 고정팬을 확보했다.
끊임없이 쫓아오는 시저 맨과 맞서 싸울 수 없는 것이 `클록 타워' 시리즈의 전통이다. 그저 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도 연약한 여주인공의 손에서 끝장나는 다른 게임과는 다른 스타일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가끔은 숨고, 가끔은 전력으로 달린다. 행여 들킬 새라 계속 도망다니기만 하면서 게임 내내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다. 추적과 도피에서 오는 공포야말로 `클록 타워' 시리즈의 묘미였다.
하지만 제작사 휴먼이 망해 버리고 게임 판권은 `바이오 해저드'와 `사일런트 힐'을 만든 캡콤의 손에 들어갔다. 이 액션 어드벤처의 대표작들에서 주인공은 어떤 지옥 같은 상황이라도 단신으로 꿋꿋이 맞선다. 그리고 이긴다. 캡콤에서 제작된 `클록 타워 3'은 전과 조금은 변한 시스템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보스와는 싸워 이겨야 한다. 그렇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여전히 무력하게 도망 다녀야 한다.
정해진 도피처에 숨으면 나는 숨어서 현장을 볼 수 있지만 유령은 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묘한 긴장감도 여전하다. 쭉 3인칭으로 진행되던 게임이 도피처에서만은 갑자기 1인칭으로 전환되면서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준다.
무력하게 도망치기만 하는데서 오는 공포는 시스템적으로 약화되었다. 하지만 킨지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다.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 장면 연출 덕분에, 다소 김이 빠지는 보스 시스템의 단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다. 추적과 도피 사이의 긴장, 그리고 여기에서 오는 공포는 화려한 액션이나 그로테스크한 장면의 남발 없이도 게이머를 충분히 공포 속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