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란트리스모' 시리즈와 `릿지 레이서' 시리즈가 시뮬레이션과 아케이드 레이싱의 양대 고지를 점령해 버린 이후에도 새로운 레이싱 게임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레이싱 매니아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던져봤을 의문이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신모델 승차나,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 및 세팅 조정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게임이라면 기본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물리 엔진이 주는 사실감이나, 미묘한 게임 밸런싱의 문제다.
이는 그 동안 축척된 노하우의 결과지 결코 단시간에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레이싱 장르에는 기존 승자들이 영원히 장악하는 식상한 경쟁만이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만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움이란 그렇게 쉽게 고갈되는 것이 아님을 X박스의 `에이펙스'와 플레이스테이션 2의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보여주고 있다.
# 꿈을 이루는 즐거움, `에이펙스' (X박스용)
레이싱+경영 '드림모드' 이색
`에이펙스'는 X박스 레이싱 게임 사상 최강의 그래픽이라며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실제 게임 그래픽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미 출시되었던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도 꽤나 정교한 그래픽을 보여주었지만, `에이펙스'에서처럼 다양한 환경을 완벽한 그래픽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각 트랙에서의 자연 경관, 태양과 하늘 등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만일 여기서 그쳤다면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사실성보다는 레이싱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평범한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게임을 다른 게임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는 게임으로 바꾸어 놓는 것은 `드림 모드'다. `드림 모드'는 말 그대로 꿈을 쫓는 이야기다. 시골 차고에서 그동안 준비했던 자동차 청사진을 가지고 자신만의 자동차 제작사를 차린다. 우선 회사의 이름과 마크를 정한다. 그리고 나면 차고 앞 회사 간판에 정해진 이름이 크게 써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단지 레이서가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세계적으로 만드는 꿈을 이루는 것이 `에이펙스'의 드림 모드다.
그리고 나서는 여느 레이싱 게임들처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들에 출전한다. 하지만 느끼는 무게가 다르다. 다른 게임에서는 남의 차를 몰고 그냥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 출전 차량에 자기 회사 마크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다. 커스터마이징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자기 자신의 차인 것이다.
레이싱은 단순히 운전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제작사, 자신이 만든 자동차가 다른 쟁쟁한 자동차 회사와 겨뤄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겨루는 과정이다.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회사 매상이 올라간다. 그 돈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들어내고, 결국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제작사를 만드는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
게임은 게이머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에이펙스'의 `드림 모드'는 레이싱 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 애니메이션 레이싱 `아우토 모델리스타'
'툰렌더링' 애니 느낌 물씬
시뮬레이션이냐 아케이드냐에 따라 물리 엔진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달라지긴 하지만, 레이싱 게임의 그래픽은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 의심을 품어온 사람은 없었다. 레이싱 게임은 그래픽의 사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다('초로 Q' 같은 예외가 있지만 이는 일반적 의미에서 레이싱 게임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대담하게도 이에 도전했다. 애니메이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툰 렌더링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커스터마이즈 부분이 강화되긴 했지만 시스템은 전형적인 레이싱 게임 그대로다. 스티커장착도 이미 `릿지 레이서' 시리즈에서 재미를 본 것이고, 세밀한 튜닝은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넘어서기 힘들다. 게임 플레이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툰 렌더링을 사용하는 것 하나만으로 아케이드 모드를 선택한 후 차종과 코스를 결정하고 레이싱을 즐기는 전형적 과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개러지 라이프의 커스터마이징 과정은 실제 자동차의 세팅이라기보다는 프라모델 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훨씬 부담이 적고, 그래서 더 다양한 도전을 끌어낸다. 당연히 세팅의 중독성도 더 높다.
그러나 툰 렌더링에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툰 렌더링을 쓰면 게임 화면이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진다.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렌더링만을 애니메이션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속도감을 나타내기 위해선 차 옆에 선을 긋거나 드리프트할 때 치솟아오르는 먼지를 그리는 등 여러 효과들을 애니메이션 풍으로 과장되게 처리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 게임 진행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이 한층 더 심화된다. `릿지 레이서'가 아케이드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실성과의 긴장을 유지하는 반면,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스스로 그 긴장을 놓아버린 기분이다. 그 결과 레이싱 게임 유저의 일정 부분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우토 모델리스타'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장르적 전통과의 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는 그 동안 축척된 노하우의 결과지 결코 단시간에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레이싱 장르에는 기존 승자들이 영원히 장악하는 식상한 경쟁만이 남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만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움이란 그렇게 쉽게 고갈되는 것이 아님을 X박스의 `에이펙스'와 플레이스테이션 2의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보여주고 있다.
# 꿈을 이루는 즐거움, `에이펙스' (X박스용)
레이싱+경영 '드림모드' 이색
`에이펙스'는 X박스 레이싱 게임 사상 최강의 그래픽이라며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실제 게임 그래픽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이미 출시되었던 `프로젝트 고담 레이싱'도 꽤나 정교한 그래픽을 보여주었지만, `에이펙스'에서처럼 다양한 환경을 완벽한 그래픽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각 트랙에서의 자연 경관, 태양과 하늘 등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만일 여기서 그쳤다면 그래픽은 뛰어나지만, 사실성보다는 레이싱의 즐거움을 중시하는 평범한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게임을 다른 게임을 넘어서는 재미를 주는 게임으로 바꾸어 놓는 것은 `드림 모드'다. `드림 모드'는 말 그대로 꿈을 쫓는 이야기다. 시골 차고에서 그동안 준비했던 자동차 청사진을 가지고 자신만의 자동차 제작사를 차린다. 우선 회사의 이름과 마크를 정한다. 그리고 나면 차고 앞 회사 간판에 정해진 이름이 크게 써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단지 레이서가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세계적으로 만드는 꿈을 이루는 것이 `에이펙스'의 드림 모드다.
그리고 나서는 여느 레이싱 게임들처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대회들에 출전한다. 하지만 느끼는 무게가 다르다. 다른 게임에서는 남의 차를 몰고 그냥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제 출전 차량에 자기 회사 마크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다. 커스터마이징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자기 자신의 차인 것이다.
레이싱은 단순히 운전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제작사, 자신이 만든 자동차가 다른 쟁쟁한 자동차 회사와 겨뤄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겨루는 과정이다.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회사 매상이 올라간다. 그 돈으로 더 좋은 차를 만들어내고, 결국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제작사를 만드는 순간, 꿈은 이루어진다.
게임은 게이머의 꿈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에이펙스'의 `드림 모드'는 레이싱 게임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드는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 애니메이션 레이싱 `아우토 모델리스타'
'툰렌더링' 애니 느낌 물씬
시뮬레이션이냐 아케이드냐에 따라 물리 엔진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에 대한 요구 사항이 달라지긴 하지만, 레이싱 게임의 그래픽은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에 의심을 품어온 사람은 없었다. 레이싱 게임은 그래픽의 사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다('초로 Q' 같은 예외가 있지만 이는 일반적 의미에서 레이싱 게임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대담하게도 이에 도전했다. 애니메이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툰 렌더링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커스터마이즈 부분이 강화되긴 했지만 시스템은 전형적인 레이싱 게임 그대로다. 스티커장착도 이미 `릿지 레이서' 시리즈에서 재미를 본 것이고, 세밀한 튜닝은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를 넘어서기 힘들다. 게임 플레이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툰 렌더링을 사용하는 것 하나만으로 아케이드 모드를 선택한 후 차종과 코스를 결정하고 레이싱을 즐기는 전형적 과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개러지 라이프의 커스터마이징 과정은 실제 자동차의 세팅이라기보다는 프라모델 놀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훨씬 부담이 적고, 그래서 더 다양한 도전을 끌어낸다. 당연히 세팅의 중독성도 더 높다.
그러나 툰 렌더링에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 툰 렌더링을 쓰면 게임 화면이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진다.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렌더링만을 애니메이션 처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속도감을 나타내기 위해선 차 옆에 선을 긋거나 드리프트할 때 치솟아오르는 먼지를 그리는 등 여러 효과들을 애니메이션 풍으로 과장되게 처리했다.
이 때문에 전체적 게임 진행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이 한층 더 심화된다. `릿지 레이서'가 아케이드적 진행에도 불구하고 사실성과의 긴장을 유지하는 반면, `아우토 모델리스타'는 스스로 그 긴장을 놓아버린 기분이다. 그 결과 레이싱 게임 유저의 일정 부분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우토 모델리스타'의 새로운 시도는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축적된 장르적 전통과의 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