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마징가Z나 로보트 태권 브이 같은 어린 시절의 이른바 `수퍼 로봇'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좀 더 현실적인 로봇 만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른바 `리얼 로봇'이나 `메크'는 수퍼 로봇과 달리 언젠가는 생겨날 법한 현실적인 로봇들이다.
로봇 마니아에게는 반갑게도 로봇물은 만화말고 게임으로도 제법 있다.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우선 오랜 기간 성장해 이제 완숙 단계에 접어든 플레이스테이션 2(PS2)의 대표적 메크물 `아머드코어 3 사일런트 라인', 그리고 새로운 전투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X박스 타이틀 `배틀 엔진 아퀼라'다.
◇ 배틀 엔진 아퀼라 (X박스용)
전형적 슈팅게임…조정 단순화
메크 역시 인간이 타서 조작하는 로봇이지만 광선 한 방으로 적을 전부 쓰러뜨리는 마징가 Z 같은 로봇과는 전혀 다르다.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메크의 동작은 사실적이고 물리 법칙을 반영한다. 무기 체계 역시 현실감이 있다. 지나치게 사실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로봇 세계가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가상성의 콤플렉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틀 엔진 아퀼라'는 이런 콤플렉스의 상당 부분을 벗어 던진 게임이다. 로봇의 외양은 얼핏 메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게임 자체는 전형적인 로봇 슈팅 게임의 라인을 따른다. 조종은 아주 단순화시켜 놓았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 않고 심플한 HUD에는 알아야 할 핵심 사항만 잘 정리돼 있다. 이 게임은 횡 스크롤로 진행되던 `중장기병 레이노스'류의 로봇 슈팅 게임을 FPS 형태로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국 메크물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다 보니 로봇 형태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 사실적 관절 체계를 채택해 메크가 서 있는 자세가 영 어정쩡하다. 그래야 로봇으로 만들 때 현실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반면 `배틀 엔진 아퀼라'의 메크는 사족 보행으로 고속으로 기어다니다가도 어느 순간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과 싸운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대신 근사하게 보인다. 게임의 전체적 분위기 역시 동일한 컨셉트를 따르고 있다. 땅과 하늘에서 공격해오는 적을 상대로 쉴 새 없이 피하고 쏘는 것을 반복한다. 맵은 완전한 아웃도어 환경이기 때문에 전투의 공방은 한층 치열해진다. 아군기까지 따라다니기 시작하면 전투의 볼륨도 훨씬 커진다.
하지만 슈팅으로서의 공방을 강조하다보니, 메크물에서 빠지지 않는 커스터마이즈의 재미나 사실적인 움직임이 주는 묘미는 없다. 대신 클리어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이용해 부가적 요소를 즐길 수 있어서 오래 해도 충실한 느낌을 준다.
`배틀 엔진 아퀼라'는 기존 메크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게임이다. 하지만 로봇 슈팅게임으로 보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성취한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라인 (PS2용)
커스터마이즈등 완성도 뛰어나
`아머드 코어' 시리즈가 처음 플레이스테이션에 나왔을 때, 어떤 파츠 조합이 가장 유리한가를 놓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투박해 보이기만 하던 메크의 부품을 하나 하나 갈아 끼워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 싸움터로 나가는 것은 재미를 넘어서는 감동이었다. 부품뿐 아니라 자기가 직접 디자인한 엠블렘까지 그려 넣어 `스스로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즈한 로봇을 타고 전쟁터로 달려나간다'는 개념은 메크물의 이상적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했다. 구 기종의 기술적 수준으로는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그래픽 상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채 막연하게 바뀌었다는 느낌만으로 플레이해야만 했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2의 그래픽 처리 능력 덕분에 모든 무기는 자기만의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고, 파츠 역시 장착하는 족족 완벽하게 구별될 수 있다. 색깔이나 엠블렘이 강화된 건 물론이다.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은 3편의 확장 게임 형식으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무대였던 지하 도시를 넘어서 아직 누구도 가지 않은 `사일런트 라인' 지역에서의 공방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제시되는 미션을 통해 더욱 어려워진 `아머드 코어'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전작들이 그랬듯 시나리오는 단지 메크를 조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미션을 통해 실력을 기른 다음 아레나에서 랭킹을 올리고, 다른 게이머와 아이링크를 통한 대전을 즐기는 게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싱글 미션을 플레이하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게이머도 있다는 것을 제작사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은 메크물로서 더 이상 문제 삼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 다양한 조종 능력의 획득과 이것이 미션 클리어에 미치는 영향, 적들의 AI까지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너무 진화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아무나 쉽게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1편 역시 결코 쉽고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연하게 나뉠 정도는 아니었다. 게임이 성숙하면 할수록 점점 더 대중성을 잃고 고립되어 간다면, 그 성장을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로봇 마니아에게는 반갑게도 로봇물은 만화말고 게임으로도 제법 있다. 이번에 살펴볼 게임은 우선 오랜 기간 성장해 이제 완숙 단계에 접어든 플레이스테이션 2(PS2)의 대표적 메크물 `아머드코어 3 사일런트 라인', 그리고 새로운 전투 로봇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X박스 타이틀 `배틀 엔진 아퀼라'다.
◇ 배틀 엔진 아퀼라 (X박스용)
전형적 슈팅게임…조정 단순화
메크 역시 인간이 타서 조작하는 로봇이지만 광선 한 방으로 적을 전부 쓰러뜨리는 마징가 Z 같은 로봇과는 전혀 다르다. 정교한 조작이 요구되는 메크의 동작은 사실적이고 물리 법칙을 반영한다. 무기 체계 역시 현실감이 있다. 지나치게 사실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로봇 세계가 필연적으로 지닐 수밖에 없는 가상성의 콤플렉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배틀 엔진 아퀼라'는 이런 콤플렉스의 상당 부분을 벗어 던진 게임이다. 로봇의 외양은 얼핏 메크와 비슷해 보이지만, 게임 자체는 전형적인 로봇 슈팅 게임의 라인을 따른다. 조종은 아주 단순화시켜 놓았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 않고 심플한 HUD에는 알아야 할 핵심 사항만 잘 정리돼 있다. 이 게임은 횡 스크롤로 진행되던 `중장기병 레이노스'류의 로봇 슈팅 게임을 FPS 형태로 진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미국 메크물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다 보니 로봇 형태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예를 들어 사실적 관절 체계를 채택해 메크가 서 있는 자세가 영 어정쩡하다. 그래야 로봇으로 만들 때 현실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반면 `배틀 엔진 아퀼라'의 메크는 사족 보행으로 고속으로 기어다니다가도 어느 순간에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과 싸운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대신 근사하게 보인다. 게임의 전체적 분위기 역시 동일한 컨셉트를 따르고 있다. 땅과 하늘에서 공격해오는 적을 상대로 쉴 새 없이 피하고 쏘는 것을 반복한다. 맵은 완전한 아웃도어 환경이기 때문에 전투의 공방은 한층 치열해진다. 아군기까지 따라다니기 시작하면 전투의 볼륨도 훨씬 커진다.
하지만 슈팅으로서의 공방을 강조하다보니, 메크물에서 빠지지 않는 커스터마이즈의 재미나 사실적인 움직임이 주는 묘미는 없다. 대신 클리어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이용해 부가적 요소를 즐길 수 있어서 오래 해도 충실한 느낌을 준다.
`배틀 엔진 아퀼라'는 기존 메크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게임이다. 하지만 로봇 슈팅게임으로 보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성취한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라인 (PS2용)
커스터마이즈등 완성도 뛰어나
`아머드 코어' 시리즈가 처음 플레이스테이션에 나왔을 때, 어떤 파츠 조합이 가장 유리한가를 놓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투박해 보이기만 하던 메크의 부품을 하나 하나 갈아 끼워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 싸움터로 나가는 것은 재미를 넘어서는 감동이었다. 부품뿐 아니라 자기가 직접 디자인한 엠블렘까지 그려 넣어 `스스로 완벽하게 커스터마이즈한 로봇을 타고 전쟁터로 달려나간다'는 개념은 메크물의 이상적 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플레이스테이션 2는 `아머드 코어' 시리즈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했다. 구 기종의 기술적 수준으로는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그래픽 상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채 막연하게 바뀌었다는 느낌만으로 플레이해야만 했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 2의 그래픽 처리 능력 덕분에 모든 무기는 자기만의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고, 파츠 역시 장착하는 족족 완벽하게 구별될 수 있다. 색깔이나 엠블렘이 강화된 건 물론이다.
`아머드 코어 3 사일런트 라인'은 3편의 확장 게임 형식으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무대였던 지하 도시를 넘어서 아직 누구도 가지 않은 `사일런트 라인' 지역에서의 공방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제시되는 미션을 통해 더욱 어려워진 `아머드 코어'의 세계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전작들이 그랬듯 시나리오는 단지 메크를 조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미션을 통해 실력을 기른 다음 아레나에서 랭킹을 올리고, 다른 게이머와 아이링크를 통한 대전을 즐기는 게 중요하긴 하다. 그러나 여전히 싱글 미션을 플레이하면서 이야기를 즐기는 게이머도 있다는 것을 제작사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은 메크물로서 더 이상 문제 삼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다.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 다양한 조종 능력의 획득과 이것이 미션 클리어에 미치는 영향, 적들의 AI까지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그러나 너무 진화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아무나 쉽게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 되어 버렸다. 1편 역시 결코 쉽고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연하게 나뉠 정도는 아니었다. 게임이 성숙하면 할수록 점점 더 대중성을 잃고 고립되어 간다면, 그 성장을 바람직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