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 공포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평화롭고 한가한 장면을 보면서도 불안해지는 것은 이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묘한 것은 공포는 절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기피의 대상인 동시에 갈망과 매료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삶의 일상성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테크모가 만든 `페이탈 프레임'과 코나미의 `사일런트 힐 2'는 공포에 대한 숨겨진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테크모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게임은 역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다. 국내 유저들 중에는 테크모를 남성들의 은밀한 욕망을 노려 상업성 짙은 타이틀만 출시하는 회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진지하고 혁신적인 게임을 많이 낸 곳이 테크모다.
◈ 페이탈 프레임
동양호러의 예상깬 플레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각명관' 시리즈는 사람들이 가진 폭력에 대한 욕망을 직설적으로 그려낸 문제작이었다. 출시 당시 찬사와 비난을 한꺼번에 받았고, 게임사에 남을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X박스로 출시된 `페이탈 프레임'은 `각명관'의 전통을 은연중에 담아낸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다(플레이스테이션 2로는 `영 제로'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미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일한 혈육인 오빠 마후유가 실종되고, 미쿠는 오빠를 찾아 히무로 저택으로 간다. 히무로 가문은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 후 저택으로 이사온 사람들 역시 모두 실종돼 결국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됐다고 한다. 오빠의 스승인 소설가 타카미네 준세이가 소설 기획차 찾아왔다 실종되고, 스승을 찾아간 오빠도 마찬가지다. 영과 혼을 볼 수 있는 미쿠는 히무로 저택에 감춰진 비밀을 서서히 찾아나간다.
지박령이라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꽤 친숙한 존재다. 희생당한 원혼이 집에 붙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끌고 가는 패턴은 동양적 호러에 흔히 등장한다. 덕분에 어드벤처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단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옷장이나 그림 뒤에서 뭔가 튀어나온다. 싸운다. 힌트를 얻는다. 문제는 친근한 이야기 구조에서 어떻게 공포가 전달되느냐에 있다.
`페이탈 프레임'의 회심의 카드는 혼령을 카메라로만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카메라라는 매체를 사용한 덕분에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공포가 증폭된다. 우선 원혼이란 존재가 가지는 비일상성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유령을 몽둥이로 때려잡는다면 그 일상성 때문에 공포가 흐려질 것이다.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봉인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에 원혼이 가지는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 두번째로 공포가 게이머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령을 보고 냉철하게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놀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유령에게 당하는 건 게임 캐릭터가 아닌 게이머 자신의 책임이다. 공포는 바보같이 손 떠는 등장 캐릭터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으로 된다. 마지막으론 공포는 저장된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린 공포가 흑백 사진 속이라는 구체화된 형태로 저장된다. 이로써 공포의 정도는 더 높아진다. 익숙한 스토리에 뛰어난 시스템, 어드벤처 장르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포라는 주제에도 충실한 `페이탈 프레임'은 명작 호러 게임의 반열에 끼기에 충분한 게임이다.
◈ 사일런트 힐 2
음습해오는 고립감의 무게
`사일런트 힐 2'은 게임 시스템만으로 본다면 `바이오 해저드' 이후 쏟아져 나온 숱한 호러 어드벤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게임들에서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무기를 얻고, 그것들을 사용해 다양한 괴물들과 싸운다. 왜 그런 모습이 됐는지는 다 다르지만, 막대기, 칼, 총 등을 사용해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은 다 비슷하다.
`사일런트 힐 2'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포는 스타일의 차이에서 온다. 대부분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들의 중심은 액션이다. 좀비건 돌연변이건 귀신이건 이들은 액션의 `대상'이다. 액션의 `주체'여야 하기에, 특수부대원들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일런트 힐 2'의 주인공은 다르다.
건장한 젊은 남자이긴 하지만 괴물들과 싸울만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그가 무척이나 약한 존재라는 걸 보여줄 뿐이다. 강인한 영웅이 아니라 육체와 영혼 모두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존재가 되어 공포 속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남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액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났기에 공포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다. `사일런트 힐 2'에서 공포를 만들어내는 건 압도적 힘이 아니라 그가 돌아다녀야 하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지역 자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거나 안개로 가득찬 곳만 돌아다닌다. 큰 도시인데도 사람 하나 제대로 찾아보기 힘든 이질적 공간에서 게이머는 도움 하나 받을 수 없는 고립감을 경험한다. 게임에서 느끼는 공포의 핵심이 바로 이 고립감이다.
`사일런트 힐 1'의 스타일은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완성된다. 한 번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는 캐릭터의 불안정성과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간의 비현실성을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거듭되는 플레이로 스토리를 이해해갈수록,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행위가 지니는 무게가 게이머를 짓누른다.
`사일런트 힐 2'의 도전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내용 자체가 아닌 제시 방식의 난해함으로 게임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약점이다. 자칫하면 게임을 계속 진행하려는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테크모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게임은 역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다. 국내 유저들 중에는 테크모를 남성들의 은밀한 욕망을 노려 상업성 짙은 타이틀만 출시하는 회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진지하고 혁신적인 게임을 많이 낸 곳이 테크모다.
◈ 페이탈 프레임
동양호러의 예상깬 플레이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각명관' 시리즈는 사람들이 가진 폭력에 대한 욕망을 직설적으로 그려낸 문제작이었다. 출시 당시 찬사와 비난을 한꺼번에 받았고, 게임사에 남을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X박스로 출시된 `페이탈 프레임'은 `각명관'의 전통을 은연중에 담아낸 호러 어드벤처 게임이다(플레이스테이션 2로는 `영 제로'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미쿠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일한 혈육인 오빠 마후유가 실종되고, 미쿠는 오빠를 찾아 히무로 저택으로 간다. 히무로 가문은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그 후 저택으로 이사온 사람들 역시 모두 실종돼 결국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됐다고 한다. 오빠의 스승인 소설가 타카미네 준세이가 소설 기획차 찾아왔다 실종되고, 스승을 찾아간 오빠도 마찬가지다. 영과 혼을 볼 수 있는 미쿠는 히무로 저택에 감춰진 비밀을 서서히 찾아나간다.
지박령이라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도 꽤 친숙한 존재다. 희생당한 원혼이 집에 붙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끌고 가는 패턴은 동양적 호러에 흔히 등장한다. 덕분에 어드벤처의 매듭을 풀어나가는 단계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옷장이나 그림 뒤에서 뭔가 튀어나온다. 싸운다. 힌트를 얻는다. 문제는 친근한 이야기 구조에서 어떻게 공포가 전달되느냐에 있다.
`페이탈 프레임'의 회심의 카드는 혼령을 카메라로만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카메라라는 매체를 사용한 덕분에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공포가 증폭된다. 우선 원혼이란 존재가 가지는 비일상성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유령을 몽둥이로 때려잡는다면 그 일상성 때문에 공포가 흐려질 것이다. 오직 카메라를 통해서만 봉인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에 원혼이 가지는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 두번째로 공포가 게이머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령을 보고 냉철하게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놀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유령에게 당하는 건 게임 캐릭터가 아닌 게이머 자신의 책임이다. 공포는 바보같이 손 떠는 등장 캐릭터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으로 된다. 마지막으론 공포는 저장된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버린 공포가 흑백 사진 속이라는 구체화된 형태로 저장된다. 이로써 공포의 정도는 더 높아진다. 익숙한 스토리에 뛰어난 시스템, 어드벤처 장르의 장점을 살리면서 공포라는 주제에도 충실한 `페이탈 프레임'은 명작 호러 게임의 반열에 끼기에 충분한 게임이다.
◈ 사일런트 힐 2
음습해오는 고립감의 무게
`사일런트 힐 2'은 게임 시스템만으로 본다면 `바이오 해저드' 이후 쏟아져 나온 숱한 호러 어드벤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게임들에서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무기를 얻고, 그것들을 사용해 다양한 괴물들과 싸운다. 왜 그런 모습이 됐는지는 다 다르지만, 막대기, 칼, 총 등을 사용해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은 다 비슷하다.
`사일런트 힐 2'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포는 스타일의 차이에서 온다. 대부분의 호러 어드벤처 게임들의 중심은 액션이다. 좀비건 돌연변이건 귀신이건 이들은 액션의 `대상'이다. 액션의 `주체'여야 하기에, 특수부대원들이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일런트 힐 2'의 주인공은 다르다.
건장한 젊은 남자이긴 하지만 괴물들과 싸울만한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그가 무척이나 약한 존재라는 걸 보여줄 뿐이다. 강인한 영웅이 아니라 육체와 영혼 모두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존재가 되어 공포 속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남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액션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났기에 공포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에 의존하지 않는다. `사일런트 힐 2'에서 공포를 만들어내는 건 압도적 힘이 아니라 그가 돌아다녀야 하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지역 자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거나 안개로 가득찬 곳만 돌아다닌다. 큰 도시인데도 사람 하나 제대로 찾아보기 힘든 이질적 공간에서 게이머는 도움 하나 받을 수 없는 고립감을 경험한다. 게임에서 느끼는 공포의 핵심이 바로 이 고립감이다.
`사일런트 힐 1'의 스타일은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완성된다. 한 번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는 캐릭터의 불안정성과 사일런트 힐이라는 공간의 비현실성을 더 증폭시킨다. 그리고 거듭되는 플레이로 스토리를 이해해갈수록,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행위가 지니는 무게가 게이머를 짓누른다.
`사일런트 힐 2'의 도전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내용 자체가 아닌 제시 방식의 난해함으로 게임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약점이다. 자칫하면 게임을 계속 진행하려는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