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은 예로부터 `무경칠서(武經七書)'의 으뜸으로 손꼽혀왔다. 1차대전의 패장인 독일 빌헬름2세가 만년에 가서, 20년 전에 손자를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히 패하지 않았을 거라며 탄식했다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이 책은 최고의 병법서다.
하지만 손자의 위대함은 그가 호전적인 선동가가 아니라, 생명의 귀중함을 알았던 휴머니스트라는데 있다. 그는 군형(軍形)편에서 `승리하는 군사는 먼저 이긴 뒤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사는 먼저 싸운 뒤 이기기를 구한다'고 썼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라는 얘기다.
또 다툼에 앞서 계책을 짠다는 의미의 `시계(始計)'편에는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다. 국민과 국가의 생사와 존망이 달려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쟁이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손자는 시계의 5가지 조건으로 도, 천, 지, 장, 법의 오사(五事)를 들었는데, 이 또한 되새겨봄직 하다. `도(道)'란 아군끼리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 없어야 하며, 천(天)은 정당한 명분과 시기가 뒤따라야 하고, 지(地)는 지리적인 조건이 맞아야 한다. 장(將)은 장수가 적임자여야 하며, 법(法)이란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참전국인 영국에서까지 일고 있는 반전시위는 이라크전이 `도'에 어긋난 전쟁임을 말해준다. 석유이권을 노린 이 전쟁은, 명분이 따르는 `천'의 전쟁도 될 수 없다. 날이갈수록 심해지는 사막의 모래폭풍에다, 북부이라크 공격루트인 터키의 미 지상군 통과 불가방침은 `지'의 전쟁을 가로막고 있다. 텍사스 석유자본을 발판으로 권력을 쥔 대통령과 석유회사 중역출신이 포진한 부시행정부에게 `장'과 `법'의 전쟁을 수행할 만한 도덕성이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 요즘 일부 미 언론의 보도를 보면 전쟁을 병정놀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쟁 전부터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호전적인 발언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사설로 선제공격을 부추긴 신문이 있는가하면, 개전이 되자마자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을 연상시키는 첨단무기 특집을 내보내며 전쟁을 흥미로 다루기도 한다. 오죽하면 저명한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William Greider)가 `워싱턴포스트 전사들(Washington Post Warriors)'이라는 칼럼을 통해 언론이 "부시의 전쟁 나팔수"라며 통렬한 비판을 했을까.
미 정부는 9ㆍ11 테러 이후 고조된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르며, "테러로 짓밟힌 자존심과 상처를 치유하려면 알 카에다가 아닌 사담 후세인에게 분풀이를 해도 상관없다"고 집단최면을 걸고 있는 듯 하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중동지도는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간 야합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56년 아랍민족주의를 내세운 이집트의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무력탈환에 나선 영국과 프랑스를 좌절시킨 것이 미국이었으니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라면, 이젠 빨리 끝나주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죄없는 이들의 피와 눈물로 묘비명을 새겨야 한다. 단기전이 IT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해설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에게도, 이 전쟁은 고통스러운 악몽이다.
하지만 손자의 위대함은 그가 호전적인 선동가가 아니라, 생명의 귀중함을 알았던 휴머니스트라는데 있다. 그는 군형(軍形)편에서 `승리하는 군사는 먼저 이긴 뒤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사는 먼저 싸운 뒤 이기기를 구한다'고 썼다.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라는 얘기다.
또 다툼에 앞서 계책을 짠다는 의미의 `시계(始計)'편에는 `전쟁은 나라의 중대사다. 국민과 국가의 생사와 존망이 달려 있으므로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쟁이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손자는 시계의 5가지 조건으로 도, 천, 지, 장, 법의 오사(五事)를 들었는데, 이 또한 되새겨봄직 하다. `도(道)'란 아군끼리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 없어야 하며, 천(天)은 정당한 명분과 시기가 뒤따라야 하고, 지(地)는 지리적인 조건이 맞아야 한다. 장(將)은 장수가 적임자여야 하며, 법(法)이란 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참전국인 영국에서까지 일고 있는 반전시위는 이라크전이 `도'에 어긋난 전쟁임을 말해준다. 석유이권을 노린 이 전쟁은, 명분이 따르는 `천'의 전쟁도 될 수 없다. 날이갈수록 심해지는 사막의 모래폭풍에다, 북부이라크 공격루트인 터키의 미 지상군 통과 불가방침은 `지'의 전쟁을 가로막고 있다. 텍사스 석유자본을 발판으로 권력을 쥔 대통령과 석유회사 중역출신이 포진한 부시행정부에게 `장'과 `법'의 전쟁을 수행할 만한 도덕성이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그런데 요즘 일부 미 언론의 보도를 보면 전쟁을 병정놀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쟁 전부터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호전적인 발언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사설로 선제공격을 부추긴 신문이 있는가하면, 개전이 되자마자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을 연상시키는 첨단무기 특집을 내보내며 전쟁을 흥미로 다루기도 한다. 오죽하면 저명한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William Greider)가 `워싱턴포스트 전사들(Washington Post Warriors)'이라는 칼럼을 통해 언론이 "부시의 전쟁 나팔수"라며 통렬한 비판을 했을까.
미 정부는 9ㆍ11 테러 이후 고조된 미국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르며, "테러로 짓밟힌 자존심과 상처를 치유하려면 알 카에다가 아닌 사담 후세인에게 분풀이를 해도 상관없다"고 집단최면을 걸고 있는 듯 하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오늘날의 중동지도는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간 야합의 산물에 다름 아니다. 지난 1956년 아랍민족주의를 내세운 이집트의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무력탈환에 나선 영국과 프랑스를 좌절시킨 것이 미국이었으니 뒤바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피할 수 없었던 전쟁이라면, 이젠 빨리 끝나주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죄없는 이들의 피와 눈물로 묘비명을 새겨야 한다. 단기전이 IT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해설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들에게도, 이 전쟁은 고통스러운 악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