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건 그렇지 않건간에, 세계화는 무조건 무시하기는 곤란한 화두다. 게임에서도 서양이건 동양이건 같은 게임기가 보급되고, 많은 게임이 자국뿐 아니라 세계를 겨냥해서 출시된다. 그래도 아직은 서양 게임을 무조건 꺼리는 동양 게이머가 적지 않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양 게임은 서양에서는 판매가 부진하다.
여기 흥미롭게도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양 세계, 서양인이 해석하는 동양 세계를 보여주는 두 액션 게임이 있다. 일본 회사인 테크모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고전 액션 게임의 리메이크작인 `아르고스의 전사`를 만들었고, 영국 제작사인 저스트애드몬스터스는 쿵푸 시네마 액션 `쿵푸 카오스'를 제작했다.
◇대전 액션, 미니 게임, 액션 아케이드의 종합 선물 세트 `쿵푸 카오스'
필살기의 긴장.유쾌함 조화
저스트애드몬스터스는 `메디블'이나 `프로거' 같은 밀리언셀러를 만들었던 업체다. 이 회사가 아고너트게임즈에 인수돼 X박스용으로 내놓은 첫 타이틀이 `쿵푸 카오스'다.
게임의 기본 컨셉트는 영화다. 동양 무술을 사용하는 캐릭터들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 플레이는 액션 아케이드, 미니 게임, 대전 액션 게임이 혼합돼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미니시리즈'나 `스페셜 피처'도 즐길 수 있다.
설정 자체가 영화 찍기다 보니 곳곳에 패러디와 유머가 담겨 있다. 일본의 대표적 사무라이 만화에서 모티브를 딴 `사무라이와 아들'이라든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표작 `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를 패러디한 `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 프린세스' 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만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매뉴얼의 캐릭터 소개도 재미있다. 닌자 푸 히야의 프로필에는 그가 주연한 `조용하지만 지독하게'라는 영화 포스터와 함께 `그가 소리없이 가스를 내뿜는다'는 메인 카피가 실려있고, "다른 모든 배우들을 잠재워 버릴 배우!"라는 감독의 평도 실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게임성이다. 캐릭터가 SD다 보니 액션에 리얼리티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콤보, 방어ㆍ캔슬ㆍ필살기까지 대전 액션의 맛을 살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대전 액션의 `도발'에 해당하는 `조롱하기'라는 기술도 있어서 대전 액션의 긴장감에 파티 게임의 유쾌함을 잘 버무려 놓았다. 4인 플레이가 지원되는데 서로 조롱하기를 주고 받으며 요란하게 대전을 벌이면 몇 시간 정도는 쉽게 지나간다.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서양 게임을 꺼리는 동양인이 지적하는 것들이 빠짐없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인과 영국인을 구별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서양 사람들은 닌자와 손오공과 쿵푸 사이의 구별이 불가능한 것 같다. 캐릭터 디자인은 영 호감이 가지 않고, 철저하게 서양적 유머와 말장난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특히 종종 튀어나오는 섬뜩한 이미지들은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그 중에서도 국내 게이머들의 접근을 가장 엄중하게 차단하는 것은, 자막도 없이 이 모든 유머가 영어로만 나온다는 것이다.
◇오락실 고전의 부활, 3D로 돌아온 `아르고스의 전사'
신화속 파타지로 감성 흡입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로 뛰어난 그래픽 능력을 인정받으며 X박스의 간판 제작사로 자리잡은 테크모가 잊을 수 없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 `아르고스의 전사'를 리메이크했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끊임없이 지배자가 바뀌어 왔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설정은 그리스 제국시대 가상 왕국의 공주 하르모니아를 갑자기 침입해온 타이탄족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용병 대장 젠의 모험으로 바뀌었다.
예전 아케이드 게임기와 비교할 수도 없는 환상적인 3D그래픽이 플레이스테이션2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며 펼쳐진다. 시점이 자동으로 설정되고 전투 자체에서 3D 공간을 사용할 줄 모르는 적의 단순함이 아쉽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건물이나 기념비가 정교하게 표현되며 게이머를 신화의 머나먼 판타지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디스크 아머'의 존재다. 어느 방향으로도 날릴 수 있고 던졌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이 신기한 무기는, 칼이나 활, 단검을 쓰는 다른 게임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아르고스의 전사'만의 특징이었다. 리메이크의 성공 여부는 이를 3D로 얼마나 잘 살려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성공했다. 3D 공간 속에서 적을 잡아 돌리고 던지는 각종 연출이 덧붙여지면서 무기 사용의 맛은 한층 더 깊어졌다. 캔슬이 잘 되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몇 가지 콤보 동작도 있어서 무기 자체가 지니는 멋 역시 강화되었다.
이 게임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덧붙여놓은 훌륭한 리메이크작이다. 불륨이 작은 편이고 단순한 면도 있지만 세상이 지금보다 덜 복잡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눈감아줄 만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게임을 거창하게 만들기 위해 끌어온 그리스 신화나 역사가 너무나 제 멋대로라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가로막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서양 게이머들이 하기에는 우리가 `쿵푸 카오스'를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의 세계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은 작업인 것 같다.
여기 흥미롭게도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양 세계, 서양인이 해석하는 동양 세계를 보여주는 두 액션 게임이 있다. 일본 회사인 테크모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고전 액션 게임의 리메이크작인 `아르고스의 전사`를 만들었고, 영국 제작사인 저스트애드몬스터스는 쿵푸 시네마 액션 `쿵푸 카오스'를 제작했다.
◇대전 액션, 미니 게임, 액션 아케이드의 종합 선물 세트 `쿵푸 카오스'
필살기의 긴장.유쾌함 조화
저스트애드몬스터스는 `메디블'이나 `프로거' 같은 밀리언셀러를 만들었던 업체다. 이 회사가 아고너트게임즈에 인수돼 X박스용으로 내놓은 첫 타이틀이 `쿵푸 카오스'다.
게임의 기본 컨셉트는 영화다. 동양 무술을 사용하는 캐릭터들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게임 플레이는 액션 아케이드, 미니 게임, 대전 액션 게임이 혼합돼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미니시리즈'나 `스페셜 피처'도 즐길 수 있다.
설정 자체가 영화 찍기다 보니 곳곳에 패러디와 유머가 담겨 있다. 일본의 대표적 사무라이 만화에서 모티브를 딴 `사무라이와 아들'이라든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대표작 `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를 패러디한 `더 굿, 더 배드, 더 어글리 프린세스' 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칠만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매뉴얼의 캐릭터 소개도 재미있다. 닌자 푸 히야의 프로필에는 그가 주연한 `조용하지만 지독하게'라는 영화 포스터와 함께 `그가 소리없이 가스를 내뿜는다'는 메인 카피가 실려있고, "다른 모든 배우들을 잠재워 버릴 배우!"라는 감독의 평도 실려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게임성이다. 캐릭터가 SD다 보니 액션에 리얼리티는 없다. 그러나 다양한 콤보, 방어ㆍ캔슬ㆍ필살기까지 대전 액션의 맛을 살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대전 액션의 `도발'에 해당하는 `조롱하기'라는 기술도 있어서 대전 액션의 긴장감에 파티 게임의 유쾌함을 잘 버무려 놓았다. 4인 플레이가 지원되는데 서로 조롱하기를 주고 받으며 요란하게 대전을 벌이면 몇 시간 정도는 쉽게 지나간다.
이 게임의 단점이라면 서양 게임을 꺼리는 동양인이 지적하는 것들이 빠짐없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인과 영국인을 구별 못하는 것과 비슷하게, 서양 사람들은 닌자와 손오공과 쿵푸 사이의 구별이 불가능한 것 같다. 캐릭터 디자인은 영 호감이 가지 않고, 철저하게 서양적 유머와 말장난에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특히 종종 튀어나오는 섬뜩한 이미지들은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그 중에서도 국내 게이머들의 접근을 가장 엄중하게 차단하는 것은, 자막도 없이 이 모든 유머가 영어로만 나온다는 것이다.
◇오락실 고전의 부활, 3D로 돌아온 `아르고스의 전사'
신화속 파타지로 감성 흡입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로 뛰어난 그래픽 능력을 인정받으며 X박스의 간판 제작사로 자리잡은 테크모가 잊을 수 없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 `아르고스의 전사'를 리메이크했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끊임없이 지배자가 바뀌어 왔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는 간단하기 짝이 없는 설정은 그리스 제국시대 가상 왕국의 공주 하르모니아를 갑자기 침입해온 타이탄족으로부터 구하기 위한 용병 대장 젠의 모험으로 바뀌었다.
예전 아케이드 게임기와 비교할 수도 없는 환상적인 3D그래픽이 플레이스테이션2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며 펼쳐진다. 시점이 자동으로 설정되고 전투 자체에서 3D 공간을 사용할 줄 모르는 적의 단순함이 아쉽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건물이나 기념비가 정교하게 표현되며 게이머를 신화의 머나먼 판타지로 끌어들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디스크 아머'의 존재다. 어느 방향으로도 날릴 수 있고 던졌다가는 다시 돌아오는 이 신기한 무기는, 칼이나 활, 단검을 쓰는 다른 게임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아르고스의 전사'만의 특징이었다. 리메이크의 성공 여부는 이를 3D로 얼마나 잘 살려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성공했다. 3D 공간 속에서 적을 잡아 돌리고 던지는 각종 연출이 덧붙여지면서 무기 사용의 맛은 한층 더 깊어졌다. 캔슬이 잘 되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몇 가지 콤보 동작도 있어서 무기 자체가 지니는 멋 역시 강화되었다.
이 게임은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덧붙여놓은 훌륭한 리메이크작이다. 불륨이 작은 편이고 단순한 면도 있지만 세상이 지금보다 덜 복잡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로 눈감아줄 만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게임을 거창하게 만들기 위해 끌어온 그리스 신화나 역사가 너무나 제 멋대로라서 게임에 대한 몰입을 가로막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서양 게이머들이 하기에는 우리가 `쿵푸 카오스'를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의 세계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은 작업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