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초창기부터 롤 플레잉 게임(RPG)은 가장 인기있는 장르였다. 수많은 명작이 부침했고, 이 게임들이 같은 장르일 수 있나 싶은 다양한 스타일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롤 플레잉 게임들이 등장했다. 판사 소프트웨어가 X박스로 내놓은 `메탈 던전'과 스퀘어의 플레이스테이션 2 게임 `파이널 판타지 10'는 전통과 진화라는 롤 플레잉 게임의 두 가지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 `메탈 던전'
단순한 스토리 재미는'짱'..콘솔용 부활 재기노리는 '과거의 명작'
모험가들이 모여 파티를 짜 몬스터가 가득찬 던전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탐험한다. 롤 플레잉 게임 고전 명작 `위저드리'에서 시작된 진지하고 처절한 던전형 RPG는 `로그'라는, 들어갈 때마다 모양이 바뀌는 던전 스타일 게임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로그를 통해 수많은 열성 게이머들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은 하드코어적 성격 때문에 널리 사랑받기가 힘들었고, 상업성이라는 기준에서 서서히 게이머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판사 소프트웨어의 `메탈 던전'은 로그라이크 게임의 전통을 X박스라는 최신 콘솔에서 부활시키고 있다. 이 게임의 스토리나 시스템은 지극히 단순하다. 근미래 생체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실수로 `마신'이라는 초강력 생체 병기가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지하 미궁으로 봉쇄되었지만 마신은 곧 방벽을 뚫고 나올 것이다.
강화 인간으로 구성된 용병 팀을 이끌고 100층짜리 던전에 뛰어들어가 마신을 물리쳐야 한다. 우선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동료를 모아 다섯 명으로 파티를 짠다. 적들을 한 명씩 해치우며 나아간다.
던전을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내려가면 갈수록 적이 너무 강해서 한 층을 클리어할 때마다 얻는 아이템으로 무기를 계속 개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한 명이라도 죽으면 곧장 시체를 회수한 후 나가서 부활시켜야 한다. 그런데 나왔다 다시 들어가면 던전 모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부터 다시 지도를 완성하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게임의 재미는 아주 직설적이다. 한 층을 클리어해도 다음 층에서 곧장 떼죽음 당한다. 하지만 충분히 무기를 개조하고 대비하면 다음 층을 공략할 수 있다. 또 한 층, 다시 또 한층, 좌절과 극복이 반복된다. 감동적인 이야기도, 아름다운 그래픽도 없지만 성장과 정복이라는 선명한 즐거움이 만족스럽다.
로그라이크라는 전통적 시스템을 SF를 배경에서 `개조'라는 컨셉트로 접근한 것 역시 게임의 재미를 북돋우는 요소다. 아쉬운 것은 이런 전통을 이해할 게이머들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이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배려가 부족하다.
◈ `파이널 판타지 10'
영화적 연출 정교함 극치..캐릭터 성장과 전투 결합 '고민의 산물'
일본을 대표하던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 퀘스트'가 단순한 스토리 라인과 빈약한 퀘스트로 한계를 지적 받았을 때, 스퀘어는 영화적인 연출을 도입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이런 경향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출시된 7∼9편까지 이어지면서 한층 강화됐다.
`파이널 판타지 10'은 스퀘어의 강점인 그래픽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2로 출시됐다. 지금까지 나왔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지향점을 비로소 온전하게 드러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리얼 타임 3D 그래픽으로 연출되는 인트로 화면부터 기존 게임과는 한 차원 다른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캐릭터만 따지자면 다른 제작사도 최근에는 유사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배경의 지형과 건물 묘사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 속에 들어가 대체 경험을 하는 RPG에서 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다. 복잡한 복선과 게이머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상황은 조금은 구태의연한 스토리 라인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다.
RPG의 핵심인 성장과 전투도 게이머의 흥미를 끌어내기 충분하다. 리얼타임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술이나 그에 따른 공격 효과를 설정해야 하므로 단순히 순서대로 버튼을 클릭하는게 아니라 전술을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 처음 보기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스피어반에 따른 능력치 성장이 결합되면서 머리 싸움은 더 치열해진다.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잘 생각해서 아까운 스피어를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얻게 되는 능력은 물론 개별 전투에서의 전술까지 덩달아 달라진다. 성장과 전투를 직접적으로 통합한 게임 시스템은 통일성 면에서 다른 RPG에 비해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그래픽, 시스템, 음악,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파이널 판타지 10'이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이게 어디가 RPG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스피어반은 전투와 통합되다 보니 성장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잦은 이벤트 동영상은 분명 화려하기 짝이 없지만 게임 세계에서 누군가의 역할을 직접 한다기보다는 멋진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이 성과이건 한계이건 간에, 스퀘어가 선택한 영화적 RPG의 정점에 다다른 게 `파이널 판타지 10'이다.
◈ `메탈 던전'
단순한 스토리 재미는'짱'..콘솔용 부활 재기노리는 '과거의 명작'
모험가들이 모여 파티를 짜 몬스터가 가득찬 던전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탐험한다. 롤 플레잉 게임 고전 명작 `위저드리'에서 시작된 진지하고 처절한 던전형 RPG는 `로그'라는, 들어갈 때마다 모양이 바뀌는 던전 스타일 게임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로그를 통해 수많은 열성 게이머들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은 하드코어적 성격 때문에 널리 사랑받기가 힘들었고, 상업성이라는 기준에서 서서히 게이머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판사 소프트웨어의 `메탈 던전'은 로그라이크 게임의 전통을 X박스라는 최신 콘솔에서 부활시키고 있다. 이 게임의 스토리나 시스템은 지극히 단순하다. 근미래 생체 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실수로 `마신'이라는 초강력 생체 병기가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지하 미궁으로 봉쇄되었지만 마신은 곧 방벽을 뚫고 나올 것이다.
강화 인간으로 구성된 용병 팀을 이끌고 100층짜리 던전에 뛰어들어가 마신을 물리쳐야 한다. 우선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동료를 모아 다섯 명으로 파티를 짠다. 적들을 한 명씩 해치우며 나아간다.
던전을 계속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내려가면 갈수록 적이 너무 강해서 한 층을 클리어할 때마다 얻는 아이템으로 무기를 계속 개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한 명이라도 죽으면 곧장 시체를 회수한 후 나가서 부활시켜야 한다. 그런데 나왔다 다시 들어가면 던전 모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부터 다시 지도를 완성하고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 게임의 재미는 아주 직설적이다. 한 층을 클리어해도 다음 층에서 곧장 떼죽음 당한다. 하지만 충분히 무기를 개조하고 대비하면 다음 층을 공략할 수 있다. 또 한 층, 다시 또 한층, 좌절과 극복이 반복된다. 감동적인 이야기도, 아름다운 그래픽도 없지만 성장과 정복이라는 선명한 즐거움이 만족스럽다.
로그라이크라는 전통적 시스템을 SF를 배경에서 `개조'라는 컨셉트로 접근한 것 역시 게임의 재미를 북돋우는 요소다. 아쉬운 것은 이런 전통을 이해할 게이머들은 얼마 되지 않는데다가 이미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배려가 부족하다.
◈ `파이널 판타지 10'
영화적 연출 정교함 극치..캐릭터 성장과 전투 결합 '고민의 산물'
일본을 대표하던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 퀘스트'가 단순한 스토리 라인과 빈약한 퀘스트로 한계를 지적 받았을 때, 스퀘어는 영화적인 연출을 도입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이런 경향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출시된 7∼9편까지 이어지면서 한층 강화됐다.
`파이널 판타지 10'은 스퀘어의 강점인 그래픽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2로 출시됐다. 지금까지 나왔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지향점을 비로소 온전하게 드러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리얼 타임 3D 그래픽으로 연출되는 인트로 화면부터 기존 게임과는 한 차원 다른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캐릭터만 따지자면 다른 제작사도 최근에는 유사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하지만 배경의 지형과 건물 묘사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 속에 들어가 대체 경험을 하는 RPG에서 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의 하나다. 복잡한 복선과 게이머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상황은 조금은 구태의연한 스토리 라인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다.
RPG의 핵심인 성장과 전투도 게이머의 흥미를 끌어내기 충분하다. 리얼타임은 아니지만 다양한 기술이나 그에 따른 공격 효과를 설정해야 하므로 단순히 순서대로 버튼을 클릭하는게 아니라 전술을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 처음 보기에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스피어반에 따른 능력치 성장이 결합되면서 머리 싸움은 더 치열해진다.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잘 생각해서 아까운 스피어를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얻게 되는 능력은 물론 개별 전투에서의 전술까지 덩달아 달라진다. 성장과 전투를 직접적으로 통합한 게임 시스템은 통일성 면에서 다른 RPG에 비해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의 산물임이 틀림없다.
그래픽, 시스템, 음악,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파이널 판타지 10'이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이게 어디가 RPG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스피어반은 전투와 통합되다 보니 성장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잦은 이벤트 동영상은 분명 화려하기 짝이 없지만 게임 세계에서 누군가의 역할을 직접 한다기보다는 멋진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것이 성과이건 한계이건 간에, 스퀘어가 선택한 영화적 RPG의 정점에 다다른 게 `파이널 판타지 10'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