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에서는 `디지털'이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본 21세기의 삶과 문화를 다각도로 짚어보는 새 연재칼럼 `문화산책'을 신설한다.
김열규 인제대 교수, 허만형 건국대 교수, 조명현 동국대 겸임교수, 김형수 연세대 교수, 백석기 인터넷방송협회장, 김종휘 대중문화 평론가, 김태규 IT컨설턴트 등의 필진이 `문화산책'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디지털문화 담론을 펼칠 예정이다.
<편집자주>
김열규 인제대 국문과 교수
간(姦)은 `간사할 간'이라고 읽는다. 간(奸)도 역시 `간사할 간'이라고 읽는다. 간(姦)은 간통(姦通)의 간이고 간(奸)은 간악(奸惡)의 간이지만 간사하기로는 마찬가지다.
간(姦)은 보다시피 여자 셋이 얼기설기 얼크러진 꼴이다. 그게 그만 간통(姦通)의 간이 되었으니, 여자에 대한 남자의 편견이 사악하고 간사한 셈이다.
한편 정통(情通)은 통정(通情)과 마찬가지 글자다. 뒤집으나 엎으나 그저 그게 그거다. 워낙 남녀가 정을 통한다는 뜻이지만, 때로는 간통과 별로 다를 바 없이 통용되기도 한다.
`정보 사회를 말하면서 웬놈의 간통이고 정통이냐'고 우락부락할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달랑달랑 화낼 일이 아니다. 정통은 `정보통신'(情報通信)의 줄임 꼴이기도 하다는 것을 먼저 헤아리면 화증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실제로 통정이나 정통이나 남녀간의 욕정(欲情)의 주고 받음만이 아니고 사정이나 물정을 서로 통하게 나누어 갖고 있는 것도 의미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통정이나 정통을 가지고 정보화 사회를 말할 건더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정(情)자 그 자체가 요사를 부린다. 워낙 정은 인간의 마음이고 감정이다. 그러다가 사랑을 의미하게도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정(事情)이나 물정(物情)이란 말이 있듯이 사물의 상태며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 것이 곧 정(情)이란 글자다. 그러니 통정이라면 혹은 정통이라면 무슨 상태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정보화 사회를 말하는 키워드의 하나로 정통은 당당히 나설 수 있다. 그것도 팔을 걷고 나서도 좋을 것이다. 하기에 정통이나 통정과 같은 뜻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간통이 정보화 시대를 말하는 계제에 나선다고 해서 별로 흉할 것 없다는 것쯤 누구나 짐작할 만할 것이다.
"어디 감히 그 흉악한 말이 갸륵한 정보화 사회를 말하는 판에 끼어드는 것이냐!"고 핏대만 올릴 일이 아니다. 정보의 정이나 정통의 정이나 어차피 한 글자란 것을 판별하기 위해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길 것까지는 없다. 디지털 운산(運算)을 해도 그 두 가지 정을 구별하지는 못할 게 뻔하다.
글자 풀이만 할 게 아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직접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한층 분명해진다.
인터넷은 부분적으로는 `포르노그라피 넷'이다. 그걸 줄여서 `포르넷'이라 하면 어떨까 싶은데, 이 지경이면 인터페이스나 `인터섹스추어리티'나 그저 그게 그거다. 한 가정의 안방이, 혹은 아이들 공부방이 그냥 그대로 포르노 영화관이 되고 `섹스 숍'이 되고 말았다.
한편 소위 `채팅'은 어떤가 말이다. 심지어 일부 미성년과 가정 주부의 통정이나 정통을 위한 `포르넷' 급의 `섹스 넷'이 된 지 이미 오래가 아닌가 말이다. 이 지경이면 인터넷은 밀통(密通)의 인터넷이다. 말할 것도 없이 밀통은 남녀가 비밀로 통정하는 짓이다.
자! 오늘의 사정이, 그리고 물정이 이 지경인데 누가 굳이 우기지 않아도 간통과 정통과 정보 통신은 한 통속이다.
`정보화 사회'의 또 다른 사정, 언제까지 방치할 건지 사뭇 온 몸이 간지럽다. 전신이 스멀댄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면 무슨 해결책이 나올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 필자소개 : 김열규
인제대 국문학과 교수. 사이버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그린 에세이집 `고독한 호모디지털'(한길사)로 독서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김열규 인제대 교수, 허만형 건국대 교수, 조명현 동국대 겸임교수, 김형수 연세대 교수, 백석기 인터넷방송협회장, 김종휘 대중문화 평론가, 김태규 IT컨설턴트 등의 필진이 `문화산책'을 통해 다양한 색깔의 디지털문화 담론을 펼칠 예정이다.
<편집자주>
김열규 인제대 국문과 교수
간(姦)은 `간사할 간'이라고 읽는다. 간(奸)도 역시 `간사할 간'이라고 읽는다. 간(姦)은 간통(姦通)의 간이고 간(奸)은 간악(奸惡)의 간이지만 간사하기로는 마찬가지다.
간(姦)은 보다시피 여자 셋이 얼기설기 얼크러진 꼴이다. 그게 그만 간통(姦通)의 간이 되었으니, 여자에 대한 남자의 편견이 사악하고 간사한 셈이다.
한편 정통(情通)은 통정(通情)과 마찬가지 글자다. 뒤집으나 엎으나 그저 그게 그거다. 워낙 남녀가 정을 통한다는 뜻이지만, 때로는 간통과 별로 다를 바 없이 통용되기도 한다.
`정보 사회를 말하면서 웬놈의 간통이고 정통이냐'고 우락부락할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달랑달랑 화낼 일이 아니다. 정통은 `정보통신'(情報通信)의 줄임 꼴이기도 하다는 것을 먼저 헤아리면 화증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실제로 통정이나 정통이나 남녀간의 욕정(欲情)의 주고 받음만이 아니고 사정이나 물정을 서로 통하게 나누어 갖고 있는 것도 의미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통정이나 정통을 가지고 정보화 사회를 말할 건더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정(情)자 그 자체가 요사를 부린다. 워낙 정은 인간의 마음이고 감정이다. 그러다가 사랑을 의미하게도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사정(事情)이나 물정(物情)이란 말이 있듯이 사물의 상태며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 것이 곧 정(情)이란 글자다. 그러니 통정이라면 혹은 정통이라면 무슨 상태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정보화 사회를 말하는 키워드의 하나로 정통은 당당히 나설 수 있다. 그것도 팔을 걷고 나서도 좋을 것이다. 하기에 정통이나 통정과 같은 뜻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간통이 정보화 시대를 말하는 계제에 나선다고 해서 별로 흉할 것 없다는 것쯤 누구나 짐작할 만할 것이다.
"어디 감히 그 흉악한 말이 갸륵한 정보화 사회를 말하는 판에 끼어드는 것이냐!"고 핏대만 올릴 일이 아니다. 정보의 정이나 정통의 정이나 어차피 한 글자란 것을 판별하기 위해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길 것까지는 없다. 디지털 운산(運算)을 해도 그 두 가지 정을 구별하지는 못할 게 뻔하다.
글자 풀이만 할 게 아니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직접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한층 분명해진다.
인터넷은 부분적으로는 `포르노그라피 넷'이다. 그걸 줄여서 `포르넷'이라 하면 어떨까 싶은데, 이 지경이면 인터페이스나 `인터섹스추어리티'나 그저 그게 그거다. 한 가정의 안방이, 혹은 아이들 공부방이 그냥 그대로 포르노 영화관이 되고 `섹스 숍'이 되고 말았다.
한편 소위 `채팅'은 어떤가 말이다. 심지어 일부 미성년과 가정 주부의 통정이나 정통을 위한 `포르넷' 급의 `섹스 넷'이 된 지 이미 오래가 아닌가 말이다. 이 지경이면 인터넷은 밀통(密通)의 인터넷이다. 말할 것도 없이 밀통은 남녀가 비밀로 통정하는 짓이다.
자! 오늘의 사정이, 그리고 물정이 이 지경인데 누가 굳이 우기지 않아도 간통과 정통과 정보 통신은 한 통속이다.
`정보화 사회'의 또 다른 사정, 언제까지 방치할 건지 사뭇 온 몸이 간지럽다. 전신이 스멀댄다.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기면 무슨 해결책이 나올지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 필자소개 : 김열규
인제대 국문학과 교수. 사이버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그린 에세이집 `고독한 호모디지털'(한길사)로 독서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