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Eric Carle’ The Very Hungry Caterpillar & Other Stories)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에릭 칼(Eric Carle)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에릭 칼은 엷은 화장지를 여러 색을 덧칠해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꼴라주 기법을 이용하는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의 환상적인 그림책은 수십년동안 전세계에 번역되어 어린이들의 친숙한 벗이 되었다. 1969년에 발표한 <배고픈 애벌레>는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400만권이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인피니스에서 1999년에 출시한 애니메이션 모음집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Eric Carle’ The Very Hungry Caterpillar & Other Stories)은 ’배고픈 애벌레’를 비롯해 ’아빠 달 따 줘요’(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조용한 귀뚜라미’(The Very Quite Cricket), ’혼란스러운 카멜레온’(The Mixed Up Chameleon) 등 에릭 칼의 출판작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늘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출발해 환상의 세계로 진화해간다. ’배고픈 애벌레’에서 애벌레는 매일 여러 음식을 먹어치운다. 월요일에 사과 하나를 시작으로 화요일에 배 두 개, 수요일에 자두 세 개, 목요일에 딸기 네 개, 금요일에 오렌지 다섯 개, 그리고 토요일에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피클, 스위스 치즈, 살라미, 롤리팝, 체리파이, 소시지, 컵케이크, 워터 메론을 먹어 애벌레가 배탈이 난 것은 현실보다는 환상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이 애벌레가 일요일에 푸른 나뭇잎을 먹고, 번데기가 되고 2주의 시간이 지나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것은 일상의 영역에 속한다. 에릭 칼의 작품은 이렇듯 환상적인 영역과 일상적인 영역이 자연스럽게 혼재되어있다. 이러한 특징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 특유의 꼴라쥬 기법이다. 에릭 칼은 약 40색 정도의 얇은 종이를 기본으로 거기에 다양한 색을 섞어 칠해 특유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본 색에서 시작해 자연스러운 다른 색으로의 섞임이 매우 세련되게 표현된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책에서 생략된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를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고 메워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감독 앤드류 고프(Andrew Goff)는 급격한 앵글 변화나 컷 편집 대신 안정적이며 절제된 카메라 워킹으로 그림책의 분위를 잘 살리는데 주력했다. 꼴라쥬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컷 아웃 기법 등을 이용해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의 틀을 깨지 않는다. 줄리안 노트(Julian Nott)의 클래식한 선율은 역시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던 그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 더빙판과 영어판으로 모두 출시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영어교육용으로 팔렸는데, 그림책의 독자를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판매를 유도하는 적절한 마케팅 기법이 구사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책 원작의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으로 세련되게 옮긴 이 작품은 시카고 국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 뉴 잉글랜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각각 상을 수상했고, 안시 페스티벌, 히로시마 페스티벌, 오타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마음이 각박해질 때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며 다양한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성공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한 작품이기도하다.
<글 / 박인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 그림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에릭 칼(Eric Carle)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에릭 칼은 엷은 화장지를 여러 색을 덧칠해 새로운 색을 창조하는 꼴라주 기법을 이용하는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그의 환상적인 그림책은 수십년동안 전세계에 번역되어 어린이들의 친숙한 벗이 되었다. 1969년에 발표한 <배고픈 애벌레>는 1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400만권이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인피니스에서 1999년에 출시한 애니메이션 모음집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Eric Carle’ The Very Hungry Caterpillar & Other Stories)은 ’배고픈 애벌레’를 비롯해 ’아빠 달 따 줘요’(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조용한 귀뚜라미’(The Very Quite Cricket), ’혼란스러운 카멜레온’(The Mixed Up Chameleon) 등 에릭 칼의 출판작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늘 가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출발해 환상의 세계로 진화해간다. ’배고픈 애벌레’에서 애벌레는 매일 여러 음식을 먹어치운다. 월요일에 사과 하나를 시작으로 화요일에 배 두 개, 수요일에 자두 세 개, 목요일에 딸기 네 개, 금요일에 오렌지 다섯 개, 그리고 토요일에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피클, 스위스 치즈, 살라미, 롤리팝, 체리파이, 소시지, 컵케이크, 워터 메론을 먹어 애벌레가 배탈이 난 것은 현실보다는 환상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이 애벌레가 일요일에 푸른 나뭇잎을 먹고, 번데기가 되고 2주의 시간이 지나 아름다운 나비가 되는 것은 일상의 영역에 속한다. 에릭 칼의 작품은 이렇듯 환상적인 영역과 일상적인 영역이 자연스럽게 혼재되어있다. 이러한 특징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 특유의 꼴라쥬 기법이다. 에릭 칼은 약 40색 정도의 얇은 종이를 기본으로 거기에 다양한 색을 섞어 칠해 특유의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기본 색에서 시작해 자연스러운 다른 색으로의 섞임이 매우 세련되게 표현된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책에서 생략된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를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고 메워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감독 앤드류 고프(Andrew Goff)는 급격한 앵글 변화나 컷 편집 대신 안정적이며 절제된 카메라 워킹으로 그림책의 분위를 잘 살리는데 주력했다. 꼴라쥬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컷 아웃 기법 등을 이용해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상상력의 틀을 깨지 않는다. 줄리안 노트(Julian Nott)의 클래식한 선율은 역시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던 그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 더빙판과 영어판으로 모두 출시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영어교육용으로 팔렸는데, 그림책의 독자를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판매를 유도하는 적절한 마케팅 기법이 구사되었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책 원작의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으로 세련되게 옮긴 이 작품은 시카고 국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 뉴 잉글랜드 어린이 필름 페스티벌에서 각각 상을 수상했고, 안시 페스티벌, 히로시마 페스티벌, 오타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마음이 각박해질 때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며 다양한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성공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한 작품이기도하다.
<글 / 박인하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획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