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자로 1982년 준공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신현대아파트 9·11·12차)이 다음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 들어간다. 이를 잡기 위한 국내 '톱 2' 시공사의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입찰 공고를 앞두고 이미 시공능력 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진행 중이다. 조합은 시공사 선정 공고에 이어 9월 말 조합원 총회를 통해 최종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압구정2구역은 신현대 3개 단지, 총 27개동, 기존 1924가구를 재건축해 총 2571가구(임대주택 321가구) 규모 대단지로 새로 지을 계획이다. 이 일대 토지 등 종전자산 추정액은 10조원이 넘고 재건축 공사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강남의 전성기를 연 '대한민국 최고 부촌'이란 타이틀을 가진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사실상 현대건설의 '텃밭'으로 여겨졌다.
과거 압구정 택지 조성사업을 통해 조성된 아파트는 한강변 다른 택지지구인 여의도·반포와 달리 민간기업인 현대건설이 택지 조성부터 분양까지 모두 맡았다.
현대건설이 매립한 한강변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6148가구가 입주를 했다. 압구정현대아파트는 1~3차 사업을 현대건설이 맡았고 4차부터 14차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독립해 설립한 건설사인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다.
여기에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최근 삼성물산은 단지 맞은편 건물에 조합원 전용 프라이빗 홍보관 'S.라운지'를 조성해 운영을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 인지도와 탄탄한 재정 상태를 앞세우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62.9%로 낮고 신용등급은 'AA+'로 높다.
현대건설은 2019~2024년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차지한 재건축 사업의 강자다. '디에이치' 브랜드와 압구정현대를 시공한 건설사라는 헤리티지를 내세웠다. 최근엔 '압구정 현대'를 뜻하는 한글, 한자 상표 출원을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 8년 만에 현대건설의 '정주영 마케팅'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고령 조합원에게 남다른 향수로 남았을 창업자 정주영 명예회장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장에서 재생된 현대건설의 홍보 영상에는 2001년 타계한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모습이 수차례 등장했다.
단상에 오른 현대건설 정수현 당시 대표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언급하며 "사업을 하면서 신용을 잃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정주영 회장의 말씀을 따라 신뢰를 잃지 않는 역할을 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일찍부터 공을 들여온 GS건설과 박빙의 경쟁을 펼칠 것이란 예측과 달리 현대건설은 400여표라는 큰 표차로 따돌릴 수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결국 이주비와 분담금 등 구체적인 입찰 제안서 내용이 나오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래미안 브랜드와 금융 조건 등에 점수를 주는 조합원이 있는가 하면, 현대건설이 가진 인근 유휴부지 활용안 등에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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