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치·수익률 대폭락에
국내 운용사 실적 올해 더 악화
해외시장 폭락 등 손실 우려 속
추가 출자에도 상황여의치 않아
키움유럽오피스1호 1년간 -70%
국내 운용사 실적 올해 더 악화
해외시장 폭락 등 손실 우려 속
추가 출자에도 상황여의치 않아
키움유럽오피스1호 1년간 -70%
![[기획] `밑빠진 독` 부동산 펀드… 물만 붓다 결국 터진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2902100363046001[1].jpg "[기획] `밑빠진 독` 부동산 펀드… 물만 붓다 결국 터진다")
국내 운용사들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펀드의 실적이 올해들어 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액 손실 등 기한이익상실(EOD)은 많지 않지만, 이는 부동산 자산 가격 상승을 기대한 추가 출자를 감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자산 가격 하락으로 '리파이낸싱'을 위한 추가출자를 감안하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향후 일시에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당장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펀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나쁜 펀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히어로즈유럽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1호'로 집계됐다. 최근 1년 동안에만 70%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미 전액 손실이 발생한 펀드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와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 등 2개였다. 두 개 펀드 모두 유럽지역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다.
현재 운용 중인 국내 부동산 펀드 중 대부분이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있다. 임대형 부동산펀드는 100%, 파생형 부동산펀드는 86%가 이들 지역에 투자한 상품이다.
팬데믹 기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폭락과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 등으로 해외부동산 펀드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졌지만, 대부분의 펀드는 추가 출자를 감행한 리파이낸싱을 이어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부동산 펀드가 2018~2020년에 집중돼 있고, 해당 펀드들이 만기를 맞을 시점에 해당 부동산의 매각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결국 막대한 손실을 입고 '손절'하거나, 리파이낸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운용 중인 344개 해외부동산 펀드 가운데 절반인 170개 펀드가 2019년과 2020년에 처음 설정됐다.
문제는 해당 펀드들이 추가 출자를 통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새롭게 감정평가를 진행한 펀드의 경우 자산가치가 최초 설정 당시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최근 1년 동안에도 기준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최근 감정가격 재평가를 실시한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는 지난해 실시한 3억5340만달러보다 더 떨어진 3억3100만달러의 감정평가 가격을 공시했다. 낮아진 가격을 반영해 기준가격은 그만큼 더 떨어졌다.
최근 1년간 기준가격이 36% 하락하며 전체 투자 기간 벌어놓은 돈이 모두 손실처리된 곳도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오피스빌딩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은 기준가격이 489.16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설정 이후 수익률(-24.37%)보다 최근 1년 수익률이 더 나빠지며 향후 상승 기대감은 더 낮아졌다. 특히 최근 자산가치 재평가도 실시하지 않은 만큼, 기준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자한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 16호 역시 최근 1년 수익률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플러스 2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1년 동안에만 10% 넘게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과 함께 당시와 달라진 환율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2020년에 유럽에 투자한 펀드는 대부분 당시 환율을 1유로당 1300원을 설정했지만, 현재 환율은 1560원대로 올라왔다. 달러 역시 2020년 평균 1180원에서 현재 1370원으로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해당 국가 통화 기준 당시 가격을 모두 회복한다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 기준으로는 20% 안팎의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수익자들이 당장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낮아진 자산 가격으로 인한 추가 출자를 감수하고라도 펀드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악화된다면 결국 이 같은 추가출자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파이낸싱 이후 새로 설정된 만기나 금리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설정됐다 하더라도 한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석은 작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해 지금 당장의 손실보다 100억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는 검토결과가 나왔다면 만기 연장도 납득할 수 있지만, 단순히 폭탄을 돌리는 것은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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