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 "AI 진출은 `필연`… 작지만 강한 기술로 기업의 AI 입문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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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곤 파수 대표
창업 초기 문서보안 위한 'DRM 솔루션' 세계 최초 상용화
솔루션 사용자 300만명 넘어… 세계 50개국 이상으로 수출
챗GPT 발표후 AI에 본격적 투자… 1년만에 '엘름' 선보여
[오늘의 DT인] "AI 진출은 `필연`… 작지만 강한 기술로 기업의 AI 입문 돕겠다"
조규곤 파수 대표

'AI 마에스트로, 엘름(Ellm). 다수의 LLM을 연결하는 지휘자입니다.'

국내 대표 보안기업에서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파수의 홈페이지 대문에 걸린 글귀다. 실력에서 빅테크들에 밀리지 않으니 매력적인 AI의 세계로 들어와 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엘름은 파수가 최근 선보인 기업용 경량 대규모언어모델(sLLM)이다. 기업들이 챗GPT같이 공개된 대형 AI모델 대신 내부에 쌓인 데이터를 열심히 배우고 익힌 맞춤 AI모델을 활용하도록 돕겠다는 게 파수의 구상이다. 엘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조규곤(64·사진) 파수 대표는 "그동안 많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신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엘름처럼 반응이 빠르고 폭발적인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내놓자마자 업종을 구분할 것 없이 문의전화가 밀려왔다는 조 대표는 "문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AI에 대해 어느 정도 학습이 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목마름 때문에 답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연구자형 기업가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전기공학 석사를 받은 그는 1983년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는 미국 럿거스대로 유학을 떠나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1992년 삼성SDS 기술연구소로 입사해 오픈솔루션센터장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SDS 사내벤처인 '뉴트러스트' 사장으로 지내다 2000년 6월 동료 6명과 함께 파수를 창업했다. 네이버에 이은 삼성SDS의 2호 벤처다.

창업 초기 문서보안을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일찌감치 글로벌을 무대로 사업을 펼쳤다. 이어 데이터 보안, 애플리케이션 보안, 개인정보 비식별화, 문서관리, 노트 앱, 블록체인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0곳 이상의 고객·파트너를 두고 솔루션 사용자는 300만명이 넘는다. 세계 50개국 이상으로 솔루션을 수출했다.

그런 파수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AI 기업으로 변신하는 것에 대해 조 대표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사과정 당시 AI를 전공했다. 1990년대 초반은 AI 2차 붐이 정점을 지난 때였다. 각국이 AI에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AI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박사과정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나 박사과정을 졸업한 1992년엔 열기가 식어 있었다. 사람들은 AI가 무르익으려면 R&D를 통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단기적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조 대표는 삼성SDS와 파수를 거치며 보안을 파고들면서도 AI를 놓지 않았다.

AI의 부침을 지켜본 경험자는 최근의 AI 열풍을 어떻게 바라볼까. 조 대표는 "이젠 진짜다.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AI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은 그런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챗GPT가 나오기 전에 이미 자체 LLM을 테스트하고 있었다"는 조 대표는 "챗GPT 발표 후 바로 다음달인 12월에 AI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후 작년 4월 AI 로드맵을 발표하고 개발에 속도를 냈다. 그후 1년만에 엘름을 내놨다.


"약 10년 전 노트 앱인 '디지털 페이지' 개발을 시작했는데, '파수만의 AI'를 만들겠다며 도전한 프로젝트였어요.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위해서도 AI를 활용해 왔죠. 자체 개발한 소형 LLM을 이용해 문서 내에서 사람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파악하는 식입니다. 보안을 하면서도 계속 AI를 들여다 본 건데, 이미 준비된 게 있으니 대열만 다시 해서 뛰면 되는 거였죠."
조 대표는 작년 4월 회사 연례행사에서 '내년 행사 때 LLM을 선보이겠다'고 했고, 계획대로 올해 발표했다. 남은 것을 이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일이다.

엘름은 구글의 '젬마-7B' 기반모델을 바탕으로 한국어 학습, 지시사항 특화 학습, 인간 선호도 특화 학습 등 장기간 미세조정을 마친 기반모델이다. 기업 수요가 가장 많은 영어, 한국어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한국어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보안에 중점을 둬서 언어모델의 기본적 성능을 위한 공통 데이터셋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산업 영역별 특화 학습 데이터셋과 기업 내부 데이터까지 안전하게 사전학습할 수 있다. 구축형 AI를 고려하지만 AI 학습에 필요한 내부 데이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에 답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AI 학습용 내부 데이터 관리에 필수인 문서관리 플랫폼 '랩소디'를 엘름에 결합시켰는데, 랩소디에서는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등 빅테크들의 AI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보안에 강하면서 자체 데이터를 학습한 프라이빗 LLM과, 외부의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퍼블릭 LLM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

"기업들은 결국 여러 개의 LLM을 도입할 텐데, 이를 잘 조합해서 쓰려면 LLM과 기업 자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아키텍처를 잘 짜는 게 필요하죠. 우리는 이때 필요한 일종의 미들웨어를 제공하려 합니다."

[오늘의 DT인] "AI 진출은 `필연`… 작지만 강한 기술로 기업의 AI 입문 돕겠다"
조규곤 파수 대표

조 대표는 대부분의 기업이 LLM에서 시작해서 sLLM으로 더 작게 만드는 시도를 하는데, 파수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점점 키워간다는 점에서 접근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모델을 키우는 게 훨씬 쉽다고 밝혔다. 약 330명의 직원을 두고 작년 연매출 460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한 파수는 내실 있는 기업이지만 글로벌 AI 전장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그러나 매서운 경쟁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우리가 AI 영역에서 유리한 게, AI의 데이터 소스인 문서를 꿰뚫고 있다는 겁니다. LLM에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있던 데이터를 넣는 것은 쉽지만 문서 데이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서를 제대로 관리하고 보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우리의 특기죠."

문서에 정통해서일까. 파수는 작명에도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엘름부터 문서관리 솔루션 '랩소디', 애플리케이션 보안 전문 자회사 '스패로우'까지 조 대표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서 지었다. 엔터프라이즈 LLM의 앞글자를 따왔지만 'eLLM'이란 무미건조한 명칭 대신 '엘름'이란 이름을 붙였다.

"느릅나무를 엘름트리(elm tree)라고 하는데 예전 미국 사무소 옆에 엘름파크라는 공원이 있고 엘름트리가 있었어요. 철자는 다르지만 eLLM 하니 그 나무가 생각났어요. '엘엘엠'이라고 부르는 것과 엘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감이 완전히 다르니 그렇게 쓰자고 했죠."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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