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광고, 16년 전 LG 핸드폰 광고와 흡사
콘셉트, 소품, 도구에서 우연일치로 보기 힘들어
표절 논란에는 시치미 떼고 과도한 표현만 사과
LG폰 기억하며 '앞서간' 아이디어를 칭송하기도
콘셉트, 소품, 도구에서 우연일치로 보기 힘들어
표절 논란에는 시치미 떼고 과도한 표현만 사과
LG폰 기억하며 '앞서간' 아이디어를 칭송하기도
애플의 1분8초짜리 광고에는 피아노, 기타, 트럼펫, 카메라, 음향장비, 페인트(물감), 이모티콘 인형 등을 모아놓고 거대한 프레스기로 위에서 짓눌러 파괴하고 그 자리에 아이패드 프로 M4가 드러나는 영상을 담고 있다. 인간이 만든 다양한 창작물들을 융합해 아이패드 신제품 하나에 집어넣었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 광고 영상은 2008년 LG전자가 '르누아르 KC910' 핸드폰을 출시하면서 내놓았던 광고와 콘셉트, 소품, 도구에서 너무나 흡사하다. 우선 다양한 소품을 모아놓고 프레스기로 압착해 파괴한 후 새로운 제품을 드러내는 콘셉트가 똑같다.
광고에서는 콘셉트가 우연히 일치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 광고와 LG광고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베꼈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LG 광고에는 카메라, 페인트, 스피커를 비롯한 음향장비와 악기 등이 등장하는데, 애플 광고에도 나온다. LG 광고에 나오는 바이올린을 애플이 기타로 대체한 것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프레스기가 위에서 짓누르는 애플 방식도 옆에서 압착하는 LG 방식을 따라는 하지만 변형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댓글에는 "15년 지나면 모를 줄 알았나", "LG폰 사라진 게 제일 아쉽", "(LG가)아이디어는 겁나 빠른데 결정적으로 타이밍이 X같음, 2002년부터 음주측정 스포츠카 모형 엘쥐폰부터" 등 애플이 LG 광고를 표절했다는 전제로 LG의 '앞서간'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라진 LG전자의 핸드폰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글이 올라와있다. LG전자는 2021년 4월 핸드폰사업을 접었다.
유튜버 '크럭스'도 애플 광고가 LG 광고를 베낀 흔적이 농후하다는 해외 유명 인사의 지적을 전했다. 유명 디자이너이자 게이머인 앤디 챙은 자신의 스레드 계정에 애플 광고가 "2008년 LG의 아이디어를 카피한 흔적이 역력하다"며 "충격을 받았다. 애플이라면 창의적인 것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광고 표절 논란이 이렇게 일고 있는데도 애플은 그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다만 인간의 창작물들을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프레스기로 짓뭉개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그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광고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징그럽다", "어떻게 이런 광고가 좋은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이 당신들이 추구한 것이냐"라는 등의 비판을 했다. 그러자 9일(현지시간) 애플의 마케팅 담당 임원인 토르 마이런은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광고 내용에 대한 사과였지, LG 광고를 표절한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아니었다.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유튜브에서 애플 광고를 비판하는 것은 비단 괴이한 표현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카피한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그 부분은 딱 시치미를 뗐다. 애플 광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수록 LG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한테는 '표절했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애플이 정작 사과할 대상은 LG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남의 광고를 베끼는 존재로 추락한 데 대한 씁쓸함을 표현하고 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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