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3주를 앞둔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입법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여소야대 지형 속에 특검법 등 정쟁만 거듭하면서 국회 본연의 책무인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룬 것이다.
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중 9455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이 36.60%에 그쳤다. 20대 국회에선 발의된 2만4141건의 법안 중 1만5002건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철회 등 포함)은 37.9%, 19대 국회는 45.0%인 것을 감안하면 최저 수준이다.
이번 21대 국회는 각종 특검법 등을 놓고 여야가 끊임없이 정쟁을 벌이면서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이로 인해 미래 산업 기반 마련과 규제 개선 등을 위해 처리가 시급한 주요 민생법안들까지 발목이 잡혀 각계로부터 비난받는 상황이다.
꼭 필요한 민생법안 외에도 재정준칙 법제화(국가재정법 개정안) 역시 폐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0%를 넘어선 상황이지만 민주당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내수경제가 어려운 만큼 '전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도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마트의 온라인 새벽 배송을 허용하고,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야당이 전통 시장과 소상공인의 피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산자중기위에 계류돼 있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역시 지난해 8월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된 것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오는 8월 31일 일몰되는 예금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금융회사 부실 발생 시 금융회사를 대신해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을 지급한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예금보험료 수입이 연간 7000억원가량 줄어드는 등 예금보험기금 안정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입법보다 외유에 혈안' 비판도민생 경제를 외면한 여야 의원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앞다퉈 해외로 향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의회 외교, 정책 연구 등의 목적을 앞세우고 있지만 국민 혈세로 외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해외 출장자 가운데 4·10 총선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한 의원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면서 '배려성 출장', '말년 휴가' 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위원장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힘(복지·여가위원) 의원, 정춘숙 민주당(복지위원) 의원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방문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 양정숙 개혁신당 ,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부터 6박 10일 일정으로 연맹 창설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차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다.
부실한 출장 계획으로 국회 사무처로부터 '퇴짜'를 맞은 출장도 여럿 있다. 민주당 이용빈 김성주 신정훈 의원과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친환경 자전거 협력 방안 연구'를 하겠다며 이달 13∼20일 프랑스와 네덜란드 출장을 신청했으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출장'이라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민주당 서영교 이정문 의원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현장을 방문하겠다며 12∼18일 캐나다 출장을 신청했으나 역시 같은 이유로 불허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