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특히 첨단산업 분야의 유턴기업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유인으로 유턴기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배정한 보조금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턴기업 지원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유턴 지원전략 2.0'을 발표했다. 공급망 재편과 미·중 전략경쟁, 자국 보호주의 강화 등에 따라 우리도 첨단산업을 적극적으로 유턴시켜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내놓은 전략이다.
산업부는 우선 유턴기업의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선정·지원 요건을 강화한다. 해외에서 번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으로 투자해도 유턴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해외에서 생산했던 것과 소분류까지 똑같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중분류 단위로 기준이 완화된다. 또 유통업도 유턴 인정 업종으로 추가했다.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면제업종에 국가전략기술과 첨단전략기술, 미래자동차 부품·제품 등 전략업종을 추가한다. 현실적으로 이들 기업이 유턴기업 혜택을 받기 위해 해외사업을 축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또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면제 기업이 보조금을 지원받은 경우 일정 기간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유턴기업의 해외사업장 운영요건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한다.
다만 유턴기업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유턴투자 보조금 예산은 전년(570억원) 대비 2배가량 확대된 1000억원이다. 조 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첨단산업이 국내 유턴을 결심하기엔 유인이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로 64억 달러(약 8조7000억원) 보조금을 받았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생산라인 건설로 연간 1조원 보조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유턴 활성화 정책을 지속해왔지만, 연간 유턴기업 수는 20여개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유턴기업은 2021년 1844개에 달했고, 일본도 연간 600~700개의 기업이 유턴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해 '리쇼어링 기업의 특징과 투자의 결정요인' 보고서에서 "유턴기업 지원정책은 이름 있는 대기업들이 해외공장을 철수하고 국내투자를 확대해 고용 증진과 내수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걸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주로 리쇼어링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확대에 더해 정부가 경제안보 관점에서 신중하게 유턴기업을 선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국내로 들어와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김흥종 고려대 국제학부 특임교수는 "공급망 재편 관점에서 국내에 생산설비를 갖췄을 때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을 위주로 지원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유턴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대회의실에서 유턴기업 지원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