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시장에 봄이 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길었던 메모리 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지나 올해 1분기 큰 폭으로 상승한 실적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72조4415억원, 영업이익 5조63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64%, 영업이익은 무려 691.02% 증가한 수치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메모리 가격 상승 등의 효과로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DS 부문이 약 2000억~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격한 수요 침체에 앞서 메모리 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했다. 공급량 제한 속에서 수요는 증가하며 메모리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플래그십 모델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DS 부문 실적 개선을 개선할 것"이라면서 "원가 증가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지만 1분기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의 기대 이상의 시장 반응으로 MX(모바일경험) 부문도 매출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열풍 속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와 엔비디아 등 주요 공급처를 확보한 SK하이닉스의 시장 주도권 강화 움직임 등을 실적 개선의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DRAM 사업부는 DDR5, HBM 수요 강세로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지속되며 비수기 영향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량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유지되는 가운데 영업이익률은 28%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의 경우 이미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마이크론은 최근 회계연도 2024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에 매출 58억2400만 달러, 영업이익 1억91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평균 판매단가(ASP)가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13~18%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 강화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 등 에 총력을 기울여 AI 시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실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 개발해 올해 상반기 중 양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 8단을 세계 최초로 대규모 양산해 업계에 납품한다.
이 밖에 양사는 차세대 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플레스링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