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멀다하고 새로운 발표
따져야할 요건도 많아져 혼란
정보 못따라 가면 손해 불가피
소비자들 "스트레스 받는다"
따져야할 요건도 많아져 혼란
정보 못따라 가면 손해 불가피
소비자들 "스트레스 받는다"
체감 통신물가가 낮아졌지만 소비자들은 바로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발표가 이어지다 보니 최신 정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다 요금제는 너무 다양해졌고, 온라인·대형유통매장·동네 유통점 등 어디로 가야 할 지 종잡기 힘들다는 이들도 많다.
◇전환지원금 도입에도 줄어든 번호이동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최대 33만원까지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올렸지만, 번호이동 시장은 여전히 잠잠하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에 휴대폰을 바꾸려는 소비자들은 언제, 어떻게 휴대폰을 바꾸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연일 쏟아지는 정책이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현장에도 기대한 정책 효과가 '아직'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환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달 16일부터 28일까지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21만9340건으로 나타났다. 일 평균 약 1만6872건이다. 전환지원금이 시행되기 전인 1일부터 15일까지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 약 1만7706건에 비해 약 4.7% 줄어든 수치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번호이동 시장 과열 판단 기준으로 보는 일 평균 2만4000건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는 지난달 16일부터 전환지원금 제도를 신설해 번호이동 소비자의 위약금과 SIM 카드 발급비, 장기가입 혜택 상실비용 등을 따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전환지원금은 최대 33만원까지로 올라갔지만, 10만원 이상 고가요금제를 선택해야 최대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갤럭시S24', '아이폰15' 등 최신 단말은 전환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대부분 빠졌다. 5G 가입자가 포화된 상태에서 통신사들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일 요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은 높은 5G 보급률, 길어진 단말기 교체주기, 마케팅 과다 경쟁의 효과 불확실성 인지, 저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이용자들의 MVNO(알뜰폰) 이동 현상 등을 감안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통신 소비가 스트레스 됐다"
이전보다 고려할 사안이 많아지다 보니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기존에는 휴대전화를 바꿀 때 따져야 할 요인으로 공시지원금과 월 요금 25%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 정도만 비교했지만, 전환지원금까지 고려 대상이 늘었다. '공시지원금+전환지원금'을 받는 편이 유리한지 선택약정할인을 택하는 편이 더 저렴한지 비교해야 한다. 월 3만원대 5G 요금제,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이 나왔지만 각종 지원금은 주로 고가요금제에 실리다 보니 양쪽을 비교해서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령 갤럭시S24를 구매할 때 최대 공시지원금은 60만원으로 SKT가 가장 높지만, 전환지원금은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양사 모두 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했는데, 전환지원금은 각각 최대 8만원, 9만원을 지급한다. 이 경우 전환지원금을 받아도 SKT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특히 전환지원금의 경우 최대로 받으려면 기기별로 고가요금제를 수개월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갤럭시S24만 봤을 때는 3사 모두 공시지원금과 전환지원금을 합해도 2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이 70만원대로 더 유리하다. 매번 지원금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공시지원금 변경 주기를 주 2회에서 매일 한 번으로 짧아지도록 바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를 자주 옮기는 메뚜기족들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장기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을 수 있다"며 "개념이 복잡하고 매일 지원금을 바꿀 수 있어 정보를 못 따라가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활성화나 신규 통신사업자 진입을 지원하는 기존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이동통신사들에 지원금을 압박할 경우 기존 이동통신사로 이용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알뜰폰 사업자들은 가입자들이 기존 이통사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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