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랩·신탁 '2차 점검' 검토
추가 감사 필요… 고객사 소송 전망
불건전 영업행위에 제도 보완 절실
추가 감사 필요… 고객사 소송 전망
불건전 영업행위에 제도 보완 절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랩·신탁을 활용한 장·단기 '미스매칭'(불일치) 운용 관행을 막기 위해 검사에 나섰다. 일단 대형사 중심으로 펼쳤던 랩·신탁 상황 점검은 마무리했다. 금감원은 고객 불편 소식이 전해지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2차 점검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관계자는 25일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일단 여러 곳 점검을 했기 때문에 1차적인 조치를 통해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른 문제는 추가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며 "아직 검사하지 않은 곳들에 대해선 2차적인 검사 가능성을 열어 뒀다. 다만 이미 검사한 곳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스매칭 운용 전략은 증권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고객에게 1년 만기 단기 신탁 상품을 판매하고, 실제로는 만기가 긴 CP(기업어음) 등에 투자한다. 장·단기 물건의 금리 차이를 활용해 고객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법으로 활용해왔다.
지난해 시중금리가 치솟으면서 랩·신탁 안에 넣어둔 장기채들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불안한데 랩·신탁 미스매칭 전략을 통한 운용상품들의 평가손실이 고객 불안감을 키웠다. 고객들은 대규모 환매를 요청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고객의 투자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도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서둘러 랩·신탁 업무실태 집중점검에 나섰다. 대대적인 점검은 4개월간 진행됐다. 주요 점검 업체는 하나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 등이다. 교보증권·키움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 현장 검사와 함께 들여다봤다. 최근 라임 특례 환매 재조사를 받게 된 유안타증권도 현장 검사를 통해 랩·신탁을 점검 받았다.
검사 초창기 엄정 조치를 약속했던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끝으로 검사를 마무리 지었다. 동시에 NH투자증권은 180억원 규모 고객배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부 업체의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감원이 검사를 하지 않은 곳은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DB투자증권 등 4개사다. 신한투자증권도 미스매칭을 해왔지만 작년 초 일찌감치 손실 처리를 끝내 고객 불만이 접수되지는 않았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출금을 못하고 있다. 특히 1000억원이상 자금을 유치한 대형법인 고객이 많고, 이중 일부 고객 계좌에서 운용가이드라인 위반이 발견돼 고객사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증권은 보유자산 만기상환 후 출금만 진행하고 있다. 만기일까지 고객은 계속 대기하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역시 올해 초부터 타사로 잔고를 넘기고 있다. 이들 업체는 비즈니스 축소를 검토해 사실상 고객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의미있는 전수조사를 통해 랩·신탁 기준점을 잡기를 바라고 있다. 미스매칭 전략에 대해 '불건전 영업행위'로 꼽히는 파킹거래와 다른 점을 명확히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 업계관계자는 "관행처럼 이뤄졌던 일들에 대해 일부업체들만 처벌하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기준을 획정하고 향후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검사가 끝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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