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연기 결정으로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전성 지표가 낮은 보험사들의 유통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발행과 유통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롯데손보 8회 후순위채의 75%인 676억원이 개인에게 판매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권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8회 후순위채 채권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민평금리(민간채권사 4사 평균 평가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채권사 평균 가격은 지난 2일 1만120.8원에서 이달 9일 9900.8원으로 떨어졌다. 9일에는 민평금리 대비 최대 73bp(1bp=0.01%p) 높게 거래됐다. 이는 지난 8일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를 하루 전 연기하며 발생한 신용위험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 등 자본 건전성 지표가 낮은 보험사들의 후순위채도 민평금리 대비 39.8~92.2bp 높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이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작년 말 기준 150% 권고 수준을 간신히 상회한다. 푸본현대생명 157.3%, KDB생명 158.24%, 롯데손보 154.59%로 모두 자본 사정이 취약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가 K-ICS 비율이 경계선에 걸쳐있는 회사에서 일어난 만큼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어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시간을 두고 비슷한 회사들은 스프레드(금리차)가 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손보 8회 후순위채(900억원)의 75%인 676억원이 개인에게 판매됐다. 조기상환 불이행으로 원금 회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해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으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이달 경영평가실태 평가 등급을 확정하면 이르면 상반기 내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를 정리 중이고 이르면 5월 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적기시정조치 여부 등을) 단정할 수 없고, 롯데손보의 구체적인 자본 확충 계획 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